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1, 英 36, 韓 1% 접종
집단면역국끼리 새 블록 가능성
높은 백신화율이 최고 경제대책
한국 백신여권·플랫폼리드해야
코로나 백신을 접종하기 시작한 지 3개월이 되어가는 현재 발병률이 확실히 줄고 있다. 미국은 하루 21만명까지 치솟았던 게 3만명대로 줄었고, 영국도 5만명대에서 4000명대로 감소했다. 인구 14억명의 중국도 한 자릿대다. 이스라엘은 곧 집단면역(Herd Immunity)을 기대하고 있다. 백신 확보가 늦은 우리나라는 접종 횟수가 총인구의 1%대밖에 안돼 아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 접종 횟수가 인구의 3분의 1(1억700만명), 영국 36%에 비하면 크게 낮다.
이런 가운데 `백신여권(Vaccine Passport)` 논의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백신 접종자에게 백신여권을 발급해 자유롭게 오가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먼저 이스라엘, 아이슬란드 등이 백신여권을 발급했다. 이탈리아와 그리스, 스페인도 신속한 백신여권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태국, 싱가포르, 베트남도 적극적이다. 특히 중국은 지난 8일부터 어떤 종류의 백신을 언제 맞았는지, 핵산 검사와 혈액항체 결과까지 담은 증명서를 발급해주기 시작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주변국에 백신 접종 상호 인증 논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글로벌 백신표준과 플랫폼화를 주도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백신 효능이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는 데다 접종 기회가 적은 후발국에 불평등·불공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세상은 WHO의 지적처럼 한가하지 않다. 백신 역량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바뀌는 냉혹함을 막을 힘도 없다.
앞으로 백신화율이 높고 발병률이 낮은 나라, 특히 집단면역에 근접한 국가들끼리 백신여권을 인증해 자유로운 왕래가 이뤄질 수 있다. 집단면역 수준에 따라 새로운 경제블록이 탄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나라 국민은 여행도 못하고 여전히 닫힌 성곽도시(walled city)에 살아야 한다.
우리나라도 이를 감안해 백신 접종자에 대해 스마트폰에 디지털 인증서를 발급해주는 한편, 백신여권 발행도 검토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안전성을 충분히 점검한 후 백신여권을 도입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이 전략은 너무 늦게 백신 접종을 시작한 것처럼 너무 소극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백신 접종률을 최대한 높이고 발병률을 안정적으로 확 낮춰 정책의 선택지를 넓혀야 한다. 집단면역에 들어가는 시기가 빠를수록 경제를 빨리 정상화할 수 있다.
우리가 집단면역에 빨리 도달하기 위해서는 먼저 충분한 백신을 확보하고, 접종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 지금까지 확보하기로 한 백신 7900만명분으로는 부족하고 그 일정도 너무 늦다. 올해 9월까지 국민 70%까지 접종시킨 후 11월부터 집단면역에 들어간다고 하지만 백신민족주의가 불붙은 상황에서 제대로 이행될지 불투명하다. 상반기까지 1779만회분을 계약했지만 국가 간 백신 쟁탈전이 워낙 치열해 제대로 들어올지 의문이다. 실제로 인구 대비 이미 5~6배의 백신을 예약한 미국, 캐나다 등 주요국은 여전히 추가 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
우리도 좀 더 공격적으로 백신 확보에 나서야 한다. 최대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백신을 확보하되, 국내 개발에도 속도를 가해야 한다. 코로나가 올 한 해 끝나지 않고 다양한 변이 행태로 또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독감처럼 해마다 찾아올 수 있는 만큼 우리 기술로 백신을 개발해 언제든 안전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진단키트, 치료제 부문에서 이미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백신 개발에서도 코끼리에게 비스켓 주듯 하지 말고 과감히 지원해야 한다. 이를 통해 당당히 `백신주권`을 확보했으면 한다.
아울러 우리 강점인 블록체인과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백신여권의 표준화와 플랫폼을 리드하는 큰 그림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만나고 싶은 사람을 자유롭게 만나고, 마스크 없이 편안히 숨 쉴 수 있는 대한민국이 빨리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