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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임성원 부산일보 논설실장] 기후변화의 역습, 부산은 준비돼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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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06회 작성일 2021-02-2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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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오래전 스릴러 영화 제목이지만 2020년 여름 부산의 바다도 공포로 기억에 남아 있다. 제9호 태풍 ‘마이삭’, 제10호 태풍 ‘하이선’ 등 예년보다 훨씬 강력해진 태풍이 잇따라 부산을 급습했다. 해안가 빌딩의 유리창이 박살 나고, 해안도로는 침수되고 침식됐다. 강풍과 집중호우에 이르기까지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의 역습이 곳곳에서 감지된 지난여름이었다.
 

문제는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태풍은 갈수록 더 잦게 더 세게 부산에 들이닥칠 것이고, 강풍과 집중호우는 그 기세를 더할 것이라는 게 기상 전문가들의 우울한 전망이다. 지난여름 산더미처럼 덮쳐 오는 파도를 보며 미감을 느꼈다면 지나친 호사인가. 근대학문으로서의 미학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 임마누엘 칸트(1724~1804)는 태풍, 폭풍우를 몰고 오는 구름, 황량하고 거친 바위산 등 자연의 위협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면서 동시에 경외감을 갖게 되는 감성을 일러 숭고미(崇高美)라 이름했다. 기후변화는 자연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인간을 돌아보게 한다.


더 세지는 태풍, 강풍, 집중호우

지구온난화에 따른 자연의 복수?

기후재앙은 신종 감염증까지 불러

2050년 탄소중립, 인류엔 발등의 불

지방소멸 탓 개발에 올인하는 부산

지역의 미래 위해 ‘환경적 각성’ 필요


바닷가에 사는 부산 사람들에게 익숙한 미의식 중 하나가 숭고미다. 화끈하고 화통한 부산 사람들의 기질도 휘몰아쳐서 해안을 때리고 연안을 휩쓸어 버리는 바다를 닮았고, 개방성 도전성 진취성 다양성의 해양문화를 낳았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의 역습 앞에서 부산은 얼마나 잘 준비되어 있을까. 그린피스 한국사무소에 따르면 지난해 이 단체의 활동에 참여한 시민은 총 1만 2835명으로 전년보다 5.5배 늘었다고 한다. 신규 후원자도 40% 늘었는데, 특히 태풍·집중호우 피해가 컸던 8~9월에 전년 동기 대비 44% 이상 는 것은 한 시사점을 준다.


재앙은 번번이 겹쳐 온다(禍不單行)고 했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기후변화의 역습이 상당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는 주장이 확산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도 최근 펴낸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에서 앞으로 30년 안에 기후변화의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면 지구 전체가 내전과 사회혼란을 겪을 수 있으며, 코로나에 비견할 만한 인명 손상과 경제적 고통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후변화의 역습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합의가 ‘2050년 탄소중립’이다. 지구온난화를 부르는 탄소 순배출을 2050년까지 ‘0(Zero)’이 되게 하는 ‘넷 제로(Net Zero)’를 달성하자는 것이다. 지금부터 불과 30년 안에 달성해야 할 목표이고 보면 매년 배출되는 510억t의 온실가스 처리는 ‘발등의 불’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 파리기후협약 재가입부터 서두른 것은 기후변화라는 사안의 급박성을 웅변한다.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ESG가 기업 경영의 뉴노멀로 자리 잡은 지도 오래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ESG 경영’이 글로벌 시장의 화두로 떠올랐고, 유럽연합(EU) 의회는 EU 내 기업뿐 아니라 EU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환경과 인권 등에 관한 실사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올 2분기 이내에 제정할 태세다.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상품 팔아먹을 생각을 아예 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런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부산을 들여다보면 답답하기만 하다. 지방소멸 위기 속에 일자리를 창출할 개발 위주의 계획이 아니면 거들떠보지 않게 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변화해야 할 시기마저 놓친다면 부산은 이대로 영원히 뒤처지고 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4·7 부산시장 보궐선거의 여야 본선이 다음 달로 다가왔지만 부산의 장래를 준비하는 노력은 잘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정부 방침에 따라 부산시도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내놓았지만 예산이나 사업계획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민사회의 분위기도 예전 같지 않다. 1980년대 민주화 시기를 넘어 1990년대 지방자치 시대를 맞아 분출하던 지역 시민운동의 열기가 올해로 지방자치 부활 30주년을 맞았지만 잘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부산의 미래를 예비하는 리더십이 부재한 인상이다.


빌 게이츠의 말에서 희망을 찾아본다. “기후변화와 같이 거대한 문제 앞에서 개인은 쉽게 무력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 정치인이나 자선사업가가 아니어도 각 개인도 변화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은 시민으로서, 소비자로서, 그리고 고용주 또는 직장인으로서 변화를 이끌 수 있다.” 숭고미와 관련하여 앞으로는 자연의 위협에서 느끼는 무력감보다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각성이 역사의 물줄기를 바꿀 수도 있다는 인간을 향한 경외감에 방점을 찍어 나가야 할 때다.



원문보기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1021818552398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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