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칼럼-황정미 세계일보 편집인] 두려움이 덮친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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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30회 작성일 2022-03-02 10:14본문
정권교체 공포가 낳은 ‘反尹연대’
보수 궤멸 위기감이 키운 단일화 압박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 지도자를 뽑는 선거가 딱 일주일 남았다. 선거에서 일주일은 조선왕조를 세우고도 남을 시간이라는 정치권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제 승패는 누가 더 많은 지지자를 투표장으로 끌어내느냐에 달렸다. 사람들은 대개 지지하는 후보를 뽑기 위해 투표장을 찾지만 싫어하는 후보를 떨어뜨리겠다는 결의로 수고로움을 감수하는 이들도 적잖다. 후보들의 비호감도가 유달리 높은 이번 대선에서는 특히 그렇다. ○○○ 후보를 뽑아야 한다는 타당한 근거를 대기보다는 ○○○ 후보가 돼선 안 되는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이들이 주변에 더 많다.
여론조사에서 1, 2등을 다투는 두 유력 후보의 초박빙세가 보여주듯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사력전을 펴고 있다. 민주당은 ‘반윤연대’로 정점을 찍을 태세다. 돈 푸는 기본시리즈와 ‘유능한 경제 대통령’을 내세웠던 이재명 후보가 느닷없이 정치개혁을 끄집어냈다. 안철수와 심상정, 김동연 후보를 콕 집어 “함께하자”고 했다. ‘태극기 세력’인 조원진 우리공화당 후보에까지 동참을 요청했다니 ‘윤석열 빼고’는 다 손잡겠다는 신호다.
황정미 편집인“의총 통과가 키(key)”라는 안철수 말 한마디에 민주당은 휴일 저녁 의총을 열어 정치개혁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김대중정부 말기 부패 스캔들로 정권심판론이 60%대 달했던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정치개혁 이슈로 맞섰던 전례를 연상케 한다. 그래도 노무현은 지역구도를 깨려고 희생한 이력이 있지만 이재명의 정치개혁은 뜬금없다. 집권 당시 노무현이 야당에 권력을 내주더라도 다당제가 가능한 선거개혁을 하자는 승부수를 던졌을 때 송영길을 비롯해 여당 386세력이 반대했던 점을 떠올리면 지금 다당제 개혁안은 선거 공학적 카드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실제 민주당이 내놓은 국회의원 연동형·권역별 비례대표제 확대를 추진하려면 지역구 의원 수(253)를 줄이거나 의원 정수(300)를 늘려야 하는데, 지역구 의원 반발과 국민 정서상 쉽지 않다. 안철수가 강조하는 결선투표제 도입 개헌을 의결하기 위해선 최소 200석이 필요하다. ‘윤석열 빼고’로는 불가하다는 얘기다.
한 국민의힘 의원이 “이재명과 안철수가 안 후보 쪽으로 단일화하는 방안이 최악 시나리오”라고 했을 때 과도한 상상력이라고 치부했다. 하지만 여권 인사로부터 비슷한 말을 들었다. 만약 그렇게라도 해야 할 상황이었다면 ‘안철수 (단일)후보’라도 만들었을 거라고. 죽기살기로 선거를 치른다는 말이 실감난다. 소상공인, 자영업자에 300만원씩 현금을 뿌리고, 선거개입 논란에도 대통령이 지역을 돌거나 정권 비판론을 반박한다. 이런 유례없는 일들은 정권을 넘겨선 안 된다는 공포를 드러낸다. 스스로 칭한 ‘촛불정부’의 실패를 인정할 수도, 책임질 수도 없다는 것이다.
물량으로나 조직, 수적으로 밀리는 야권은 정권교체 여론이 50%를 넘는다는 것 말고 믿을 게 없다. 그나마 윤석열 지지율은 그에 못 미친다. 윤석열의 27일 단일화 결렬 회견은 “할 만큼 했다”는 알리바이로 들렸다. 합의안을 번번이 걷어찬 안철수는 단일화 의지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며칠째 부인 고향인 호남에 머물며 완주 의지를 고수하는 걸 보면 호남 완승에 기댄 2016년 38석의 추억을 잊지 못하는 것 같다. 윤·안 단일화 결렬 과정에 안철수에 쏟아진 3만개 넘는 문자 폭탄은 야권 진영의 절박감을 보여준다. 대선에 지고도 윤석열, 안철수의 미래가 있을까. 폭풍이 몰아치는 데 세간살이 챙기는 처지일 수밖에 없다. 보수의 궤멸이 올 것이라는 두려움이 단일화 압력을 키우고 있다.
대선은 집권 세력에 대한 평가(회고)와 미래 세력의 비전(전망)을 동시에 저울에 올려놓는다. 하지만 양 진영은 두려움과 불안으로 상대에 대한 분노만 쏟아낸다. 임기 내내 편가르기 정치에 골몰해온 문재인정부의 업보다. 남은 일주일 더 절박한 쪽이 더 강하게 뭉칠 것이다. 두려움과 분노만이 사람들을 움직이는 건 아니다. 진짜 기득권을 내려놓는 용기, 자기 희생을 마다 않는 결단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기도 한다. 선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원문보기 http://www.segye.com/newsView/20220301510462?OutUrl=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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