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칼럼-권혁순 강원일보 논설주간] '명절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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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01회 작성일 2020-09-09 10:31본문
'명절 혁명'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1970년대 출생자가 주축인 이른바 X세대가 중년이 되면서부터다. 이들은 물질적 풍요를 맛보고 개인주의가 뭔지 안다. 해외여행을 과거 어떤 세대보다 많이 했다. 이들은 명절을 휴일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부모들의 생각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성묘는 하지 않더라도 자녀와 함께 해외여행 가는 것을 반기는 집도 많다고 한다. ▼설과 추석에 지내는 차례나 제사는 이미 멸종으로 가는 문턱을 넘었을지도 모른다. 개신교 가정은 아예 지내지 않거나 가족끼리 '추모예배'로 대신하기도 한다. “유세차…” 하며 축문을 읽는 어른들 뒤에서 “진짜로 영혼이 와서 밥을 먹고 가느냐”고 묻는 아이들 입을 막느라 애먹었다는 며느리 이야기도 들린다. ▼1인가구의 증가 역시 차례의 미래를 가늠하기 어렵게 한다. KB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19 한국 1인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가구는 2017년 기준 약 562만 가구로, 전체 인구의 10.9%다. 이는 기존 예상치인 556만 가구를 넘어서는 것으로, 1인가구 증가 추세가 이전보다 빨라졌음을 의미한다. 한국의 총인구는 2028년 5,194만명을 정점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1인가구의 비율은 계속 성장해 2045년 16.3%에 이를 것으로 추측된다. 장묘(葬墓) 방식도 변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1인가구가 늘다 보니 죽은 후에 반려동물과 함께 묻히거나 화장하는 방식이 각광을 받을지 모를 일이다. 묘지를 돌봐줄 후손이 없다면 반려동물과 함께 저승으로 가려는 사람이 많아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올 추석은 더욱 많은 생각 거리를 던져준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일환으로 납골당 등 봉안시설들이 분향실을 폐쇄하고 온라인 성묘 체제 전환에 나서는가 하면, 서울에 올라오는 역귀성 포기는 물론 자녀들의 귀성을 만류하는 어른들도 늘고 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는 두더라도 가족을 보듬는 심리적 거리만큼은 '혁명적으로' 더 가까워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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