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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칼럼-김명수 매일경제 논설실장] 국민정서법 무시한 罪가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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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72회 작성일 2024-04-17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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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인 후보 심판에만 몰입
'국민은 甲' 현실 간과하고
헌법 위의 국민정서법 무시
중산층은 그 잘못 따진 것 





4·10 총선에서 야당 압승의 원인은 셀 수 없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원인은 윤석열 대통령의 소통이나 통치 방식.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의 등록 상표인 '공정'에 문제가 불거진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부인은 법인카드를 잘못 사용해 재판을 받고 있고,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가족들은 사문서를 위조한 입시 비리로 실형을 받았다. 반면 김건희 여사는 명품 가방을 받고도 처벌받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장모가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징역형을 선고받고 형을 살고 있는 것은 쏙 빠졌다. 김 여사는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범죄의 피해자였지만 고가의 선물을 받은 것이 문제였다. "월급을 다 써도 저런 물건 못 사는데…" "조국 가족은 탈탈 털렸는데…"라는 국민 정서를 위반했다. 국민은 위법보다 그 죄를 따졌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주호주대사로 임명한 것도 야당에 꼬투리를 제공했다. 그는 '채 상병 사건'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였다. 해외 도피 의혹을 살 만했다. 한국과 호주 간 방산 협력과 미국·영국·호주 3국 군사동맹인 오커스(AUKUS)와의 협력을 위한 적임자가 이 전 장관일 수도 있었다. 야당은 이를 절묘하게 파고들었다. 군대 간 내 자식도 허망하게 사망할 수 있겠다는 정서를 자극했다. 대통령은 대사 임명 반대 여론에도 강행을 했다. 국민은 위법 여부를 떠나 불쾌했다. "우리가 주인이고 갑(甲)인데…"라며.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발언. TV 앵커 출신인 황 전 수석은 다른 사람의 무용담을 마치 자기가 겪은 것처럼 묘사를 잘하는 인물이다. 해당 보도만 접하면 "고위 공직자가 언론을 상대로 회칼 테러 위협을 하다니…"라는 감정을 갖기에 충분하다.

'대파 875원' 논란은 중산층의 분노를 일으켰다. 되새겨 보면 대통령 발언의 취지는 "가격이 875원쯤 돼야 싼데, 다른 곳이 너무 비싸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875원이 합리적"이란 부분만 강조하면 "대통령이 세상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식으로 오해받기 쉽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실질소득이 확 줄어든 중산층을 자극한 죄가 크다. 


상속세율 인하는 주가 밸류업 정책과 맞물리면서 호평을 받았지만 반감도 만만치 않았다. 통계청 '사회조사'를 보면 국민은 자식 세대의 계층 상승 가능성을 과거보다 낮게 보고 있다. 교육을 통한 계층 상승보다는 재산 증여를 통한 신분 상승 가능성을 더 크게 보고 있는 것. 매년 그런 인식은 커진다. 여전히 '부의 대물림'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데, 상속·증여세율 인하를 내세우니 국민이 돌아선 것이다. 결국 '주가 상승'보다 '신분 상승'을 단죄한다.

반도체산업 같은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감세도 '대기업 특혜'라고 공격받을 빌미를 제공했다. 중산층은 고물가·고금리 탓에 먹고살기 힘든데, 고소득자가 많은 대기업은 감세 혜택까지 얻는다니 못마땅한 것이다.

국민은 절망이 컸지만 희망을 주는 비전이나 정책은 부족했다. 대통령이 24차례나 민생토론회를 이어갔지만 국민에게 감동을 주기엔 힘이 달렸다. 더욱이 의대 증원에 대해 많은 국민이 지지했으나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국민은 정부의 국정 운영 능력에마저 물음표를 찍었다. 불안은 더 커졌다.

결국 대통령은 "국민이 늘 옳다"고 했지만 국민의 공감을 얻기에는 실패했다. 야권은 그 빈틈을 놓치지 않았고 국민 정서를 자극했다. 그 결과 야당 지도자 2명 모두 실정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음에도 야권은 대승했고, 집권당은 참패했다. 야권은 '실정법이나 헌법 위에 국민정서법이 있다'라는 우리 현실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 방식이 '아르헨티나로 가는 길'이었음에도. 


원문보기 : https://www.mk.co.kr/news/columnists/1099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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