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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권혁순 강원일보 논설주간] '코로나 장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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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87회 작성일 2021-04-27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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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실직 상태에 있는 한 20대 주부는 3개월 된 갓난아기가 배고파 울며 보채자 할인매장에 들어가 아기의 우유 등을 정신이 나간 것처럼 훔치다 붙잡혔다. 어느 40대 노숙인은 매장에서 2만4,000원짜리 갈비를 들고 달아나다 붙잡혔다. 고기가 하도 먹고 싶어 구워 먹을 곳도 없는데 나도 모르게 손이 갔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2003년 11월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언론 보도를 보면서 가슴이 미어지며 팍팍하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고충이 머리를 스쳤다. 돈이 없어 그랬다는 말에 정신이 멍해졌다. 아기 우유가 없자 그 주부는 죄의식도 없이 아기에게 먹일 것을 집어 들고 나왔을 것이고, 그 노숙인은 한 점의 고기가 얼마나 먹고 싶었기에 그랬을까. 우리가 하기 좋은 말로 이야기하는 생계형 범죄자인 것이다. ▼지금 이와 유사한 일들이 이 땅에 넘치고 있다. 지난달 2일 한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다. 춘천시의 한 무인(無人) 상점. 한 60대 남성이 과자와 캔커피 등 9,000원어치를 훔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조사 결과, 그는 2020년 12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10차례에 걸쳐 과자·음료수 등을 훔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자영업을 했던 그는 2017년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치료비 4,000만원을 대느라 재산을 모두 소진했다고 한다. 최근까지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려 이력서를 여러 곳에 넣어봤지만 모두 탈락했다. 그는 “심혈관 질환 약을 먹어야 하는데 빈속에 먹을 수가 없어 식료품을 훔쳤다”고 했다. ▼코로나19 장기화 속 생계형 범죄에 내몰리는 이른바 '코로나 장발장'이 늘고 있다. 지난 20일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강력·교통 범죄 등 주요 범죄는 전년보다 6~9%가량 줄었지만 절도 등 생계형 범죄가 포함된 재산 범죄만 5% 증가했다. 생계형 범죄는 나라 금고에 달러가 바닥나 국가경영이 IMF의 관리하에 들어갔던 1997년부터 등장해 풍미했던 말이다. 그 뒤로 자취를 감췄던 생계형 범죄가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결코 달갑지 않은 귀환이다. 


원문보기 http://www.kwnews.co.kr/nview.asp?aid=22104260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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