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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양권모 경향신문 편집인] 국민의힘, 먼저 극우 세력과 결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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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025회 작성일 2020-09-0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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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이 ‘국민의힘’으로 간판을 바꾼다. 강경 보수의 색채를 들어내려 이념색 없는 당명을 택했다고 한다. 처음으로 당명에서 ‘당’도 빠졌다. 탈이념과 실용 정당으로의 변화를 도모하는 통합당이 새 당명에 그 지향을 반영하려 한 결과일 터이다. 격세지감이다. 엊그제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의 기자간담회 회의실 배경에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문구가 내걸렸다.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의 기치를 당당히(?) 내세울 만큼 통합당은 유연해졌다, 유연해지려 하고 있다.

양권모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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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실용으로의 유연한 변화를 보여주는 결정적인 두 가지 장면이 있다. ‘거리’로 나가지 않은 것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5·18 ‘무릎 사죄’다. 통합당은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주에 맞서 거론되던 장외투쟁을 거둬들이고 국회 안에 머물렀다. 자유한국당 시절 일상적으로 이뤄지던 장외투쟁이나 국회 점거·농성 등 극단정치와 확연히 대비되는 지점이다. 더 극적인 것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5·18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고 사죄한 장면이다. 통합당에 족쇄가 되어온 ‘과거사 청산’과 함께 전광훈 등 극우 집단과 거리 두기를 가장 강렬한 정치적 언어로 보여준 것이다. 그간 수시로 불거진 5·18 모독과 망언은 통합당과 극우 세력을 한데 묶어주는 구실을 했기 때문이다.

이만한 변신 노력으로도 통합당을 달리 보이게 했다. 잠시지만, ‘박근혜 탄핵’ 이후 4년 만에 통합당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서는 상황이 벌어졌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거대한 불만과 민주당의 입법 독주 등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는 측면이 크지만, 통합당의 변화에 대한 여론의 긍정적 평가도 반영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지난해 ‘조국 사태’ 당시에도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떨어졌지만 바닥세의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태극기부대 등 극우 세력과 한통속으로 묶인 자유한국당이 정부·여당의 잘못에 따른 반사효과조차 누리지 못할 만큼 후졌기 때문이다.

통합당의 상승세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등 극우 세력이 주도한 8·15 광화문 집회를 거치면서 무참히 꺾였다. 동료 시민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잡고 공동체 안전을 위협하는 극단주의 세력에 대한 분노가 곧장 통합당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집회를 주최한 것도 아니고, 참여를 독려한 것도 아니고, 연설한 것도 아니다. 대단히 억울하다”(통합당 논평)고 항변해도 속절없다. 8·15 광화문 집회 이후 온라인에는 과거 황교안 등 통합당 지도부와 전광훈이 광화문 집회 등에서 손잡고 ‘투쟁’을 다짐하는 영상이 올라오고 있다. 정치와 종교적 맹신의 잘못된 만남을 보여주는 우울한 장면들이 수두룩하다. 지난해 말 극우 집단들이 국회에 난입했을 때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자유가 이겼다”고 외치자 곳곳에서 ‘아멘’이 울려퍼진 광경이 압권이다. 민주당이 제기하는 ‘전광훈·태극기부대=통합당’ 프레임이 먹히는 것은 너무도 선명하게 남아 있는 이 같은 통합당의 전력 때문이다. 황교안과 전광훈이 광화문 집회에서 “죽기를 각오한 투쟁”을 맹세하던 게 불과 9개월 전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의 잔영이 너무 깊다.

코로나19 재확산이 계속되고 전광훈 등 극단주의 세력과 광화문 집회의 ‘원죄’가 소환될 때마다 여론은 통합당에 ‘가혹하게’ 책임을 묻게 될 것이다. 광화문 집회를 거치고 2주 만에 민주당과 통합당의 지지율 격차가 10%포인트 이상 벌어진 것이 그 징후다.

박근혜 탄핵 이후 4년 만에 민주당을 앞섰던 정당 지지율이 8·15 광화문 집회 이후 다시 추락한 이유를 통합당은 돌아봐야 한다. 광화문 집회를 겪으면서 전광훈과 태극기부대 등 극우 세력이 얼마나 몰상식하고 반사회적인지 면모가 백일하에 드러났다. 이들 극우와 극단주의 세력을 대변해온 ‘과거’ 때문에 통합당이 다시 내몰리는 것이다. 여전히 “많은 국민들이 극우 세력과 통합당을 한 몸으로 생각한다”(하태경 통합당 의원)는데 “그냥 무시하고”(김종인 비대위원장) 넘어갈 게 아니다. 행동으로 절연하지 않는 한 ‘극우 정당’이란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극우와 가는 길이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내부의 잔존 세력부터 정리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진정 “새로운 미래를 여는 정당”으로 거듭나려면 무엇보다 먼저 이 어두운 과거와 단호히 단절해야 한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9020300045&code=990100#csidx94ffd6130299761b9c7d9295352d16b onebyone.gif?action_id=94ffd6130299761b9c7d9295352d16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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