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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칼럼-김명수 매일경제 논설실장] 증시 밸류업, 민주당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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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76회 작성일 2024-05-07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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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상속세율에
재계 2~3세는 승계 대신
기업 팔거나, 해외 이전검토
증시 재평가 발목 잡기도
野, 이 난제 풀면 수권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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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증시 비전은 '주가지수 5000시대'이다. 지난 대선 기간은 물론 올해 4·10 총선에서도 드러난다. 코리아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는 '산업전환'과 '투명성 강화'에 달렸다며 이 조건이 갖춰지면 코스피가 4500에서 5000까지 갈 수 있다고 한다. 구체적 방법은 대규모 정부 투자를 통한 기업들의 고부가가치 업종으로의 전환과 주가조작세력 처벌을 통한 자본시장 투명성 강화다.

이것만 갖고는 산업전환과 투명성 강화는 이뤄지지 않는다. 세계 최고 수준인 상속세율을 고치지 않고서는 힘든 목표다. 한국 상속세율은 최고 50%이지만 기업 최대주주의 경우 60%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상속세율인 15% 대비 4배다. 이러니 기업들은 해외이전마저 고민한다. 승계를 꺼리는 2~3세도 적지 않다. 창업자나 부친을 옆에서 지켜보니 자신들은 그런 힘든 일을 하기 싫다. 자칫 감옥에 갈 수도 있는데 "굳이 내가 그런 일을 왜 떠맡나"라는 감정이 현실이다. 2~3세들의 최선호 직업은 '건물주'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물론 경영능력이 안 된다면 경영에서 손 떼는 게 옳다.

상속세율이 양도소득세율보다 높으니 기업을 팔도록 부추긴다. 양도소득세율은 27.5%로 최대주주 상속세율의 절반도 안 된다. 두 세율 차이인 32.5%포인트 만큼 기업을 싸게 팔 여력이 생긴다. 시너지 효과가 나는 기업에 팔리고 2~3세보다 능력 있는 경영인이 그 회사를 운영하면 개선이다. 그러나 인수목적이 단지 세율 차이만큼 벌려는 것이라면 산업전환은커녕 주가 상승도 어렵다.

승계 희망 2~3세들은 상속·증여세 부담에 불법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막대한 승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불공정거래에 손대고, 최대주주에게 이득이 되지만 소액주주에 손실이 가는 행위도 한다. 자본시장의 '투명성' 저해요인이 바로 세금부담인 셈이다.

최대주주들은 상속세 부담 때문에 주가 상승을 꺼리기도 한다. 주주환원을 확대하면 주가가 올라 상속세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결국 세금 부담을 줄여준다면 그만큼 주가 부양 여력이 생긴다. 


상속이나 증여가 빨라지면 세대교체도 활발해질 수 있다. 그 속도만큼 고성장업종으로의 전환도 속도를 낼 수 있다. 현실은 다르다. 한국 10대 수출 업종을 보자. 2014년 대비 1개만 교체됐다. 플라스틱업은 빠지고 2차전지가 포함된 정밀화학업이 그 자리를 채웠을 뿐. 기업은 안주하고 있고, 산업은 역동적이지 않은 것이다.

상속세는 '부의 세대 간 이전'을 억제해 불평등 확대를 막는 세금이다. 상속세를 잘못 건드리면 헌법보다 무섭다는 국민정서법 위반이다. 요즘 우리 국민은 자기 세대보다 자녀 세대에서 부의 불평등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느낀다. '부자감세 반대'를 당의 강령처럼 여기는 야당이 섣불리 상속세율 인하를 꺼내지 못하는 이유다. 상속세 감소 효과를 알고 있으면서도 '부자감세'로 몰기도 한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선거 때마다 '주가지수 5000시대'를 외치는 이재명 대표가 나서 보면 어떨까. 부자감세라고 피하기보다는 국민을 설득시킬 방안을 찾아보라. 가령 2~3세가 기업승계를 희망할 경우 상속세 부담을 줄여주는 대신 사회적 불평등 완화 조치를 부여할 수 있다. 스웨덴의 노사정 대합의인 '살트셰바덴협약'이 그런 사례다.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 이 난제를 피하면 증시 밸류업은 여기서 멈출 것이다. 난제를 풀 능력이 없다면, 적어도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라도 막지 않는 것이 옳다. 


원문보기 : https://www.mk.co.kr/news/columnists/11004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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