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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양상훈 조선일보 주필] 高宗 허세 생각나는 文의 6조 경항모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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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05회 작성일 2021-01-0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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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통령, 쇼정권이라지만 6조~10조원 들여 필요도 없고 군 전력 해치는 경항모 쇼까지 할 줄은 몰랐다


고종이 1903년 3400t급 군함을 해외서 구입했다는 의외의 사실을 조선일보 박종인 기자 글에서 읽었다. 함선은 80mm포 4문으로 무장했다. 지금 한국의 해군 차기 호위함이 2800t급에 길이가 122m에 달하니 3400t급이면 상당한 규모의 군함이다. 당시 조선은 세계 최빈국이었다. 말이 나라지 이미 붕괴한 상태였다. 해군은 물론이고 육군조차 유명무실했다. 그런 처지에 왜, 무슨 돈으로 운용하려고 3400t급 군함을 구입했을까. 답은 당시 국방장관의 상소에 있다.

국방장관은 고종에게 “대한제국은 3면이 바다인데 군함 한 척이 없어 이웃 나라에 수치스럽다”고 했다. 군 작전상 필요에 대한 언급은 없고 ‘부끄러워서’ 군함을 사자고 했다. 그해 4월에 이 군함이 제물포항에 들어왔다. 양무(揚武)호다. 그런데 양무호는 단 한 번도 군 작전에 투입된 적이 없다. 항해 자체가 없었다. 애초에 작전용이 아니라 과시용이었다. 첫 번째이자 아마도 유일했을 임무는 고종 즉위 40년 경축 예포 발사였다고 한다. 그나마 발사하지도 못했다. 알고 보니 적당히 수리한 고물선이었다. 여기에 한 해 국방 예산 4분의 1을 탕진했다. 관리비와 이자도 내지 못했다. 고종은 군복까지 외국에서 수입했다. 그에게 군은 허세 부리는 과시용이었다. 요즘 말로 하면 쇼의 도구였다.

완쪽 사진은 의전 행사용으로 전락한 태국의 경항모. 오른쪽은 한국 해군 대형 상륙함 독도함.
완쪽 사진은 의전 행사용으로 전락한 태국의 경항모. 오른쪽은 한국 해군 대형 상륙함 독도함.


문재인 정부가 함재기 10여 대인 경(輕)항공모함을 도입한다고 한다. 전문가들의 반대로 주춤하는 듯하더니 결국 경항모 사업을 군 중기 계획에 기어이 포함했다. 국민 세금이 6조원대나 드는 사업이다. 실제로는 10조원이 넘을 것이다. 이 소식을 듣고 고종의 양무호가 떠오른 것은 이 경항모의 군 작전상 소요가 무엇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항공모함은 기본적으로 광대한 해역의 제공권을 장악하기 위한 전력이다. 미국 영국 구(舊)일본 러시아 프랑스 이탈리아 등 바다가 넓고 해외 영토를 가졌던 나라들에 필요했다. 최근 중국이 이에 가세하고 있고 일본도 항모 재건에 나섰다. 중국은 해안선 길이만 1만km에 이르고 일본은 EEZ(배타적 경제 수역)가 우리 8배가 넘는다. 규슈에서 태평양 미나미도리시마까지 1800km에 달한다. 우리는 지켜야 할 바다가 넓지 않다. 육상 기지에서 발진한 전투기들이 동, 서, 남해 EEZ 어디든 빠르게 도달한다. 공중 급유기 도입으로 독도, 이어도도 충분한 작전 범위 안에 들어왔다. 우리나라 자체가 항공모함이다.

정부는 경항모로 동남아 해상 교통로를 보호한다고 한다. 해상 교통로 보호는 미국을 필두로 한 국제사회 전체의 과제다. 믈라카(옛 말라카) 해협과 같은 해상 교통로를 가로막는다면 전 세계에 대한 선전포고인데 지금 그럴 나라가 어디에 있나. 경항모 한 척으로 해상 교통로를 지킨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항모는 스스로를 지킬 수 없어 구축함 잠수함 등과 전단을 이뤄야 한다. 별도 조기경보기도 필요하다. 북의 위협에 대응하는 것도 바쁜 우리가 이렇게 할 수 있나. 무엇을 하겠다고 이 막대한 돈을 퍼붓는다는 건가.

정부는 북한 미사일이 우리 공군 기지를 파괴할 경우에 대비한다고 한다. 우리 공군력의 95%가 육상에 있다. 전투기 10여 대를 탑재하는 경항모 전력은 5%도 안 된다. 경항모에 쓸 6조원이면 전력의 거의 전부가 있는 공군 기지 방어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사거리가 수백km에 달하는 초음속, 극초음속 대함 미사일 개발도 빨라지고 있다. 만약 중·일의 항모가 우리 영해를 위협한다면 곧 개발할 우리 초음속 대함 미사일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중·일은 이미 초음속 대함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경항모는 작전상 이득은 작고 위험은 매우 큰 6조짜리 대형 표적이다.

더 황당한 것은 경항모용 F-35B 전투기를 구입한다며 기존 F-35A 전투기 구입을 뒤로 미룬다는 것이다. 수직 이착륙기인 F-35B는 값이 F-35A보다 무려 50%나 비싸지만 성능은 더 떨어진다. 북한 지하 벙커를 파괴할 1t급 대형 폭탄은 실을 수도 없다. 작전 반경도 훨씬 짧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절대적으로 F-35A인데 경항모 도입한다고 이 핵심 전략 무기 구입을 미룬다는 것이다. 미루다 흐지부지될 것이다. 김정은이 가장 좋아할 소식이다.

경항모 도입 발표는 일본이 헬기 항모를 F-35B 탑재 경항모로 개조한다고 공개한 이후에 나왔다. 비전문적이고 유치한 경쟁 심리라고 생각한다. 고종 시절에 비유한다면 ‘일본에 비해 폼이 안 난다’는 것 아닌가. 실질 작전용인가 허세용인가. 태국이 허세용 항모를 도입했다가 왕실 의전용으로 쓰고 있다. 경항모급 크기인 독도함은 이미 아시아 최대 ‘행사용’ 함정이라고 불린다. 항해 일수보다 항구 정박 일수가 훨씬 길다. 이런 배가 또 하나 늘게 됐다. 그래도 예산 6조원을 따게 된 해군은 좋아하고, 반대해야 할 공군은 문 대통령 눈치를 보고 있다. 쇼통령, 쇼정권이라고 했지만 6조~10조원을 들여 필요도 없고 군 전력을 해치는 경항모 쇼를 할 줄은 몰랐다.

원문보기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1/01/07/GFHGEYQWJBERLAABFDKT4UO2UY/?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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