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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이중근 경향신문 논설실장] 이준석 바람과 조국 시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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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80회 작성일 2021-06-02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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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바람이 여의도를 강타하고 있다. 국민의힘 당대표를 뽑는 예비경선을 압도적 1위로 통과하더니 본선 고지 정상에 바싹 다가섰다. 젊은 세대에게는 좀처럼 열리지 않던 보수당의 당심까지 잡아가고 있다. 국회의원 경력이 전무한 36세의 ‘이준석 당대표’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시민들이 수십년 동안 요구해온 보수당의 변화가 마침내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다.

이중근 논설실장

이중근 논설실장

이준석이 뜨는 배경은 여러모로 뜯어볼 수 있지만, 중심에는 그가 지난 10년간 줄기차게 건강한 보수, 개혁적 보수를 지향해온 것이 깔려 있다. 2011년 박근혜에 의해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발탁된 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지지하며 탈당했다가 다시 미래통합당 때 돌아와 최고위원으로 활동했다. 개혁 보수의 이미지를 놓친 적이 없다. 때론 역풍을 맞아가면서도 할 말을 했는데, 이 점을 시민과 당원들이 눈여겨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 시민·당원들은 비록 실패할 가능성은 있을지언정 이번에는 변화를 모색해보자는 절박한 의사를 이준석을 통해 표출하고 있다.

이준석의 부상은 예상대로 당과 주변의 분위기를 확 바꾸고 있다. 당장 경직된 이미지의 보수당에 유연성을 불어넣으면서 윤석열 등 당 밖 대선 주자들을 손쉽게 불러오게 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효과는 당 밖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정의당 쪽에서 먼저 ‘대통령 출마 40세 연령 제한’을 푸는 개헌을 주장했다. 국민의힘의 아이디어가 이렇게 신속하게 호응을 받는 일은 드물다.

정치 경험이 일천한 이준석이 과연 성공할 것이냐에 대한 의문이 없지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것 자체만으로 의미가 크다. 또 그 동력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수에서 일어난 일대 변화, 즉 보수판 촛불집회 같은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정도의 폭발력을 지녔다면, 또 다른 분출구를 찾을지언정 잦아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합리적이다.

시민의 시선은 자연스레 민주당으로 향하고 있다. 민주당의 원로 유인태 전 의원은 “이준석이 (당대표가) 되면 내년 대선이 (민주당이 지는 것으로) 끝난 거 아니냐고 걱정하는 목소리들도 있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그런데 그 말이 와닿지 않는다. 조국 전 법무장관이 회고록 <조국의 시간>을 출간하자 대선 주자들이 조 전 장관을 두둔하고 나섰다. 검찰의 도를 넘은 집요한 수사에 조 전 장관이 고초를 겪은 것은 맞다. 하지만 이것이 곧 조 전 장관 딸이 입시과정에서 받은 특혜를 “이명박 정부 시대에 도입한 제도 자체가 불평등”(이낙연 전 대표)이라고 하는 이유가 될 순 없다. 4·7 재·보선 직후 조국 사태를 반성하자는 젊은 의원 5명을 ‘초선 5적’으로 몰아붙인 그 목소리와 다르지 않다.

친문·강성 당원들이 조 전 장관을 옹호하는 이면에는 해묵은 셈법이 자리하고 있다. 즉 민주당 지지자들이 어디 가겠느냐, 대선 국면이 되면 다시 돌아오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오늘의 민주당은 과거 민주개혁 세력의 중심이었던 그 민주당이 아니다. 민주당은 대선에서 이겨 그 전리품을 나누는 데만 관심이 있지 집권 후 통치를 하는 데는 아무런 의지와 능력을 갖추지 못한 ‘선거공학당’으로 전락했다. 게다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등 세 번의 집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야당인 줄 안다. 통치는 민주당이 하고 있지만, 지배세력의 대표는 국민의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도덕적으로는 우위에 있다고 착각한다. 부동산 정책 실패가 민주당의 위기를 부채질한 것은 맞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내로남불과 오만한 태도이다. 민주당은 이미 수십년 지지자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정당이 아니다.

시민들은 한국 정치의 개혁 수준이 아니라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강성 당원들이 아무리 단단히 뭉쳐도 시민은 넘어설 수 없다. 그 시민이 달라졌다. 말로만 개혁이 아닌 실제 전환을 요구하면서, 그에 거스르는 세력은 응징하기로 마음먹었다. 조용히 마음속으로 촛불을 들고 있다. 이준석은 스스로 자신이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고 말했다. 전환에 부응하지 못하면 자칫 자신도 먹이가 될 수 있다는 걸 아는 것이다. 이준석을 통해 시민들은 내년 대선의 결과를 예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 대선에서 민주당 우위는 사라졌다. 후보에서 다소의 우위는 남아 있을지 모르지만, 민심에선 역전되고 있다. 도처에서 그런 한탄과 아우성이 들려오고 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6020300005&code=990100#csidx92f661813939ae0a01503985ab149b6 onebyone.gif?action_id=92f661813939ae0a01503985ab149b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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