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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양상훈 조선일보 주필] 文대통령이 비겁해 보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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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03회 작성일 2020-12-2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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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문제인데 늘 뒤로 숨는 文… 박근혜가 반면교사
법적 흔적 안남기려 ‘비겁하기’ 작정한 듯… 퇴임 후 안전이 목적



시중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비겁하다”고 비난하는 얘기가 부쩍 늘었다. 비겁(卑怯)은 겁이 많다는 뜻이지만 현실에서는 자신의 문제에 정면으로 나서지 못하고 뒤로 숨는 행태를 말하는 경우가 많다. 문 대통령의 내성적 성격 자체가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노무현 대통령 때 문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사람들의 공통적인 얘기는 ‘문 대통령은 의견을 내는 적이 없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토의에 끼어들어 심지어는 언성까지 높인 주제가 없지는 않았는데, 하나는 북한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노조 문제였다고 한다. 당시 사람들 중엔 문 대통령을 ‘국정은 잘 모르고 관심사는 북한, 노조뿐인 사람'이라고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문 대통령의 이런 특성은 외향적이고 직선적인 노무현 대통령과 대비돼 더 두드러지고 있다. 두 사람을 모두 잘 아는 어떤 분은 “노무현은 다른 사람과 논쟁을 벌이며 싸우지만 상대의 말이 옳으면 과감히 수용하는 면이 있었다”며 “그런데 문 대통령은 다른 사람 얘기를 다 듣고는 자기 마음대로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자신만의 생각이 있으며 다른 사람이 옳은 얘기를 해도 자기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문 대통령 속에 든 그 진짜 ‘생각’이다. 거기에 지금 문 대통령이 비겁해 보이는 이유도 들어 있을 것이다.

경험 많은 여권 정치인 한 분은 정권 초기 “문 정권은 출범 다음 날부터 정권 재창출을 생각하고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전 정권을 감옥에 다 집어넣다시피 한 만큼, 때린 사람이 발 뻗고 잘 수 없는 것은 세상사의 이치다. 정권 연장에 실패하면 자신들에게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강박증이 있을 것이다. 정권 연장에 성공하더라도 다음 정권이 어떻게 나올지는 장담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의 ‘비겁’은 퇴임 후 안전과 관련이 있다. 문 대통령은 정권 초기부터 지금까지 변호사답게 법적으로 꼬투리를 잡힐 수 있는 어떤 직접적 말이나 흔적도 남기지 않고 있다. 청와대 내부에도 그런 회의 기록이 전혀 없을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법적 흔적을 남기는 잘못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이들의 신조가 된 듯하다. 자기 문제가 터져도 눈 딱 감고 모른 척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5부 요인(박병석 국회의장, 김명수 대법원장,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정세균 국무총리,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을 마친 뒤 마스크를 쓰고 있다. 오른쪽은 김 대법원장. 이날 법원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낸 ‘정직 2개월’ 집행정지 신청 심문이 열렸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5부 요인(박병석 국회의장, 김명수 대법원장,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정세균 국무총리,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을 마친 뒤 마스크를 쓰고 있다. 오른쪽은 김 대법원장. 이날 법원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낸 ‘정직 2개월’ 집행정지 신청 심문이 열렸다. /연합뉴스


조국 사태는 문 대통령식 ‘작심하고 비겁하기’의 부작용 사례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윤석열 검찰총장이라고 해도 법무장관 후보자를 압수 수색하는데 대통령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만약 노무현이었다면 가부(可否)나 호·불호가 분명했을 것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그 어느 쪽도 아니었다고 한다. 조국 압수 수색에 찬성했을 리는 물론 없지만 자신이 검찰의 법집행을 막았다는 흔적을 남기는 것도 싫었던 듯하다. 어정쩡한 상태에서 조국의 파렴치가 양파 껍질처럼 벗겨졌다.

문 대통령은 정권이 저지른 많은 불법적 문제들과 관계없는 듯 처신해 왔지만 세상에 ‘완전’한 것은 없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공작 증거가 어이없게 새버렸다. 울산 경찰이 무슨 실수인지 이 증거를 검찰에 덜컥 제출한 것이다. 이렇게 문 대통령 30년 친구를 울산시장에 당선시키기 위한 공작이 드러났다. 상식 있는 모든 사람이 이 선거 공작의 최종 책임자를 문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끝내 모른 척할 것이다. 어떤 비난이 빗발쳐도 법적 흔적만 남기지 않으면 된다.

한길리서치 12월 정기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는 11월 조사 44.5% 보다 6.0%p 내린 38.5%('아주 잘함' 22.6% + '다소 잘함' 15.9%)였다. 반면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는 11월의 50.9%보다 6.9%p 오른57.8%('아주 잘못함' 44.6% + '다소 잘못함' 13.2%)였다. 한편, '잘모름'·'무응답'은 3.6%였다. /한길리서치
한길리서치 12월 정기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는 11월 조사 44.5% 보다 6.0%p 내린 38.5%('아주 잘함' 22.6% + '다소 잘함' 15.9%)였다. 반면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는 11월의 50.9%보다 6.9%p 오른57.8%('아주 잘못함' 44.6% + '다소 잘못함' 13.2%)였다. 한편, '잘모름'·'무응답'은 3.6%였다. /한길리서치


그런 노력으로 드루킹 여론 조작, 울산 선거 공작, 유재수 비리 비호 사건 등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다는 증거나 증언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또 ‘구멍’이 났다. 감사원장이 정권의 위세에 굴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미처 몰랐던 것 같다.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감사에서 문 대통령이 “월성 1호는 언제 폐쇄하느냐”고 말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경제성 평가를 하기도 전에 ‘폐쇄’를 말했다. 문 대통령이 법적으로 책임져야 할 발언 중 공식적으로 드러난 것은 이것이 거의 유일할 것이다. 월성 1호 평가 조작의 실질적 최종 책임자는 두말할 것도 없이 문 대통령이다. 그런데 이번 경우엔 아마도 처음으로 문 대통령이 법적인 흔적까지 남긴 것 같다. 이 흔적이 문 대통령을 급하게 만들었을까. 문 대통령이 마침내 추미애 뒤에서 나와 정권 불법을 수사하는 윤 총장을 징계하는 데 직접 관여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대법원장, 헌재소장 등을 불러 모은 것도 이 연장선상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 징계마저 비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 총장은 문 대통령이 직접 ‘그만둬달라’고 말하면 당장 그만둘 것이다. 하지만 자기 입으로 말했을 때 나중에 생길지도 모를 법적인 문제를 걱정하는 것 같다. ‘자기 수사를 막기 위해 검찰총장을 경질했다’는 것은 국정 농단이 된다. 이런 고민이 만든 희극이 ‘총장 정직 2개월’이다. ‘내가 말할 수 없으니 제발 알아서 나가달라’고 사정하는 것이다. ‘작심하고 비겁하기’가 문 대통령의 퇴임 후 안전을 지켜줄지 지켜볼 일이다.

원문보기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0/12/24/C2QESIOVABH25MWZ3343KKRVCQ/?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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