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칼럼-권혁순 강원일보 논설주간] 연말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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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41회 작성일 2020-12-28 10:09본문
사무사(思無邪)는 생각에 사특함이 없다는 뜻으로 사상이 순수하고 나쁜 뜻이 없음을 이른다. 논어(論語) 시경(詩經)에 나오는 말이다. 노(魯)나라 희공(僖公)이 말을 잘 기르는 것을 사관(史官)인 사극(史克)이 찬미한 노래다. 그중 제4장에 “다른 삿된 생각이 하나도 없으니, 말은 그저 힘차게 앞으로 치달리네”라는 구절이 있다. 특히 공자가 이 구절을 시경의 요지라 한 것으로 유명하다. ▼논어 시경에는 300편의 시가 있다. 공자는 인간의 순수한 감정이 담긴 시를 읽음으로써 바른 본성을 찾는다고 했다. 공자는 생각에 못된 마음이 없게 하는 효용을 가진다는 점에서 시경을 사무사라는 말로 요약했다고 한다. ▼김종필 전 총리는 1999년도 신년 휘호를 '일상사무사'(日常思無邪)로 정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공동정부를 형성했던 JP에게 이 휘호는 의원내각제 개헌을 바라는 복심이었다. 송태옥 시인은 “비둘기가 도덕 시간에 교실에 들어왔다/ 있음은 없음에서 나서/ 나도 너도 없는 듯 있고 있는 듯 없다며/ 노자 도덕경을 강의하는데… 비둘기도 학생일 수 있고/ 학생도 비둘기일 수 있는 것이라고… 학생들보다 노자를 먼저 깨달은 비둘기는/ 말 않고 가르치겠다며/ 말없이 교실을 떠난다/ 빈 책상자리가 있는 듯 없는 듯 휑하다”라며 '사무사'를 읊었다. 윤동주는 '서시'에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이라며 사무사를 현대시어로 옮겼다(노주석, 사무사, 2010).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듯 사무사에 대한 해석이 구구하다. 또 한 해를 접는 마지막 달도 며칠밖에 남지 않았다. 올 한 해 내내 정치판은 죽기 살기로 상대를 공격했다. 그 후유증의 상처는 국민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발전을 위한 과도기적 진통으로 치부하기에는 상대방에 대한 증오와 미움이 판쳤다. 정치권은 미움의 정치, 오만의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뼈저리게 인식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 사(思), 없을 무(無), 간사할 사(邪) 세 글자의 의미가 무겁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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