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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칼럼-강병균 부산일보 논설실장] 싸워라, 특권 내려놓고 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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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4회 작성일 2024-08-30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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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석 달 동안 극심한 대치
파행에도 소모적 다툼 지속될 전망

민심에 상처 안기고 정치 혐오 키워
여야 합의로 국회 통과한 법안 전무

무한 정쟁에서 협치 필요성 느껴야
국회의원 특권은 책무 매진하란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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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싸움 구경과 불구경이 제일 재미있다’는 말이 전해진다. 혹자는 둘 중에서도 싸움을 바라보는 재미가 더 쏠쏠하다고 말한다. 자칫 무서운 화마로 돌변할 수 있는 불보다는 참견이 가능하고 뜯어말리기 쉬운 남의 싸움을 구경하는 것이 부담이 덜해서일 테다.

필자는 정치권에 횡행한 소모적인 싸움질만큼은 지켜보기가 싫었다. 그래서 지난달 12일 자 이 난의 칼럼을 통해 민생고를 외면한 채 격렬한 정치 싸움만 일삼으며 날을 새는 22대 국회가 탄핵감이라고 질타한 바 있다. 그러면서 여야가 갈등과 반목뿐인 정쟁을 당장 멈추고 대화와 타협을 바라는 민심을 받들 것을 촉구했다. 이보다 앞서 6월 21일 자 칼럼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과 독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오만을 지적하며 대립 대신 겸허한 자세와 열린 마음으로 협치와 국민 통합에 힘쓸 것을 주문했다.

이 같은 제언은 일부 극단적 진보·보수층을 뺀 대다수 국민의 뜻을 대변한다고 해도 틀린 게 아니지 싶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를 중심으로 국민의힘과 민주당 간에 펼쳐지고 있는 극심한 쌈박질에 수많은 국민이 재미는커녕 지긋지긋함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당리당략을 앞세운 거대 양당의 다툼을 극혐해 정치권에 눈길마저 주지 않는 사람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제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석 달이 다 돼 간다. 하지만 국회는 아직까지 개원식조차 열지 않았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사명감을 다지는 국회의원 선서도 못했다. 거대 양당의 강 대 강 대치 국면 탓이다. 이는 이 대표 일극체제인 민주당이 절대다수 의석의 힘으로 밀어붙인 정치적 쟁점 법안들에 대한 입법 폭주와 이에 맞선 윤 대통령의 잦은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서 기인한다. 거대 야당의 독단적 입법 강행, 대통령 재의요구가 도돌이표처럼 반복돼 정쟁을 심화하고 장기화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여야는 22대 시작부터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을 둘러싸고 거친 공방을 벌였다. 그동안 민주당이 발의한 여러 탄핵안과 특검법안을 놓고도 날 선 언쟁을 빚고 있다. 각종 회의와 청문회는 고성은 물론 막말과 험담이 난무하는 가운데 파행으로 치닫는다. 때로는 저주와 다를 바 없는 발언까지 튀어나와 파문을 확산한다. 과장된 표현을 빌리자면, 억겁의 원한이 맺힌 철천지원수 간 아귀다툼 같은 꼴이 아닐 수 없다.

거대 양당은 심지어 같은 당끼리도 우위에 서기 위해 편을 가르고 이전투구에 몰두해 볼썽사납다. 전당대회 과정 등에서 지지세력 결집을 목적으로 서로를 비방하거나 국론 분열을 부추기는 언행을 서슴지 않으며 치열한 계파싸움을 전개하기 일쑤다. 많은 국민에게 실망을 안기고 정치 불신을 키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첨예하고 오랜 정쟁의 심각한 문제점은 고물가·고금리에 고통받는 민생과 직결된 법안들이 지금까지 국회에서 단 한 건도 여야 합의로 통과되지 못한 데서 여실히 드러난다. 국가 사활이 걸린 반도체를 포함한 경제 법안들 역시 뒷전이긴 매한가지다. 초저출생 해소와 경제 회복 등 국가·사회적 현안 대응과 해결이 시급한데, 국회 정상화가 요원해 답답한 심정을 금할 길 없다. 그나마 지난 21일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특별법이 여야의 첫 합의로 국회 국토교통위 문턱을 가까스로 넘어선 게 위안거리다. 민주당 이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악화한 민심을 의식해 오는 25일 회담을 갖기로 했으나, 며칠간 회의 방식과 의제를 두고 또 다른 주도권 다툼을 벌이다 이 대표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연기돼 버렸다.

이같이 사사건건 충돌하는 정쟁을 중단할 수 없다면, 그래 싸워라. 서로 계속 싸워라. 죽도록 싸워보라. 사생결단식으로 싸우다 보면 없던 정이 들 수도 있겠다. 비 온 뒤 땅이 굳어지는 법이니까. 끊임없이 싸운 끝에 여야 어느 쪽도 혼자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절감해 협치하고 일하는 국회를 만들려는 마음이 생길지 모를 일이다. 또 한편으론 ‘하던 일도 멍석 깔아주면 안 한다’는 격언을 믿고 여야가 마음껏 싸우기를 권한다.

여야는 광복절을 맞아 일본 과거사 문제로 다투다 “국민의 마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 숱한 국민의 마음이 상당히 아프다. 격화일로인 정쟁에 피로감이 가중되고 마음을 다쳐서다. 여야가 이런 민심과 멀어지며 무한 정쟁을 이어갈 경우 극도로 성난 민심을 만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때 가서 크게 후회하기 전에 태도를 바꿔 온 국민에 행복과 희망을 주는 참된 정치에 매진하길 당부한다. 그럴 의지가 없다면, 국회와 국회의원이 가진 온갖 특권을 다 내려놓고 싸워라. 주권자인 국민이 부여한 특권에는 열심히 본연의 임무를 다하라는 명령이 들어있다. 이를 모르면 정치할 자격이 없는 셈이다.

원문보기 : https://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408221756349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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