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칼럼-권혁순 강원일보 논설주간] '벌떼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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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64회 작성일 2021-02-17 10:06본문
세상은 늘 '나 홀로 모델'과 '벌떼 모델'이 싸우고 있다. 나 홀로 모델은 똑똑한 사람이 자신의 힘과 능력으로 살아가는 반면, 벌떼 모델은 꽃 주변의 벌떼처럼 여러 사람이 서로 협력해 가면서 함께 살아간다. 개발도상국 시절에는 혼자 힘으로 승부하는 우아한 '나 홀로 모델'이 유효했으나 지금은 구성원 간 상생하는 벌떼 모델이 중요해진다. 아름다운 꽃만 있고 벌이 없으면 열매가 열리지 않아 결국 생태계의 순환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느 모델을 지향하고 있는가. 숨 가쁘게 '나 홀로' 달려오면서 파편화되고 있지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사회가 양극화되고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연초부터 '고용절벽'이 심상찮다. 고용노동부의 '1월 노동시장 동향'을 보면 올 1월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가 21만2,000명으로 월간으로 역대 최대다. 반면 고용보험 가입자는 증가 폭이 10만명대로 뚝 떨어졌다. 꾸준히 늘어 온 고용보험 가입자가 지난달에는 15만1,000명 증가(전년 동월 대비)에 그쳐 2004년 2월 이후 17년 만에 최저다. ▼베이비 붐 세대들이 은퇴해 노후 대책이 문제가 되고 있는 한편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청년들의 실업 고통은 더 커지고 있다. 29세 이하 고용보험 가입자는 지난해 10~12월엔 소폭이나마 증가세를 보였으나 올 들어 2만5,000명 감소세로 반전됐다. ▼세대 간 고용 불평등은 사회 안전망을 위협한다. 인턴제, 임금피크제, 탄력근무제, 사회적 기업 등 다양한 접근을 통해 그 간극을 줄여 나가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세대를 아우르는 고용 화합을 지향해야 할 때다. 고용 정체를 뚫으려면 기존 틀을 깨는 정책 디자인이 필수다. 노동시장은 물론 사회 전반이 '함께의 역동성'으로 꿈틀거려야 일자리도 움튼다. 개도국일수록 똑똑한 사람이 존경받지만 선진국일수록 따뜻한 사람이 더 존경받는다. 우리 사회 생태계도 벌떼 모델로 '내'가 아닌 '우리'를 주인공으로 만들어 가는 전환기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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