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칼럼-권혁순 강원일보 논설주간] '지구를 옮기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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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13회 작성일 2020-12-16 10:44본문
코로나19로 경제 상황이 모두 어렵고, 사회 지도층의 일탈과 구설까지 겹쳐 이래저래 우울한 12월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9일 오후 3시50분 강원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나타난 50대 남성이 6,000만원이 든 종이가방을 놓고 사라졌다. “누군가 전달해 달라고 해서 왔습니다”라는 말 한마디만 남기고. “속초시 20명, 인제·고성·양양군 10명 내외의 독거노인 혹은 소년소녀가장 50명에게 나눔을 실천해 달라”며 “한 사람당 한 달에 10만원씩, 1년간 총 120만원이 전달되길 바란다”고 적힌 A4용지 편지 한 장이 종이가방 안에 들어 있었다. 그야말로 '얼굴 없는 기부천사'다. ▼기부는 아름답다. 그러나 남이 할 땐 박수 칠 수 있어도 내가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기부는 타인을 경유해 자신에게 돌아오는 행복이다. 기부는 주는 이와 받는 이 모두에게 감사와 행복감을 느끼게 해 주고, 이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공동체를 따뜻하게 만들어 준다. 기부는 점점 더 갈라지고, 부딪히고, 각박해져 가는 우리 사회를 어루만져 주고 함께 나아가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도 있을 게다. ▼기부문화 확산은 우리의 공동체를 진전시키는 주요한 동력이 된다. 기부는 돈을 많이 가졌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천하의 부자라도 인색한 놀부 같은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이다. 김밥 팔아서, 폐지 팔아서, 보따리 장사를 해 기부한 사람들의 얘기는 그래서 더 훈훈하게 다가온다. 부자가 천국에 가기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는 성경 말씀이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맞는 얘기인 듯하다. 기부는 액수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다. ▼무거운 지구를 옮기는 방법을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세상을 오른쪽으로 1m 이동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거대한 기중기로는 어림없는 일이다. 그러나 간단한 방법이 있다. 우리의 발을 오른쪽으로 한 걸음만 옮기면 된다. 그러면 세상의 풍경도 한 걸음 옮겨지지 않겠나. 그렇다. '얼굴 없는 기부천사'가 우리 삶을 한걸음 행복한 세상으로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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