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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임성원 부산일보 논설실장] '이 환장할 봄날'에 지방의 몰락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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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65회 작성일 2021-03-2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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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라는 지방대학 위기에 관한 불길한 예언이 올해 들어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부산 금련산 자락에 만개한 벚꽃 모습. 부산일보 DB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라는 지방대학 위기에 관한 불길한 예언이 올해 들어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부산 금련산 자락에 만개한 벚꽃 모습. 부산일보 DB
 

벚꽃이 꽃망울을 툭툭 터트리고 있다. 봄볕을 충전한(?) 벚꽃은 밤에도 하나둘 환한 꽃등을 켠다. 이러다가는 부산이 온통 벚꽃에 점령당할 듯 그 기세가 사뭇 맹렬하다. 해가 다르게 개화를 알리는 화신이 빨라지는 인상이다. 봄소식에 마냥 가슴 설레야 하는지 의문이 드는 것은 춘하추동 철철이 기후변화에 노출된 탓이다. 어느 시인의 표현처럼 ‘이 환장할 봄날’에 또 다른 걱정도 슬며시 고개를 든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라는 예언이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다’라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상념을 일으켜서다.


상아탑과 대학가를 진원지로 하여 점차 시중에 퍼진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예언은 올봄에 들어와 구체성을 띠기 시작했다. 정원을 미처 채우지 못하는 바람에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이 불온한 소문이 마침내 현실의 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부산의 대학들이 올해 들어와 ‘역대급 추가모집’에다 ‘말 못 할 최종 등록’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빚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

어느덧 현실화한 지역대학의 위기

정원 축소·학과 폐지 구조조정 바람

대학 다음엔 어디가 무너질까

지역의 모든 영역 힘 모아야 할 때

공동운명체 의식 다져야 활로 생겨


2021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수시모집 논술고사를 마친 수험생과 가족들로 붐비고 있는 부산대 앞 거리. 부산일보 DB 
2021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수시모집 논술고사를 마친 수험생과 가족들로 붐비고 있는 부산대 앞 거리. 부산일보 DB


부산의 4년제 대학 14곳(전체 15곳 중 부산교대 제외)이 올해 4626명을 추가로 모집했다고 한다. 정시 모집 인원의 40.8%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지난해(1266명)보다 무려 3.7배나 늘었는데, 전국 4년제 대학 162개교의 평균 2.6배와 비교하면 그 심각성이 두드러진다. 추가모집의 결과는 어떠할까. 정원보다 한참 못 미치는 수준으로 신입생을 충원했을 것이라는 소문만 무성하다. 많게는 수백 명대의 미달사태가 벌어졌다는 사실을 대놓고 알릴 수 없었기에 그렇다.


지방과 수도권의 격차만큼이나 대학에서도 ‘기울어진 운동장’ 현상이 완연하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똑같은 위기 상황을 맞았지만 한숨 돌릴 틈이 있는 ‘인 서울’ 대학과는 달리 지방대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수도권 대학이 오래된 중앙집권의 기세를 몰아 신입생마저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대 입학 예정자를 차례로 쓸어 담는 바람에 벚꽃 피는 순서대로 정원 미달 사태의 홍역을 앓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부산지역 대학이 구조조정 압박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로, 새삼스럽지도 않다. 벌써 정원 축소와 학과 통폐합 따위가 진지하게 거론되는 마당이다. 등록금 수익에 구멍이 난 터라 학교 운영도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 월급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교수들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심지어 학교법인의 재산권 행사가 앞으로 가능할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고 하니 더 할 말이 없게 됐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지방대가 겪는 이런 악순환은 ‘재정 몰아주기’를 비롯하여 그동안 펼쳐 온 수도권 대학 중심의 정부 교육정책에 기인한 바 크다.


부산의 소중한 자산인 대학의 몰락은 부산이라는 도시의 몰락에 다름 아니다. 먼저 수도권 대학으로의 신입생 유출은 지역인재 유출이자 지역청년 유출로 ‘부산소멸’을 가속할 게 뻔하다. ‘대학 도시’ 부산의 명성도 위태로운 처지에 놓였다. 부산에는 4년제 대학 15곳, 전문대 8곳(원래 9곳에서 동부산대 폐교로 1곳 감소)이 있으며 대학 구성원만 20만 명쯤이다. 인구로는 웬만한 자치구와 맞먹을 정도다. 더욱이 교육과 연구개발이라는 대학 본연의 가치를 생각할 때 지역 대학의 몰락은 부산의 미래 가능성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


문득 ‘러시안룰렛’ 게임이 떠오른다. 다음에는 지역의 어느 부문을 향해 방아쇠가 당겨질까. 부산 인구수는 1995년 389만 2972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 올 2월 현재 338만 7761명으로 내려앉았다. 게다가 출생률 전국 최하위로 소멸위험지수는 악화일로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전국 평균 3721만 원에 크게 못 미치는 2741만 원으로 꼴찌에서 두 번째다.

지역 여론을 대변할 언론이라 해서 상황이 녹록지는 않다. 강고한 중앙집권체제 아래 자치분권이 지리멸렬하면서 지역언론이 가는 길도 가시밭길의 연속이다. 부산의 사활이 걸린 가덕신공항 건설, ‘경부선 지하화’ 등 국책사업마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수도권 언론이 사사건건 딴지를 걸고 있지만 세가 불리한 쪽은 역시 지역언론이다. 수도권 언론에 ‘절 모르고 시주’하는 일도 여전하다.


부산말로 ‘지 팔 지 흔들기’의 각자도생으로는 시쳇말로 ‘노답’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언론 등 각 부문이 유기적으로 지방소멸에 대응해도 시원치 않을 터인데 다른 부문의 어려움을 애써 외면하는 게 지역의 습관이 되고 관행이 되었다. 한 부문의 어려움을 부산의 모든 부문이 한데 뭉쳐 대응하는 공동운명체 의식이 실로 절실하기만 하다. 이런 판에 ‘막가파식 진흙탕 싸움’으로 흐르고 있는 부산시장 보궐 선거전을 보노라면 한숨만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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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보기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1031818403515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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