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칼럼-권혁순 강원일보 논설주간] 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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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82회 작성일 2020-12-24 10:53본문
지석영은 1855년 서울 낙원동 중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의 친구였던 한의사 박영선에게 한문과 한의학을 배웠다. 일본을 통해 종두법을 배운 박영선이 지석영에게 종두법을 소개해줬다. 천연두 예방법을 익힌 지석영은 1879년 12월25일 충주 처가에서 두 살 난 처남에게 두묘(痘苗·천연두 백신)를 접종했다. 국내 최초의 백신 접종이었다. 이듬해 2월에는 자신의 자녀들에게 종두법을 시행했다. 가족에게서 안전성을 확인한 그는 본격 종두법 보급에 나섰다. ▼백신은 감염 전 인체에 병원체를 주입해 면역을 갖게 하는 의약품이다. 당연히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래서 여러 차례 임상실험이 실시된다. 그래도 백신 신약을 접종할 때에는 두려움이 없을 수 없다. 지석영이 처남에게 우두를 접종할 때 그의 장인은 “우두는 서양인이 조선인을 죽이려고 만든 것인데 내 아들한테 놓는다니…”라며 펄쩍 뛰었다고 한다. ▼요즘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에 논란이 일고 있다. 수십 년간 사용돼 온 독감 백신과 달리 코로나19는 이제껏 한 번도 겪지 못한 바이러스여서 여러 단계 임상실험을 거친 백신이라 하더라도 일반 대중에게 보편 접종했을 때 예상치 못한 상황과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영국, 미국, 캐나다 등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안전성 검증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독자 백신을 개발해 자국 국민에게 접종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주요 국가들이 백신 선 구매로 경쟁할 때 면역 효과와 가격 등을 따지다 백신 구매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나. 그렇다고 백신을 개발한다는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청와대 관계자가 최근 8·15 보수 집회 참가자들이 코로나19를 확산시켰다며 '살인자'라 불렀다. 적기에 백신을 확보하거나 개발도 못 해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는 정부를 '살인자'라고 부른다면 정부는 무슨 답변을 내놓을까. 대한민국이 코로나19 방역의 선진국, 'K-방역'에 자만하는 사이 백신 접종과 개발의 후진국으로 전락하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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