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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칼럼-박미현 강원도민일보 논설실장] 공장의 불빛, 김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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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6회 작성일 2024-07-2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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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시 명륜동에서 견직물을 생산하는 범양산업 노동조합 간부들은 1977년 9월 8일과 10월 11일 각각 6장과 12장짜리 호소문과 경과보고문을 한 달 사이에 발표했다. ‘공장 일을 내 일처럼, 근로자를 가족처럼’이라고 내건 회사가 직원에게 인간 이하 대우를 할뿐만 아니라 ‘똑똑한 사람들’이 갖은 방법을 고안해 노조를 괴롭게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노조를 계속하는 일은 문세광이 하는 행동이다, 노조하는 사람은 간첩의 지시를 받았다는 등의 망발과 여성노동자를 향해 ‘년’자가 붙은 쌍욕이 난무한다고 알렸다.

“1년 이상 근무자에게는 3일의 연차수당을 지급해야 함에도 받아본 사람은 누구며, 월차수당·생리수당과 일일 1시간30분 잔업을 하여 잔업수당을 받아본 사람은 누구입니까?”라며 반문했다. 이어 “위생실에는 소독약, 소화제, 아스피린이 있습니까?”라고 되물었다. 회사업무 외에 새마을사업으로 모 심고 벼 베고 하수구 청소는 물론 예비군훈련도 대리로 나가는데 회사에는 탁구대, 배구공, 축구공조차도 없다고 밝혔다.

사측의 동료 무단해고에 대항해 범양산업의 김명숙, 김예숙, 김영규, 김학선 4명이 노동자단체를 꿈꾸던 1977년 이 무렵 노래 ‘아침이슬’의 김민기(1951~2024)도 봉제공장에서 일했다. 공장에서 일한 경험은 1978년 노래극 ‘공장의 불빛’으로 탄생했다. 고참조장인 ‘언니’가 주인공으로, 고참조원인 ‘영자’와 보조인 ‘순이’가 얼굴을 드러내고 사장, 공장장이 나오는 연극이 ‘교대’ ‘야근’과 같은 노래와 함께 펼쳐진다. 김민기는 공포스러운 정국에 초연 무대조차 볼 수 없었으며 카세트테이프 발매도 1회에 그쳤다.

대중에게 전파할 공식통로를 빼앗긴 ‘공장의 불빛’과 주인공 ‘언니’ 스토리는 알음알음 퍼지며 전설처럼 살아남았다. 민중과 시대를 껴안은 예술을 정치권력의 칼날로 막지못했다. 난도질할 수 없음을 증명해냈다. 7월 21일 작별을 고한 김민기를 기억하는 이유는 풍부한 유산만큼이나 다채롭다. 1978년 노래극 ‘공장의 불빛’은 원주 범양산업의 노동운동을, ‘여공’으로 불린 치열했던 그들을 떠올릴 수 있게해 고맙다. 박미현 논설실장

원문보기 : https://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1256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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