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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진 칼럼

[회원칼럼-김명수 매일경제 논설실장] 참 이상한 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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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9회 작성일 2024-01-22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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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편성권 가진 정부 제안
재정준칙법에 야당이 반대
향후 여당 돈선거 막으려면
21대 국회에서 처리하는 게
다음 대선에 유리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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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이 참 이상하다. 정부와 여당이 재정준칙(Fiscal Rules)을 도입하려고 하는데 야당이 반대하고 있어서다. 재정준칙은 나라살림이 거덜나는 걸 방지하기 위한 제도다. 선거 때 정치권 선심성 예산을 막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예산 편성권을 가진 정부가 주도해 여당이 의원입법 형식으로 지난해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야당 반대로 국회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집권당은 선거 때 재정 활용이 제약된다. 칼자루를 쥔 정부와 여당이 올해 총선을 앞두고도 이런 결의를 보인 건 스스로 족쇄를 차겠다는 것이다. 오히려 야당이 주장할 만하지만 재정을 적극 활용해 경기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개정안에 담긴 재정준칙 법안 골자는 국가채무비율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60%로,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GDP 대비 3% 이내로 맞추도록 하는 것이다. 경기 후퇴기엔 재정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장치도 가미했다.

'국가채무비율 60%'와 '재정적자비율 3%'는 유럽연합(EU)이 1991년 마스트리흐트 조약으로 정한 규정이다. 유럽은 제도 도입 이후 3년 만에 재정적자 비율을 GDP 대비 5%대에서 2%대로 낮추는 효과를 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법상 재정준칙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건전재정을 사수했다. 국가채무 비율 40%를 마지노선으로 정한 적도 있었다. EU의 한계선 60%보다 낮게 책정한 건 국내 특수성을 반영했기 때문. 유럽과 차이가 나는 20%포인트 중 10%포인트는 통일에 대비한 것이다. 나머지 10%포인트는 향후 늘어날 복지 예산을 준비하기 위한 '완충장치'였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 시절 코로나19 위기를 맞으면서 이 선을 넘기 시작했다. 무려 400조원의 정부 부채가 늘어나면서 2020년 이 비율은 정부가 사수하려던 40%를 넘어섰다. 한번 둑이 무너지니 부채 증가에 속도가 붙어 이젠 50%에 달한다. 이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재정건전성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 기후변화나 고령화 같은 새 정책 수요에 대응할 재정 여력도 사라진다.

선진국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다양한 재정개혁 조치를 취했다. 2세대 재정준칙을 도입했고 '재정판 금융통화위원회' 격인 독립 재정기구를 설치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속한 38국 중 재정준칙 도입 경험이 없는 나라는 우리와 튀르키예뿐이다.

특히 아일랜드는 2012년 독립적인 재정기구를 설치해 국가채무비율을 크게 낮췄다. 2012년 120%에 달하던 이 비율을 2022년엔 한국의 49.4%보다 낮은 45.2%까지 끌어내렸다. 다국적 기업 유치를 통한 법인세 증가도 기여했지만 재정개혁 조치가 빛을 발한 덕분이다. 아일랜드는 법인세 세수 초과분을 활용해 미래를 대비하는 1000억유로 규모 기금도 조성 중이다. 2035년까지 매년 국민총소득의 0.06%를 재원으로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기후변화 및 인프라 펀드(145억유로 규모)도 조성할 예정이다. 금융위기 여파로 IMF 구제금융까지 받던 나라가 재정 모범국으로 등장한 것이다.

우리도 다른 선진국처럼 재정준칙을 도입해야 하는데 야당은 반대만 하니 한심하다. 야당이 차기 지방선거나 대통령선거를 생각한다면 현 정부와 여당의 표를 노린 선심성 예산 남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재정준칙 법안을 이번 21대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게 합리적 선택일 것이다. 4월 총선 이후 2년 후 지방선거, 3년 후엔 대선이 이어진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선심성 예산의 효과를 누려 원내 1당이 된 뒤 재정준칙 도입을 폐기라도 한다면 야당은 땅을 치고 후회하지 않을까. 


원문보기 : https://www.mk.co.kr/news/columnists/10917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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