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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임성원 부산일보 논설실장] 문화의 발견, 부산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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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36회 작성일 2021-09-2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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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그 섬에 가고 싶다.’(정현종의 시 ‘섬’ 전문) 마스크와 칸막이를 앞세운 ‘사회적 거리 두기’가 사회의 도덕률이자 규율이 된 팬데믹(Pandemic) 시대에 이보다 더 절절하게 다가오는 시도 드물다. 소통과 공감을 잃어버린 동시대인의 비애가 묻어나는 절창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온다는 건/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그는/그의 과거와/현재와/그리고/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시인의 또 다른 시 ‘방문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불청객이 세상을 마구 휘젓고 다니는 하 수상한 시절에 사람의 무게는 변함없이 온전한지 되묻는 듯하다. 


소통· 공감 사라진 팬데믹 시대

지역문화, 갈수록 설 자리 잃어

예술을 통한 위로와 치유 멀기만

부산영화제 등 지역축제 기지개

문화와 방역, 두 마리 토끼 잡아야

‘위드 코로나’ 시대 알리는 축포 기대


오는 10월 2일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에서 현장 관람이 허용된 가운데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의 막이 오른다. 2019 부산국제록페스티벌에서 수많은 록 매니아들이 공연을 즐기고 있다. 윤민호 프리랜서 yunmino@오는 10월 2일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에서 현장 관람이 허용된 가운데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의 막이 오른다. 2019 부산국제록페스티벌에서 수많은 록 매니아들이 공연을 즐기고 있다. 윤민호 프리랜서 yunmino@

팬데믹 시대 두 번째 추석을 앞두고 있다. 창졸간에 맞이한 지난해 추석 땐 ‘올해 추석은 안 와도 된데이~’(부산시), ‘삼춘! 이번 벌초 때는 내려오지 맙써!’(서귀포시), ‘불효자는 ‘옵’니다’(충남 청양군) 등의 플래카드로 미증유의 국난에 대처한 기억이 생생하다. 정부가 올 11월 집단면역을 약속했지만 18일부터 시작되는 닷새간의 추석 연휴를 앞두고 4차 대유행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퇴치는 아니더라도 감염병과 더불어 사는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는 언제쯤 올 것인가.

‘추석 밥상머리 민심’도 옛말이 된 듯하다. 사람을 만나야 민심을 듣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닌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제대로 준수하는지 쌍심지를 켜고 지켜보는 마당에 만남조차 저어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러고 보면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듯한 정치권의 이전투구가 마냥 이해 못 할 일도 아니다.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 알 턱이 없으니 내년 3·9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끼리만 물고 뜯고 할퀴고 난리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람들 사이의 소통과 공감이 ‘문화’라는 점에서 팬데믹의 최대 피해처 중 하나로 문화를 꼽을 수 있다. 한데 문화는 곧 생활이라는 점에서 삶의 문제로 육박해 들어간다. 2019년 12월 31일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처음 보고된 이후 부산에서는 이듬해 2월 21일 첫 확진자가 발생했고, 그동안 4차에 걸친 세계적 대유행으로 부산의 문화와 예술은 사실상 봉쇄되다시피 했다. 팬데믹 시대는 반문화적 시대였던 셈이다.

객석이 있어야 예술이 성립하는 음악 춤 연극 등 공연예술은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라 줄줄이 취소됐다. 지역축제와 생활문화도 설 곳을 잃기는 마찬가지다. 당장 문화예술인과 공연 기획자들이 생계를 걱정할 지경이 되었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라는 이 환란의 시대에도 사람들은 예술과 문화를 통해 위로와 치유를 받을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삶의 보람과 즐거움조차 앗긴 채 이중삼중의 고통에 둘러싸였다.

바다 건너 미국도 사정은 매한가지였는데, 지난 14일 뉴욕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극장과 공연장들이 일제히 문을 열어 세계인의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3월 팬데믹으로 중단된 지 1년 6개월 만에 재개된 실내 공연에는 관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뉴욕의 모든 예술과 문화는 우리 도시의 삶과 에너지, 다양성, 정신을 표현한다”며 “오늘은 뉴욕시의 컴백에 있어 엄청난 밤”이라고 했다.

때맞춰 부산에서도 문화축제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이 10월 2일 삼락생태공원에서 총 13팀이 참가한 가운데 개막한다. 물론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현장 관람이 허용된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10월 6~15일 예년 수준의 규모를 회복해 관객을 찾아간다. 부산 14개 구·군에 스크린을 내거는 ‘동네방네비프’를 통해 현장성을 되레 강화했다. 부산불꽃축제도 10월 말 개최가 확정됐다.

이들 행사는 부산을 대표하는 축제로 뉴욕시장의 멘트를 빌리자면 부산이라는 도시의 삶이자 에너지, 다양성, 정신에 다름 아니다. 4차 대유행 확산에 대한 우려가 없지는 않지만 백신 접종자를 중심으로 입장을 허락하고 마스크를 쓴 채 행사를 즐기도록 유도하는 등 방역 대비책을 철저하게 세운다면 지역축제의 개막이 위드 코로나 시대를 여는 축포가 될 수도 있다.

지역문화는 지역 삶의 총화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강화로 격리와 단절이 일상화된다면 지역문화는 다만 박물관의 유물로서 전시될 뿐이다. 지역 삶의 정수인 지역문화의 발견은 로컬의 발견으로 이어진다. ‘지금 여기’ 발 딛고 살아가는 로컬의 발견은 지역문화의 풍성함으로 선순환한다. 사람과 사람들 사이의 소통과 공감이 생생하게 살아나는 부산문화의 그 섬에 가고 싶다.

원문보기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1091618125413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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