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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김창균 조선일보 논설주간] 尹의 ‘회식 리더십’, 통크고 시원하나 만능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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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81회 작성일 2022-06-1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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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지휘하던 맏형 통솔력
사람 좋아하고 솔직한 접근
정치권서 낯선 감동 주기도
이해관계 꼬여 있는 國政
뭐든 풀 수 있다는 건 착각
내 스타일 고집하면 탈 나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과 함께 입장하며 기업인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과 함께 입장하며 기업인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스1 


문재인 정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가 극성을 부리던 재작년 연말, 대검찰청 익명 게시판에 총장의 ‘맏형 리더십’을 칭송한 글이 올라왔다. 검찰 수사관으로 추정되는 필자가 경험한 윤석열 에피소드들이 소개됐다. “수사관들끼리 술 먹다가 불러도 밤에 나와서 술값 내준다. 한번은 밤 10시에 전화했더니 컨디션이 안 좋다고 하더니 다음 날 미안하다고 돈 보내 주더라”는 식이다. “너희는 정의를 지켜라. 나는 너희들을 지켜주겠다고 하니 죽어라 일하지 않을 수 없다”고도 했다. 검찰 구성원 대다수가 똘똘 뭉쳐 윤석열을 지키려 했던 배경이 짐작된다. 윤 대통령은 변호사가 됐다가 검찰청 야근자들이 시켜 먹는 짜장면 냄새가 그리워서 검사로 복귀했다. 정권에 미운털이 박혀 한직을 돌면서도 국회에서 “검찰 조직에 충성한다”고 했었다.

이렇게 수십 년 살아온 스타일이 대통령이 됐다고 하루아침에 변하겠는가. 윤 대통령은 당선 직후 선배에게 “앞으로 폭탄주 못 먹게 됐으니 어쩌나”라고 탄식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폭탄주 끊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대선이 끝난 후 윤 대통령 전화를 받았다는 사람들을 몇 명 만났다. 느지막한 저녁 무렵 전화벨이 울려서 누군가 봤더니 ‘윤석열’ 전화번호였다. 깜짝 놀라 받았는데 특별한 용건이 아니었다. 오랜만에 안부 묻고 덕담을 주고받았다는 거다. 윤 대통령이 저녁 자리에서 화제에 오른 사람 목소리를 듣고 싶어 그냥 전화한 모양이다.

낯 가리고 접촉을 꺼리는 두 대통령을 거치고 나니 사람 좋아하고 어울리는 대통령 모습이 살갑게 느껴진다. 대통령 행사에 참석했던 경제계 인사는 어떻게든 다가서고 소통하려는 윤 대통령의 적극성이 전임들과 비교되더라고 했다. 이런저런 말실수가 나오고 있지만 출근길에 마주친 기자들 질문에 솔직한 답을 내놓는 대통령 모습도 국민 속 터지게 하는 불통(不通)보다는 백번 낫다는 생각이다.

작년 12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소셜 미디어에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는 글을 남기면서 돌입한 당무 거부는 윤석열 후보와의 울산 회동으로 나흘 만에 마무리됐다. 식당에서 마주 앉을 때만 해도 가시 돋친 말이 오가더니 저녁을 마치고는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이견이 없다”는 입장 발표가 나왔다. 두 사람이 부둥켜안은 사진이 다음날 신문 1면에 실렸다. 윤석열식 소통이 정치에서도 먹혀든다 싶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2인 3각은 이 대표의 두 번째 가출로 18일 만에 제동이 걸렸다.

대선 막판 최대 변수였던 윤석열·안철수 단일화는 물밑 협상이 계속 겉돌면서 난항을 겪었다. 윤 후보 쪽은 두 당사자가 결말 짓는 일만 남았다는데 안 후보 쪽은 진정성 있는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전혀 다른 소리를 했다. 안 측 관계자는 “둘이서 폭탄주 러브샷하고 잘해보자고 하면 된다고 믿는 모양인데, 검찰에서 하던 회식 정치로 안철수는 설득되지 않는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단일화가 성사된 자리에서 안철수는 “어떻게 신뢰를 보여줄 것인가”라고 물었고 윤석열은 “종이 쪼가리가 무슨 소용이냐. 그냥 나를 믿어라”고 했다. 두 사람의 시각차를 보여주는 문답이다.

대통령은 천차만별 인간 군상이 뒤섞인 국정 전반을 아울러야 한다. 불법 심판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동일체 원칙에 따라 움직이는 검찰 통솔력이 그대로 통하지 않는다. 야당 사람들은 어떻게든 윤 정부를 흠집 내야 자신들의 활로가 열린다는 제로섬 게임을 믿는다. 대통령이 국회 시정 연설하고 야당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다고 해서 갑자기 머릿속이 협치 모델로 갈아 끼워지는 건 아니다. 윤석열 정부 이후 자신의 정치적 미래가 최우선 순위인 당내 주자들의 계산법도 대통령 입장과 반드시 일치하란 법이 없다.

김창균 논설주간
김창균 논설주간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옷을 벗고 정치판에 뛰어들어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의 행태에 분노를 터뜨렸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다. 대통령은 자신이 살아온 대로 속내를 터놓고 진심으로 대했는데 뒤통수를 맞았다고 느꼈는지 모르겠다. 윤석열식 리더십은 통 크고 시원하다. 기존 정치권의 작동 방식보다 국민을 감동시킬 때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만능 열쇠가 될 수는 없다. 정치는 때로 도저히 합의할 수 없는 입장 차를 놔둔 채 불편한 대로 공존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런 현실을 인정 않고 모든 걸 내 방식대로 풀겠다고 고집하면 뒤탈이 날 수도 있다.


원문보기 :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2/06/16/55PTALBNINB7DEVFKZ3MWA7IE4/?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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