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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황정미 세계일보 편집인] ‘허니문’이 끝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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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10회 작성일 2022-06-15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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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주도성장 외쳤는데 관료 내각?
검찰 편중 인사가 키운 司正 논란

대통령 임기가 5년, 달수로는 60개월이니 취임 한 달 평가 정도는 대수롭지 않다고 여길지 모르겠다. 역대 대통령 모두 정권 초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가 추락세를 면치 못했다. 임기 말 40%대 지지율로 선방했다는 문재인 전 대통령도 임기 초 80%대 지지율을 감안하면 반토막 난 셈이다. 한 달 전 50%대 지지율로 출발한 윤석열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 문답) 같은 소통에 후한 점수를, 인사 편중 논란에 박한 점수를 받았다. 문재인을 비롯한 전임 대통령도 출발은 비슷했다. 임기 말 실패한 대통령으로 끝나기까지 행로도 흡사하다. 잘한다던 소통은 불통으로 바뀌고, 인사 난맥상은 되풀이됐다.

윤 대통령은 주요 자리에 앉힐 사람을 찾을 때마다 경제 마인드, 경험을 중시했다고 한다. 평소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 경제가 제일 중요하다”는 말 그대로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를 35번이나 언급했다. 자유가 확대돼야 경제적 성장도, 혁신도, 번영도 가능하다고 했다. 명실상부한 ‘민간주도성장’을 예고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 초대 내각은 관료 출신들로 채워졌다. 특히 국무총리를 비롯해 경제 관련 주요 보직은 기획재정부 출신들이 차지했다. ‘관치의 경험’을 축적한 집단이다. 주위에는 지나치게 많이 등용된 검찰 출신 인사 못지않게 관료 출신이 장악한 내각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황정미 편집인

대통령이 “규제개혁이 곧 국가 성장”이라고 드라이브를 거는 데도 회의적 기류가 짙다. 역대 정부에서도 ‘전봇대 뽑기’ ‘손톱 밑 가시 뽑기’ ‘붉은 깃발론’으로 불필요한 규제 혁파를 약속했지만 공염불에 그친 탓이다. 해마다 국내 기업 대상으로 규제개혁 체감도를 조사해 온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결과는 늘 불만족(100 미만) 수치에 머물렀다. 올해 규제개혁 체감도는 95.9 였는데 새 정부 규제개혁에 기대한다는 응답이 24.6%, 기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24%로 엇비슷했다. “정권 초에는 규제개혁을 적극 추진하다 임기 말 용두사미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기대감이 크지 않다”는 게 전경련 측 설명이다.

관료는 규제를 만들고 휘두르는 데 익숙하다. 제 밥그릇인 규제를 없애는 데 한계가 있을뿐더러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미래를 염두에 둔 규제 혁신 발상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전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마차가 말을 끄는 격이라는 비판을 샀다면, 관료 내각이 이끄는 현 정부의 민간주도성장은 말보다 채찍질하는 마부들이 주인공인 격이다. 마부들 가운데 누가 으뜸인지도 애매하다. 기재부 출신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 대통령 비서실장과 경제수석이 ‘경제 원팀’이라는데 대통령 말처럼 경제 태풍이 몰아치는 비상 시기에는 ‘경제 원톱’이 필요하다. 대선 기간 윤 대통령이 칭송 논란에 휩싸였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고물가를 잡고 성장 기조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라고 원톱으로 세운 김재익 청와대 경제수석 덕분이었다.


대통령이 친정인 검찰 출신을 줄줄이 발탁한 인사도 여전히 논란 거리다. 경험과 신념이 유사한 사람끼리 ‘집단사고’의 위험에 빠질 수 있다거나 사회통합 가치에 반한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대목은 윤석열식 적폐청산 논란의 휘발성이다.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는 측근을 대통령실과 법무부, 검찰은 물론 국정원, 금융감독원에 포진시킨 건 사정(司正)의 전조로 읽힌다. “부패한 세력의 집권 연장을 막겠다”는 것이 윤 대통령 출마의 변이었다. 대통령의 거리두기에도 불구하고 사정 당국의 전 정권 부패 수사는 언제든 정치보복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

허니문 기간 치러진 지방선거는 압승으로 끝났다. 이제 대통령의 메시지가 아닌 정책 성과로 평가받아야 할 시기로 접어들었다. 대통령이 선택한 관료 내각, 검찰 편중 인사 시비는 그 성과에 따라 평가가 갈릴 것이다. 국내외에 몰아닥친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 속 고물가) 위기는 첫 시험대다. 대통령에게는 불운이지만 경제팀의 실력을 제대로 따져볼 기회일 수는 있겠다. 설혹 실점하더라도 전임자들처럼 진영 논리에 발목이 잡혀 인재 풀을 좁혀나가지 않는다면 만회할 기회는 아직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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