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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황정미 세계일보 편집인] 문 대통령이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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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67회 작성일 2021-08-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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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견제 무력화시킬 언론규제법
언론 자유 침해 정부로 기록될 것


“국민의 정부도 그렇고 참여정부도 그렇고 국정운영이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생각해보면 저는 언론과 검찰이 떠올라요.”(유시민)

“분단 이후 두 세력은 항상 기득권 세력의 편을 드는 것이 특징이었다 할까요. 두 세력이야말로 선출되지 않은 권력 카르텔의 핵심부를 이루고 있습니다. 문재인정부 들어 검찰 제도개혁 측면에서 진전이 있는 건 확실해요. (중략) 언론 권력도 법적으로 제도화해야겠지요. 예를 들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법제화한다든지.”(한명숙)

황정미 편집인

친노·친문 세력 핵심인 두 사람의 대화는 이 정권의 무도한 ‘검찰·언론 규제’ 의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두 사람의 대담이 실린 자서전 ‘한명숙의 진실’에는 한씨의 결백 주장만 있다. 대법원 만장일치로 유죄 확정된 판결은 검찰의 ‘조작 수사’에 따른 것이고, 이를 부풀려 보도한 언론 탓이다. ‘노무현의 죽음’도 소환됐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간 원인 중 하나도 진보 매체의 비뚤어진 펜 끝이었다. 내가 당하고 나서야 노무현 대통령이 겪었던 심적 고통을 제대로 느끼게 됐다”고 했다. 어디에도 자신들이 저지른 실체적 책임은 없다.

노무현의 죽음에서 비롯된 검찰개혁은 조국 사건으로 절정을 찍었다. 그들이 말하는 언론개혁도 다르지 않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징벌적 손배제 도입을 골자로 한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에 야당이 ‘노무현 정신 위배’라고 반발하자 “‘논두렁 시계’ 같은 가짜뉴스, 그것을 받아쓰기하던 언론의 횡포, 여기에 속절없이 당하셔야 했던 것이 노무현 대통령”이라고 했다. 조국 전 법무장관 딸을 그린 일러스트를 잘못 사용한 예를 콕 집어 “악마의 편집에 억울함과 고통을 호소하는 국민들이 많다”고도 했다. 당초 가짜뉴스 폐해를 명분으로 유튜버, 1인 미디어를 대상으로 삼았다가 뺀 것도, 느닷없이 징벌적 손배액을 최대 3억원에서 5억원으로 늘린 것도 권력에 비판적인 제도권 언론을 겨냥해서다. 주무 부처인 문체부 차관도 “입법례가 없고 너무 과도하다”고 지적한 손배 하한액(언론사 매출액의 1만분의 1∼1000분의 1)을 둔 게 대표적이다. 피해 정도와 무관하게 언론사에 타격을 주겠다는 적의가 느껴진다. 결국 권력을 견제할 탐사보도부터 질식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조 전 장관은 자신의 가족과 관련한 11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피의자다. 국회 문체위 소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여기 앉아 있는 분들이 가짜뉴스와 싸울 수 있는 최소한의 보호 장치”라고 주장한 이상직 의원은 5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됐다. 문제의 언론중재법 소위 통과에 결정적 역할을 한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또 어떤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흑석 선생’ 꼬리표가 붙은 공천 무자격자였다. 만약 지금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시행됐더라면 이들을 둘러싼 의혹이 제대로 보도됐을까. 회의적이다. 인터넷 기사에 대한 열람차단 청구권부터 행사하고, 고의적인 허위 정보라는 프레임을 씌워 보도를 틀어막거나 법적 공방전으로 끌고 갔을 것이다. 보도한 언론사에는 취재·보도 과정의 과실을 문제 삼아 징벌적 손배액을 요구했을 테고.


정작 대표적인 언론개혁 공약으로 내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는 손을 놓고 있다. 자신들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 이사진을 채우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진보 성향의 언론단체마저 “진짜 언론개혁은 외면한다”고 비판할 정도다. 그 와중에 편파방송 이력 논란으로 비판이 거셌던 정연주 전 KBS 사장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에 앉혔다. 이러니 소수의 이권 카르텔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2019년 신문의날 기념식에 참석해 “이제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치권력은 없다. 정권을 두려워하는 언론도 없다”고 했다.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이다. 그런데 임기말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법안이 여당 주도로 추진되고 있다. 언론계를 아우르는 6개 단체가 법안 철회를 요구하고 언론인 서명 운동에 들어갔다. 유례없는 억압적 규제로 언론을 길들이려는 처사가 소위 ‘촛불 민의’를 좇는다는 이 정부에서 할 일인가. 대통령이 답해야 한다.


원문보기 https://www.segye.com/newsView/20210810512738?OutUrl=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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