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칼럼-황정미 세계일보 편집인] 윤석열정부의 2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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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45회 작성일 2022-04-14 10:59본문
역대 정부서 ‘공수표’ 된 책임총리
내각 통할토록 총리 임기 보장해야
문재인정부 2인자는 누구일까. 김경수 전 경남지사나 조국 전 법무장관을 떠올리는 이가 많을 듯하다. 친문 실세로 불리는 윤건영 의원도 후보군으로 꼽힌다. 헌법과 정부조직 체계도로 볼 때 국무총리가 ‘넘버2’이지만 김부겸 총리를 호명하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명박정부 시절 한 음식점에서 동석자가 “옆방에 ‘대한민국 넘버2’가 와 계시다”라고 한 적이 있다. 솔직히 이명박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나 당시 실세였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떠올렸다. 알고보니 정운찬 총리였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인 국무총리가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것은 대통령제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더욱이 행정부는 물론 입법, 사법부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총리는 정권의 방패막이 역할에 그치기 일쑤였다. ‘대독 총리’ ‘방탄 총리’ ‘의전 총리’ 같은 꼬리표가 붙은 지 오래다. 문재인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청와대 인원, 예산을 늘려 ‘청와대 정부’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국무회의보다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밝힌 대통령 발언이 더 크게 다뤄졌고, 탈원전·소득주도성장·부동산 규제 같은 핵심 정책이 청와대에서 고안돼 추진됐다. 정책 실패로 5년 만에 정권을 내주고도 정작 책임을 져야 할 장하성, 김수현, 김상조 전 청와대정책실장은 무탈하다.
안 지켜도 욕먹지 않는 공약이 책임총리제다. 헌법 87조에 명시된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임명제청권, 해임건의권은 사실상 사문화되다시피 됐다. “책임총리제를 통해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겠습니다.” ‘공수표’로 끝난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다. 조국 임명·해임 과정에 이낙연 총리 건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장차관 인사는 물론 일선 부처 국장급 인사도 청와대가 좌지우지했다. 인사권, 예산권이 없는 총리가 책임지고 국정을 운영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같은 약속을 했다. 한덕수 총리 후보자 지명을 통해 더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았다. 한 후보자는 “당선인이 ‘청와대 기능을 조금 줄이는 대신에 내각이 권한을 위임받고 동시에 책임을 확실하게 갖고 어젠다를 추진해 달라’는 말씀을 여러 번 하셨다”고 했다. 내각에 힘을 싣겠다는 윤 당선인 의지는 강한 편이라고 한다. 한 후보자가 국회 인준 절차를 통과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국무위원 추천서에 직접 서명하고 인선 발표 현장에 당선인과 나란히 선 장면은 눈길을 끌었다.
‘탈청와대’를 공언한 윤 당선인이 총리를 명실상부한 2인자로 만드는 길은 총리 임기를 보장하는 것이다. 국회 동의 절차를 밟은 국무총리를 대통령이 국면전환 같은 정치적 이유로 바꿔버리는 관행은 후진적이다. 총리 18명을 모신 경험을 담은 ‘최고의 총리, 최악의 총리’ 저자(정두언 전 의원)는 “대통령은 임기가 보장돼 있고 총리는 형식적인 책임만 지니 기본적으로 책임정치가 이뤄지기 힘든 구조”라고 했다. 총리 출신 인사는 “2년∼2년반 정도 임기를 보장해 줘야 총리가 예산을 짜고 집행해서 정책적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이를 공개 약속했다. 당 정강정책 연설자로 나선 윤호중 원내대표는 “통합정부의 내실화를 위해 책임총리의 위상 제고가 필요하다”면서 책임총리 권한과 임기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법적 근거를 검토해 마련하겠다고 했다. 당시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를 의식한 총리 임기제 약속은 후보단일화가 물 건너가면서 없던 일이 됐다.
하지만 대통령 권력을 분산하고 국정 운영에 대한 내각 책임을 키우기 위해 책임총리는 필요하다. 권력자의 선언적 의지에 그치지 않도록 총리 임기를 법제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수술할 개헌이 정치권 이해 관계로 난망한 만큼 총리 권한을 강화하는 쪽으로 먼저 움직이는 게 현실적이다.
국정을 총괄하는 총리 대신 대통령의 귀를 잡은 측근들이 2인자로 불리는 정권은 그만보고 싶다. 윤석열정부가 이전 정부와 다르려면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이 넘버 2, 3를 차지하며 힘을 과시하는 일부터 사라져야 한다. 민생을 책임지는 총리, 국무위원의 힘을 키우는 게 해법이다.
원문보기 http://www.segye.com/newsView/20220412514327?OutUrl=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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