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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칼럼-강병균 부산일보 논설실장] 여론 수렴 소홀한 행정은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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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11회 작성일 2024-09-23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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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설익은 정책 철회·번복 잇따라
대통령 국정 지지율 하락의 한 요인

부산시도 취소·무산 행정 사례 생겨
구덕운동장 재개발·백양터널 통행료

‘살고 싶은 도시’ 지역민 지지 필수적
시민 의견 경청하고 공론화 거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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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29.9%에 그쳤다. 윤 대통령의 불통과 독단 등 여파로 여당이 참패한 4·10 총선 직후의 주별 평균 대통령 국정 지지율 28%에 가까운 수준이다. 20대 대선 득표율 48.6%와 취임 초기 50%대이던 지지도에 비하면 임기 절반 만에 거의 반토막이 난 셈이다.

이 같은 지지율로 미뤄 보수층 지지자의 상당수가 윤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다고 봐도 무방하지 싶다. 요즘 변화하지 않는 대통령의 오만함과 국정 난맥상을 질타하는 보수 언론사들의 보도와 논평이 부쩍 늘어난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야당과의 협치나 국민통합에 힘쓰기보다 감정적으로 강경 대응하는 대통령이 위험해 보인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대통령 지지율이 장기간 30% 초반을 밑돌고 세간의 부정적 인식이 커진 데는 윤석열 정부가 설익은 정책으로 조변석개하는 모양새가 크게 작용했다. 올 5월 20일 정부는 고령 운전자의 조건부 운전면허 발급을 검토한다고 밝혔다가 논란이 일자 하루 만에 번복했다. KC(국가통합인증마크) 미인증 제품에 대한 해외직구 금지는 발표 사흘 만에 철회했다. 초등학교 만 5세 입학과 주 69시간 근로 허용, R&D(연구개발) 예산 14.8% 삭감도 성급하게 내놨다가 여론에 밀려 탈이 난 경우다.

철저한 여론 수렴이나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진행하려다 거센 반발에 직면해 계획을 철회·번복하는 정부와 닮은 행정이 부산 시정에서도 목격된다. 공사비 충당을 위한 고층 아파트 건립이 포함된 구덕운동장 복합 재개발사업이 대표적이다. 부산시는 지난해 12월부터 이 사업을 추진하던 중 아파트 건설에 반대하는 인근 주민들의 강한 저항에 부딪치자 아파트 규모를 줄여 강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관할 구청장과 지역 정치권까지 주민 편에 서고 반대 여론이 확산하자 시는 지난달 20일 시민 의견을 물어 추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8개월간 행정력을 낭비한 이 사업은 공공성을 강조하는 주민 의견 수렴과 숙의 과정이 매우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시가 내년 1월 민간 운영이 끝나 관리권을 넘겨받는 백양터널의 통행료 징수 연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시민 공론화 절차가 빠졌다. 지난 6월 시는 무료화 시 교통혼잡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징수를 계속하되 요금을 인하할 방침을 세웠다. 이에 전국에서 유료도로가 제일 많은 부산 운전자들의 경제 부담을 외면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결국 지난달 26일 박형준 부산시장이 통행료 무료화를 선언했으나, 오락가락하는 행정에 대한 불신만 키운 꼴이 됐다.

지난 2월부터 지난달 26일까지 논란을 빚은 이기대공원 입구 고층 아파트 3개동 건립사업은 시가 환경단체와 시민들의 반대 의견을 무시한 사례로 꼽힌다. 아파트가 해안 절경을 자랑하는 이기대의 자연경관을 해칠 우려가 높은데도 시는 부실한 심의로 사업 계획을 통과시켰다. 나빠진 여론을 의식한 건설업체가 사업을 포기함으로써 사태가 종결됐지만, 행정당국이 그간 시민의 난개발 반대 입장 대신 개발업자의 이익을 두둔했다는 점은 무척 아쉬운 대목이다.

이러한 행정 혼선은 정부든 부산시든 신뢰성 실추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렇게 된다면 정작 중요한 일에 필요한 동력을 얻기 힘들어 사업 추진이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부산은 지금 침체와 발전의 기로에 서 있다. 청년층 유출과 초고령화로 쇠락하면서도 글로벌 허브도시로 성장하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게다. 인구절벽과 지역소멸 같은 위기에 잘 대비해 생산성 높고 활기 넘치는 도시로 바꾸려면 시민의 지지와 동참은 필수적이다.

박 시장이 내건 시정 구호인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부산’을 실현하는 데 시민 생각, 사회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은 곤란하다. 시정의 여론 수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시민 불신이 쌓이는 건 3선 시장 혹은 대선을 꿈꿀 박 시장에게도, 살기 좋은 환경과 행복한 삶을 원하는 시민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시 공무원들에게 근본적으로 요구되는 덕목은 시민 목소리를 경청하는 자세다.

어설프고 무리한 계획을 수립해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이다가 여론에 밀려 철회·번복하는 일이 더는 없길 바란다. 지역사회와 시민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안일수록 설계 때부터 공청회를 열어 더욱 적극적으로 시민 의견을 청취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전문가, 시민단체와도 충분히 토론해 최선의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민선시대 행정의 순리일 테다. 그런 만큼 프랑스의 세계적 미술관 퐁피두센터 분관 유치에 나선 부산시가 시민과 문화예술계의 다양한 견해를 더 많이 듣는 게 좋겠다. 유치 계획을 보완해 완벽성을 기하거나 갈등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다. 

원문보기 : https://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4091017535056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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