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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진 칼럼

[회원칼럼-권혁순 강원일보 논설주간] 독 있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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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68회 작성일 2020-09-2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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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존중하는 말 한마디는 듣는 이를 움직이고 세상을 훈훈하게 한다. 반상(班常)이 엄격하던 시절 양반 둘이 김씨네 푸줏간에 들어왔다. 한 양반은 “이봐 백정, 쇠고기 한 근 줘” 했고, 다른 양반은 “이보게 김씨, 나도 한 근 주시게” 했다. 백정은 말없이 한 근을 달아 먼저 양반에게 줬다. 다른 양반에게는 “어르신, 여기 있습니다” 하며 육질 좋은 고기를 공손히 건넸다. 먼저 양반이 “왜 고기가 다르냐”며 화를 내자 백정은 이렇게 답했다. “그쪽은 백정이 자른 것이고 이쪽은 김씨가 자른 것이라 그렇습니다.”(김태익, 존댓말의 힘)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고운 법이다. ▼아프리카 어느 부족은 나무가 잘못 자라 쓸모없게 됐을 때 톱 대신 쓰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온 마을 사람이 모여 나무를 향해 증오와 저주의 말을 퍼붓는 것이다. “너는 살 가치가 없어!” “우린 널 사랑하지 않아!” “차라리 죽어버려!”…. 나무에 상처가 될 말을 계속하면 나무는 시들시들 앓다 말라 죽는다고 한다. 독이 들어 있는 인간의 말은 이렇게 무섭다. ▼앞뒤를 가리지 않은 말은 엄청난 상처를 남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씨의 병역 특혜 의혹을 덮으려는 여권의 옹호 발언이 도를 넘었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16일 “(서씨는)'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는 것이 군인의 본분'이라는 안중근 의사의 말을 몸소 실천한 것”이라는 공식 논평을 냈다. 여당 내에서도 “지나쳤다”는 자성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정치권 안팎에서 어처구니가 없다 못해 기가 차다는 반응이 나온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금도를 넘어선 최대의 망언”이라며 “정신 줄을 놓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온라인에는 여당이 자기 편을 지키기 위해 미쳐가고 있다는 표현까지 등장했다.▼“예(禮)가 아닌 것은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행동하지도 말라”는 공자(孔子)의 말씀을 상기하지 않더라도 독이 들어 있는 정치인들의 막말 정치는 싸움터일 뿐이다. 


원문보기 http://www.kwnews.co.kr/nview.asp?aid=22009200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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