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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임성원 부산일보 논설실장] 불로장생의 꿈, 부산에서 꽃피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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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78회 작성일 2023-07-21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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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장천서 기습 폭우로 실종 참변
재해·재난 예방에 방심은 금물
안전한 커뮤니티 위한 노력 계속돼야

불로장생은 동양인의 오랜 염원
진정으로 남을 위한 마음 있다면
‘액티브 에이징 부산’ 실현 가능 


경찰관과 소방관들이 지난 12일 부산 사상구 학장천에서 전날 폭우로 물이 불어나는 바람에 물길에 휩쓸린 60대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경찰관과 소방관들이 지난 12일 부산 사상구 학장천에서 전날 폭우로 물이 불어나는 바람에 물길에 휩쓸린 60대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뱀과 까치가 싸우는 전래동화 같은 장면을 부산의 도심 하천을 걷다 목격한 적이 있다. 애완견을 꼭 껴안은 산책객들이 무리 지어 서 있기에 다가가 보니 까치와 뱀의 전쟁이 한창이었다. 사람들이 모이자 까치는 날아가고, 뱀은 길을 비켜 줄 생각이 없다는 듯 한참을 똬리를 틀고 일광욕을 즐기기에 할 수 없이 강둑에 바짝 붙어 지나간 적이 있다. 학장천에서 얼마 전 있었던 일이다.

온천천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수가 많은 물고기 떼에다 빠르기는 또 얼마나 쏜살같은지 감탄을 자아내는 학장천이다. 생태계가 오롯이 되살아난 데다 걷다 보면 그림 감상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한국화는 물론이고 르네상스에서 후기 인상주의에 이르는 명화가 ‘강변갤러리’에 내걸려 있다.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유명한 그림을 복제품이지만 가까이에서 생생하게(?) 즐기는 뜻밖의 호사를 누린다.

비가 와도 극단적으로 많이 온다는 이 ‘극한 호우 시대’에 그래도 학장천이 TV 9시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것은 뜻밖의 일이었다. 부산 사상구 주례~학장~엄궁동을 지나 낙동강으로 들어가는 학장천에서 지난 11일 30분 만에 수위가 1m 높이에 이를 정도로 물이 불어나면서 3명이 떠내려가 그중 1명이 실종되는 참변이 일어났다. 사상공단을 가로지르는 오염 하천을 생태하천으로, 나아가 예술을 만나는 문화공간으로 가꾸어 온 그동안 애쓴 보람도 함께 떠내려가고 말았다.

부산시는 지난 5월 ‘인명 피해 제로’를 목표로 여름철 재난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강우량, 하천 수위, 침수 예상도, 도로 통제 정보, 재난감시 CCTV 등의 정보를 실시간 확인하는 ‘도시침수 통합정보시스템’을 가동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학장천 참변은 도심 하천의 출입 통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었음을 드러냈다. 사고가 일어난 지 20분 뒤에야 산책로 출입 통제가 이뤄지는, 시스템의 부재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도시는 안전을 향한 부단한 노력의 결정체다. 사람들은 도시로 모여 공동체를 이루면서 촘촘한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의 안전과 편의를 보장해 왔다.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 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 같은 전염병 대유행에서 보듯 도시라는 문명 체계도 예기치 못한 재난과 질병에는 취약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도시든 국가든 국제사회든 안전과 편의를 향한 공동체의 노력에는 중단 없는 전진만 있을 뿐이다.

재난과 재앙을 소멸하고 질병을 치료해 수명을 연장하는 약사 신앙의 역사는 오래됐다. 삼국 시대부터 통일신라, 고려에 걸쳐 약사불을 모시는 신앙이 유행했고 민간 신앙에까지 파고들었다. 약사경의 핵심은 12대원이다. 열두 가지 대원은 죄다 자기가 아니라 남을 향한 소망을 담고 있다. 남이 잘되면 나도 잘된다는 것이다. 남 잘되기를 기도하는 게 재난과 질병을 극복하고 불로장생을 누리는 첩경임을 경전은 가르친다.

불로장생은 동양인의 오랜 염원이다. 불자들은 약사불이 다스리는 동방 정유리국에 닿으려 노력했고, 도교 등 이른바 도를 닦는 사람들은 장생불사의 신선이 되기를 희망했다. 불로초를 구하려 한 진시황 이야기는 동아시아에서 널리 회자한다. 부산에도 신선 사상이 곳곳에 남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영도다. 봉래산 영선산 영주산 등 산 이름과 봉래동 영선동 신선동 청학동 등 동네 이름에서 쉽게 연관성을 찾을 수 있다.

불로장생의 꿈은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언제든 부산에서 꽃피울 수 있다.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30%를 넘는, 이른바 ‘초초고령동’이 전체의 4분의 1 수준에 가까운 부산은 ‘노인과 바다의 도시’가 아니라 불로장생의 노다지다. 희한하게도 초초고령동이 가장 많은 구가 영도(7곳)와 영도를 마주한 동구(7곳)다. 부산의 원도심에 신선에 가까운 노인이 많이 사는 셈이다. 영도와 노인을 고리로 부산의 활력을 되찾을 수는 없을까.

액티브 에이징(Active Aging·활동적 나이 들기)이라는 말이 최근 부산의 화두로 떠올랐다. 부산시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나이 들기’(Happy Aging , Healthy Aging)라는 말에서 따온 HAHA센터를 ‘15분 도시’와 연계해 올해 시범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천덕꾸러기 신세로 내몰리던 노인과 원도심을 진정으로 위하는 대원만 있다면 부산의 원도심은 ‘불로장생 특구’로 거듭날 수 있다.

전국에서 노인이 가장 많다는 ‘장수 도시’ 부산, 그중에서도 노인이 더 많은 곳이 영도를 비롯한 원도심이다. 이곳에 불로장생 연구소를 세우고 장생불사에 효험 있는 음식과 프로그램, 시설 등을 갖춰 나가면 부산의 약점이 도시의 활력을 이끄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남을 위하는 마음만 꺾이지 않는다면 재해도 질병도 노화도 극복 가능한 불로장생의 낙원을 부산에 세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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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 https://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3072018110412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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