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칼럼-양상훈 조선일보 주필] ‘쇼찾사’ 文과 탁의 마지막 무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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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77회 작성일 2021-09-16 10:22본문
美 원치 않는 文 유엔 방문
BTS와 함께하는
탁현민 쇼 나올 듯
북 미사일, 반도체, 쿼드…
현안 대처는 못해도
쇼할 거리는 찾는다
지금 국민 관심은 대선에 쏠려있지만 진짜 중요한 국가 문제는 선거 외에도 많이 있다. 그중에서도 미국의 반도체 동맹 등 주요 공급망 재편 구상, 쿼드(미 일 호주 인도 연합체) 참여 문제, 파이브 아이즈(미 영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정보협의체) 가입 이슈는 대선 못지않게 국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데 한국 정부 최고위 차원에서 이 심각한 사안들에 대해 깊이 있는 검토와 대책 수립이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필자가 과문한 탓인지 모르나 그런 낌새도 없는 것 같다.
국가 중대 이슈에 판단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곳이 국가정보원이다. 그 국정원장은 어떤 여성과 함께 뭔지도 모를 선거 정쟁에 얽혀 영일이 없다. 북이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순항 미사일과 탄도 미사일을 발사해도 사전에 알지도 못하는 정보기관이 국민 세금 1조원을 쓰고 있다. 순항미사일 발사와 탄도미사일 발사가 국민에게 끼치는 위험이 뭐가 다르다고 청와대는 순항미사일 때는 국가안전보장회의도 열지 않는다. 그 회의는 무엇 하러 있나.
이런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이 방탄소년단(BTS)을 또 청와대로 불러 자화자찬하는 것을 보니 이분들 머릿속 진짜 관심은 TV용 쇼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BTS를 유엔 방문 특별 사절로 임명하는 행사였는데 정작 미국은 문 대통령의 방미를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미국은 코로나 사태와 아프간 철수 논란으로 외국 정상의 유엔 방문을 달가와하지 않는다. 각국에 연설 영상을 보내달라는 요청도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남북 유엔 동시 가입 30년인 올해 유엔 총회의장에 꼭 직접 가서 연설을 해야겠다고 한다. 아마도 총회의장에 서서 연설하는 TV 화면이 필요할 것이다. 얼마 전 청와대 탁현민 행정관이 뉴욕에 출장을 갔다는 뉴스를 보고 그 이유가 궁금했는데 이제 앞뒤가 맞는 것 같다. BTS와 문 대통령이 함께하는 무대가 있을 것이다.
남북이 유엔 동시 가입으로 평화 공존으로 가는 중이라면 미국 정부가 불편해하더라도 한국 대통령이 현지 연설을 하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북한 핵 개발로 민족 공멸의 암운이 드리운 상황이다. 그 핵을 탑재해 쏘겠다고 미사일을 연속 발사하고 있다. 유엔 동시 가입의 의미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연이은 북한의 치명적인 위협을 보면서 이 상황에서 남북 유엔 동시 가입을 축하한다는 것은 현실 왜곡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이번 유엔총회는 비대면으로 진행돼 회의장은 사실상 비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TV 뉴스는 문 대통령이 전 세계인 앞에서 중요한 연설을 한 것으로 방송할 것이다. 거기에 BTS까지 있으니 흥행 요소가 다 채워진 것이다.
문 대통령의 임기 5년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쇼 무대’였다고 생각한다. 역대 정부도 각종 행사를 했지만 이 정부처럼 쇼와 무대가 중요했던 적은 없었다. 한 언론의 집계에 따르면 정권이 출범한 2017년 5월 이후 8개월 동안에만 문 대통령 행사에 사회나 공연을 위해 연예인이 참석한 횟수가 20차례에 가까웠다. 이 정권은 연예인의 대중 동원력과 호소력을 잘 이용한다. 조국 가족의 불공정에 대한 분노가 클 때 문 대통령은 ‘청년의 날’ 행사를 청와대에서 열면서 BTS를 초청해 대중의 이목을 끌었다. 조국 사태의 책임자인 문 대통령이 그 자리에서 ‘공정’을 무려 37번 언급했다. 스스로 모순이란 것을 알았겠지만 선망의 대상인 BTS를 배경으로 ‘우리는 공정하다’고 외치면 대중에게 어느 정도는 먹혀들 것으로 계산했을 것이다.
탁현민은 과거 정부는 미처 생각 못한 행사까지 화려한 쇼로 만들었다. 남북정상회담 때 판문점 도보다리 산책 시나리오는 나중에 시진핑과 트럼프까지 따라 할 정도였다. 판문점을 레이저 쇼로 수놓더니 6·25 전사자 유해 송환식까지 레이저 쇼로 만들었다. 자신들이 홀대했던 ‘서해 수호의 날’도 선거에 필요하니 낙하산과 연예인 쇼로 만들었다.
정권 말기가 되자 거의 ‘쇼찾사(쇼할 거리를 찾는 사람들)’ 수준이다. 아프간 철수에 ‘미라클(기적)’이란 작전명까지 붙여서 쇼로 만들었다. 세계에 이런 나라가 없을 것이다. 공무원이 무릎 꿇고 우산을 받쳐 든 사고도 이 ‘미라클’을 홍보하던 중 벌어졌다. 청해부대 장병 거의 전원이 코로나에 감염된 사태는 정부와 군의 책임이 큰데도 ‘오아시스’라는 작전명을 붙여 자신들이 ‘잘했다’는 쇼로 만들었다. 무슨 TV 드라마를 만드는 것 같다. 청와대가 이 드라마에 빠질 리 없다. ‘오아시스 작전에 군 수송기 투입은 문 대통령 아이디어’라고 했다. 수송기 외에 무엇으로 장병을 데려오나. 한심한 얘기지만 대중에겐 통한다고 본다.
지금 청와대는 문 대통령 지지율 40%를 지키는 것이 지상 과제라고 한다. 유엔에 굳이 가는 것도 그 일환일 것이다. 지지율 지키기가 곧 여당 대선 운동이다. 그 임무가 탁현민의 어깨 위에 있다. 정권 남은 기간 최대의 쇼는 역시 남북정상회담이다. IOC가 북한의 베이징 동계 올림픽 참가를 불허해 ‘베이징 남북 쇼’가 위태로워졌지만 결코 단념하지 않을 것이다. 이 정도로 포기한다면 ‘쇼찾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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