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칼럼-권혁순 강원일보 논설주간] 이건희 회장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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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51회 작성일 2020-10-30 09:35본문
19세기 미국의 시인이자 철학자인 에머슨은 “사람은 누구나 그가 하는 말에 의하여 그 자신이 평가받는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말 한마디가 남 앞에 자기의 초상을 그려 놓는다”고 했다. 사람들은 흔히 '돈 안 드는 말'이라고들 하면서도 막상 좋은 말에 인색하다. 사소한 시비가 돌이킬 수 없는 사건으로 비화되는 경우도 말 한마디에서 기인할 때가 많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고 했다. 이른바 '말의 품격'이다. 현실과 내세우는 구호가 서로 다르면 말의 품격은 떨어진다. 물가가 오르면 화폐가치가 떨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중국 춘추시대 노나라의 자로는 스승 공자에게 “정치를 하게 된다면 무엇부터 시작하겠습니까?”라고 물었다. 공자는 “꼭 이름을 바로 세우는 것(正名)”이라고 답했다. 공자의 정명론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말의 품격을 제대로 갖추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실질과 어긋나는 허울만을 추구하는 경향이나 명분을 실질로 오인하는 경우에는 정명론에 반한다.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자 생각을 공유하고 행동을 이끄는 좌표와 같다. 강제보다 설득에 의존하는 민주 정치에서 말의 힘은 특히나 중요하다. 고대 아테네시민들은 말하기 공부를 했다. 광장의 민회에서 여론을 설득하기 위해 기본기를 갖추고자 한 것이다. ▼남을 배려하고 감동 있는 말은 조직에 새바람을 일으키며 혁신을 불러온다. 지난 25일 작고한 이건희 회장이 삼성 경영을 물려받은 뒤 한 말이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라”고 했다. 삼성을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만든 '신경영 선언'이다. 이 회장의 삼성은 반도체와 휴대폰 부문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 1등이 됐다. 1등 기업을 일궈낸 리더의 말 한마디가 조직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 그래서 “말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가슴 안에 저장되고 그것이 미량으로 쌓이면서 힘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사람은 누구나 공과가 있기 마련이지만 지금 시기는 이 회장이 강조한 혁신이 필요한 때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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