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칼럼-백기철 한겨레 편집인] 이상한 대선 구도의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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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61회 작성일 2021-11-11 10:10본문
현 정부의 검찰총장이 제1야당 대선 후보가 되어 정권의 명줄을 끊겠다고 달려드는 사태가 벌어졌다. 인사 실패와 내로남불, 오만과 독선이 이런 기이한 구도를 만들었다. 애써 외면한 채 ‘돌격 앞으로’ 해서 될 일이 아니다. 뼈저린 반성과 참회, 쇄신 없이는 진보의 정권 재창출은 공염불이 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오른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한국경제신문 주최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2021 행사 VIP 간담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백기철|편집인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책은 국민의힘을 다시 살려내고 윤석열을 제1야당 후보로 만든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최근 한 말이다.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현 정부의 검찰총장이 제1야당 대선 후보가 되어 정권의 명줄을 끊겠다고 달려드는 사태를 어떻게 봐야 할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대진표가 확정되면서 대선 시계는 빨라지고 있다. 양대 의혹 사건과 정책 쟁점 등 온갖 이슈가 대선판으로 빨려들 것이다. 하지만 그 소용돌이에 그냥 휩쓸릴 일은 아니다. 이 판의 뿌리가 무엇인지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민주당 사람들은 이리 짜인 대선 구도의 원인을 살피는 게 마뜩잖을 수 있다. 윤석열 후보의 오래된 야심과 권력의지 탓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의지만으로 이렇게 되진 않는다. 정권 핵심의 잘못된 판단이 일을 키우고 또 키웠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외도 역시 이들의 ‘정치 바람’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누구의 잘못인가. 말할 것도 없이 문재인 대통령 책임이 크다. 인사가 사실상 파탄 났다. “그 사람이 정말 그럴 줄 몰랐다”고 남 탓할 일 없다.
이른바 조국·윤석열 사태 와중에 두 사람은 누구도 옳지 않았다. 586세대 도덕적 해이의 단면을 보였다는 점에서 조 전 장관에게 책임이 분명 있다. 윤 전 총장 역시 ‘적폐 검찰’의 민낯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그에 못지않다. 조 전 장관 일가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 윤 전 총장 징계가 적법하다는 행정법원 판결은 이를 뒷받침한다.
이재명 후보의 강점은 이 모든 것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것이다. 그래서 후보가 됐고, 자치단체장으로 쌓은 업적을 바탕으로 승산도 있어 보였다. 하지만 도도한 정권교체 흐름과 대장동 의혹이 겹치면서 판세는 엇비슷하거나 비세로 보인다.
누구나 다 아는 대선 구도의 배경을 구구절절 설명한 건 민주당 사람들이 이를 외면한 채 ‘돌격 앞으로’만 하면 된다는 식이기 때문이다. 총선 압승으로 짜여진 유리한 환경이 인사 실패와 내로남불, 오만과 독선으로 지금의 이상한 대선 구도로 바뀌었다. 부동산 실정이 거기에 기름을 부었다.
멀리 갈 것 없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이런 식이었다. 무난하게 대처해서 무난하게 패했다. 박원순 전 시장의 성희롱 의혹을 뒤로한 채 앞으로만 내달렸다. 진심 어린 참회라기보다 어정쩡한 반성이었다. 당시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않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나놓고 보면 단안을 내리는 게 더 현명했다.
아무리 좋은 정책과 능력을 가졌어도 딛고 선 기반이 퇴행적이면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내로남불과 실정에 대한 뼈저린 반성과 참회, 일대 쇄신 없이는 진보의 정권 재창출은 공염불이 될 수 있다. 쇄신하지 않으면 돌아선 2030과 눈을 마주치기조차 어렵다.
어떤 형태로든 그간 문제에 대해 사죄하고 반성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그동안에도 너무 많이 사과하고 반성했다고 한다. 일본이 여전히 용서받지 못하는 건 피해자, 즉 상대방이 받아들일 때까지 반성하고 사과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과를 많이 해도 상대방이 받아들이지 못하면 제대로 된 사과와 반성이 아니다.
첫째, 문 대통령의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 지난번 국회 시정연설처럼 잘한 건 잘했다, 못한 건 못했다 하면 된다. 인사 난맥과 검찰개혁 혼란에 대해 국민에게 머리 숙여야 한다. 정권 핵심에 있던 인사들도 스스로를 낮추고 겸허해져야 한다. 국민이 이해할 때까지 사과하고 반성하는 언행을 보여야 한다.
둘째, 이재명 후보가 국민이 민주당 사람들에게 갖는 의구심과 불만을 해소해야 한다. 가능한 수준에서 예비내각이나 집권 시 참모 그룹을 가시화해 인적 쇄신의 단초를 보여야 한다. 정권이 연장되면 이전 사람들이 다시 자리를 꿰차거나, 이권세력들이 날뛸 것이란 국민의 의심을 지워야 한다.
셋째, 정책적 전환과 계승을 분명히 해야 한다. 실패에 대한 성찰 없이 새로운 진전은 어렵다. 계승할 건 계승하되, 부동산 정책, 양극화 해소 등에서 정책 방향의 명확한 재설정이 필요하다.
넷째, 심상정 후보를 비롯한 제3세력과의 연대에 명확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이는 단순히 단일화나 정책 연정 차원이 아니다. 그간 민주당 정권의 과오를 반성하고 일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선거공학이 아니라 진정한 반성을 위한 연대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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