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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양상훈 조선일보 주필] 다음 차례는 검사들의 국회 대거 진출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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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79회 작성일 2023-03-06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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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가장 똑똑하고 유능하다는 자부심 가진 검사들
그동안은 도구였지만 이제는 권력 주체
결국 유권자들이 ‘검찰 정부’ 평가할 것 


검사 출신이 경찰 국가수사본부장에 검찰 출신을 추천하고, 검찰 출신이 그 추천을 1차 검증하고, 다시 검찰 출신이 2차 검증까지 했다. 법무장관, 검찰총장, 국가수사본부장은 대학 동기보다 가깝다는 사법연수원 동기다. 그 위에 검사 출신 대통령이 있다. 이들 모두가 특수부 한 솥밥을 먹던 사이다. 우리 역사에서 이렇게 한 직업군, 그 직업군 안에서도 특수한 인연으로 묶인 소수가 이토록 큰 권력을 가진 경우는 드물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걸려 있는 검사선서.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걸려 있는 검사선서. /연합뉴스 

국가 경영이 동질, 동류들만의 리그가 돼선 안 되는 이유는 많다. 운동권만의 리그였던 지난 정권이 좋은 반면 교사다. 무엇보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조직의 기본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다. 이번 국가수사본부장 인사 실패도 그 한 예다. 그런데 새 정부 들어 과거 운동권이 있던 자리에 검사들이 들어서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성향은 반대지만 자부심, 우월 의식과 독점이라는 성격은 비슷하다.

한국 검사 집단은 특이하다. 세계에 유례가 없을 것 같다. 오랫동안 전국에서 가장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검사가 됐다. 이들은 모두 고시라는 같은 제도 출신이다. 그 뒤 사법연수원에서 학교 동문 버금가는 동질감을 키운다. 출신 대학마저 대부분 같다. 공직 출발부터 다른 공무원보다 계급이 높다. 모두가 검사를 두려워하고 어디서나 떠받든다.

검사가 2000명이 넘지만 이 안에서도 특별 수사(특수)라는 이른바 성골 그룹이 따로 있다. 특수통은 자신들을 일반 검사들과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특수통들은 고위직이나 대형 범죄를 다루는 자신들의 수사를 ‘전쟁’처럼 여긴다고 한다. 이런 ‘전쟁’에서 동고동락하니 서로 한 가족 같이 된다. 한 대학, 한 고시, 한 사법연수원, 한 검찰이라는 동질 집단 속에서 다시 특수통이란 인연으로 묶이면 그 의식 세계가 어떨지 짐작할 수 있다. 지금 대통령과 법무장관, 검찰총장, 물러난 국가수사본부장 등 대통령 주변 주요 인사 대부분이 바로 이 특수통 검사 출신이다.

검사 상당수는 자신들이 한국에서 가장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권력자들의 도구 역할만 했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검사 출신이 대통령이 되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마침내 한국 최고의 대학, 한국 최고의 시험, 한국 최고의 연수원, 한국 최고의 조직, 그중에서도 최우수 부서 출신들이 더 이상 부려지는 도구가 아니라 남을 부리는 주체가 됐다. 이들의 입장에선 이제야말로 최고의 인재들이 마땅히 맡아야 할 중책들을 맡아 나라를 바꾸고 발전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과거 군 출신이 경제 발전을 이루고, 운동권이 민주화를 이뤘다면, 검사들은 그 이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개를 갸우뚱할 사람도 많겠지만 한국 검사들의 의식 세계에선 ‘당연한’ 일일 수 있다. 운동권은 무능하지만 검사는 유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수사만이 아닌 국가 운영도 다른 어떤 집단보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똑똑하기 때문에 무슨 수사를 하면 그 분야 업무까지 다 파악할 수 있다고 믿는다. 금융 수사를 한 검사는 금융감독원장도 더 잘한다는 논리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에 검사 출신이 너무 많다’는 질문을 받고 “필요하면 (검사 출신을) 더 쓰겠다”고 답했던 데엔 본심이 담겨 있었다고 느낀다. 현재 대통령실에서 인사기획관, 인사비서관, 공직기강비서관, 법률비서관, 총무비서관, 부속실장이 검찰 출신이다. 국가정보원 실세라는 기조실장은 연속으로 둘 다 검사 출신이다. 금융계 실세도 검사 출신이다. 대통령은 경찰도 검사 출신이 장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민주당이 ‘검찰 공화국’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이재명 대표 범법 수사를 피하려는 목적이 크다. ‘검찰 공화국’이 그런 뜻이 아니라 검사들이 전례 없이 국가 요직에 대거 진출한 현상을 일컫는 것이라면 아주 틀리는 말은 아니다.

윤 대통령의 생각은 모르겠지만 지금 추세만 보면 내년 총선 때 검사 출신 20~30명이 국민의힘 공천을 받는다 해도 놀랍지 않을 것 같다. 이미 작년 말 일부 당협위원장 인선 때 검사 출신 4명을 새로 발탁했다. 이때 상당수 당협위원장 자리를 비워놓았는데 이 중 여러 자리도 검사 출신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현재 국민의힘 의원 115명 중 검사 출신은 7명인데 윤 대통령은 이 숫자가 두 배 이상은 돼야 사사건건 정부의 발목을 잡는 국회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지난 대선 때 득표율 48% 대 47% 구도는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이 이재명 방탄으로 비호감을 쌓고 있지만 40% 안팎의 고정 지지층은 견고하다고 봐야 한다. 48 대 47만 그대로가 아니라 비호감 대 비호감 구도까지 그대로여서 내년 총선도 판세의 키를 쥔 수도권 승부는 박빙일 듯하다. 여기에 ‘검찰 정부’ 논란에 대한 유권자들의 판단도 박빙 승부를 가르는 포인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원문보기 :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3/03/02/LSTP2ZJJBBGB7PQZL4LRO543ME/?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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