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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진세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사무총장] 선량(善良)을 선량(選良)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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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73회 작성일 2021-04-0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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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범처럼 변화가 현저한 동물도 드물다. 새끼는 못생기고 초라하다. 장성하면 어느새 늠름하고 화려하게 변한다. 길고 가늘었던 털도 아름다운 무늬와 광채를 갖춘다. 『주역(周易)』이 “군자는 표변(豹變)하고 소인은 혁면(革面-겉모습만 바꿈)한다”고 통찰한 이유다.

혁면의 다른 표현은 변색(變色)이다. 상황에 따라 색깔만 바꾸는 행위를 가리킨다. 그래서 변색은 변절(變節) 혹은 훼절(毁節)의 뜻으로 사용된다. 중국 황제들은 종종 ’변색‘을 주제로 신하에게 시를 쓰게 했다. 변색을 얘기하면서 변절을 경계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청(淸)나라 황제 건륭(乾隆)이 강남(江南)을 유람할 때다. 갑자기 신하들에게 ‘학(鶴)을 노래하라”고 명했다. 재사(才士) 풍성수(馮誠修)가 나섰다.

“학 한 마리가 날아온다.

주사(朱沙)를 목에 두르고 눈(雪)으로 옷 입었네

(眺望天空一鶴飛, 朱砂爲頸雪爲衣)”

황제가 돌연 “흰 학 말고 검은 학!”이라고 외쳤다. 풍성수는 일각의 지체도 없이

“먹이를 찾느라 늦게 돌아왔는가,

왕희지가 붓 씻는 연못에 잘못 떨어졌구나

(只因覓食歸来晚, 誤落羲之洗硯池)” 라고 덧붙였다. 백학이 순식간에 검은 학이 됐다. 황제는 무릎을 치며 감탄했다.

명나라 재상 해진(解缙)이 영락(永樂)제를 모시고 화원을 산책했다. 황제가 맨드라미를 주제로 시 한 수 지으라고 명했다.

해진이 “맨드라미는 본시 연지처럼 붉은데(鷄冠本是胭脂紅)”라고 운을 떼자, 황제는 “붉은 색 말고 흰색!”이라고 가로막았다. 해진은 태연하게

“오늘은 어인 일로 화장이 옅어졌는고,

새벽을 알리려고 오경(새벽 3시~5시)까지 기다리다,

머리 한 가득 서리가 내렸는가?

(今日爲何成淡妝, 只因五更貪報曉, 至今戴却滿頭霜)”

라고 노래했다. 붉은 맨드라미를 순식간에 흰색으로 만든 셈이다.

시인의 변색은 풍류요, 범인(凡人)의 변색은 무죄일 수 있다. 허나 정치인은 다르다. 정당한 이유 없는 변색은 변절이다. 변색이 거듭됐다면 더 볼 것도 없다.

한 언론사가 초대(1948)부터 19대(2012)까지의 지역구 국회의원 3837명의 직업, 학력 등을 전수 조사한 적이 있다. 조사 결과 대졸 이상이 80%를 넘었다. 경제계-관계-정계-학계-법조계-언론계 순으로 숫자가 많았다.

선량(選良)의 학력과 경력은 이처럼 줄곧 화려했지만 세상은 깨끗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부패는 교묘해졌고, 권력 남용은 확대됐다. 그 결정판이 LH 비리다.

좋은 선량은 누구일까.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자,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면 이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자는 일단 합격이다, 말을 자주 바꾸거나, 거짓말 이력이 많은 자는 걸러내야 한다.

좋은 후보 고르기는 만만치 않다. 완벽하진 않지만 크게 실수하지 않을 방법은 있다. 약간의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우리 미래와 직결된 선택이니 이 정도의 노력은 감수할 가치가 있다.

후보자의 과거 발언과 행적을 검색한 뒤 시기별로 정리한다. 구멍이 의외로 쉽게 드러난다. 검증된 언론 3~4개 사의 보도를 꼼꼼하게 비교해야 한다. 그래야 거짓 뉴스에 속지 않는다. 매니페스토 감시 단체가 작성한 ‘공약 평가와 공약 이행 자료’까지 찾아본다면 금상첨화다.

서울·부산 시장 보선이 다음 주다. 대선도 내년 초다. 유권자의 판단 기준이 후보자의 학벌이나 과거 지위가 돼선 곤란하다. 선량(善良)함과 정직함만 따지자. 그래야 우리 공동체를 지킬 수 있다. 선량(善良)을 선량(選良)하자!

원문보기 https://www.kyongbuk.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73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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