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칼럼-임성원 부산일보 논설실장] 바뀐 세상, 결국엔 경제에서 결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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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77회 작성일 2022-06-14 09:46본문
논설실장
세상이 바뀌었다. 3·9 대선에서 대통령 교체로 여야가 바뀌더니, 석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실시된 6·1 지방선거도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아니 대선이 미풍이었다면 지방선거는 가히 태풍급 위력을 발휘했다. 변화를 요구하는 민심이 바닥으로, 풀뿌리로 갈수록 더 거세고 뜨거웠던 셈이다. 마침내 부울경 권력은 완전히 교체됐다. 특히 부산은 ‘싹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보수 완판’이다.
민심의 바다는 거칠었고, 그 파고는 배를 뒤집을 만큼 높았다. 5년 만에 대권이 진보에서 보수로, 4년 만에 지방권력도 진보에서 보수로 물갈이, 판 갈이 됐다. ‘일반 국민의 생활 및 생계’를 뜻하는 민생(民生)이 흔들리자 민심은 즉각적으로 응답했다. 이번 선거를 복기한다면 앞으로 4년 후, 혹은 5년 후를 전혀 장담할 수 없다는 교훈을 얻게 된다. 2년 후 총선도 안갯속이다. 다만 예측을 불허하는 민생의 강이 가로놓여 있을 뿐이다.
대선·지방선거 승리 만끽하기에는
국내·세계 경제 지표 너무 엄중
민생 불확실성 날로 증가 추세
다음 선거 판도도 바뀔 가능성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위정자 늘 가슴에 되새겨야
여기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국정, 시정, 도정에 걸쳐 새로운 권력을 선출한 민심은 당분간은 당연히 기대에 손을 들어줄 것이다. 신문사의 대통령 취임 축하 광고가 예전보다 배나 많게 지면에 실린 것은 이런 간곡한 기대의 반영이다. 민심의 지지를 업고 당분간은 권력이 순항할 것이다. 취임 초의 소위 ‘밀월’이란 것도 있고, ‘새 빗자루가 잘 쓸린다’는 속담도 있다. 하지만 그 시간이 언제까지일지는 두고 볼 일이다.
기대와 교차하는 우려도 민생에서 발아한다. 대선이 끝난 후 만난 한 기업인은 ‘정권교체’라는 말부터 꺼내 좌중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보수정당의 열렬한 지지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처음엔 귀를 의심했다. 주장인즉슨 현재의 경제 지표로 봤을 때 5년 안에 우리나라 경제가 좋아지리라는 보장이 없고, 그렇기에 다음 대선에서는 정권이 또 교체될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현실 정치에 바로바로 평가를 내리는 민심을 지켜본 터라 충분히 예측가능한 일이라 하겠다.
최근 들어 사방에서 경제가 엉망이라는 아우성이 넘쳐난다. 민생을 가장 위협하는 게 물가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4%인데 금융위기 때인 2008년 8월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라고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회원국들의 올해 평균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지난해 12월 예상했던 4.4%의 배인 8.8%로 대폭 올리고 나섰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는 치솟으니, 민생이 흔들릴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물가는 그렇다 치고 경제는 성장할 것인가. 1970년대 오일쇼크 때처럼 경기 침체 속에서 물가가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이 50년 만에 다시 찾아올 것이라는 공포가 세계를 짓누르고 있다. 세계은행(WB)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월 4.1%에서 최근 1.2%포인트 빠진 2.9%로 크게 낮췄다. OECD도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2월(4.5%)보다 1.5%포인트 낮은 3.0%로 낮춰 발표했다.
지난 1분기(1~3월) 한국 경제는 0.6% 성장하는 데 그쳤다는 통계도 나왔다. 한국은행은 연말까지 남은 분기마다 0.5%씩 성장해야 올해 성장률이 한국은행의 전망치(2.7%)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OECD는 나아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20년 2.4%, 2030년 1.3%, 2033년 0.9%로 낮아질 거라는 전망을 내놓아 새 정부 경제팀에 비상이 걸렸다.
새 정부, 새 시정, 새 도정이 선거 승리의 기쁨을 느긋하게 즐기기에는 한국 경제, 세계 경제가 말이 아니다. 그나마 다음 선거가 2년 후에나 있는 게 다행으로 여겨야 할 정도로 민생은 시시각각 위협받고 있다. 지금부터 정신을 바싹 차리지 않으면 민생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질 판이다. 경제 살리기에 실패하면 다음 선거도 없다는 결연한 각오가 권력을 위임받은 위정자들이 새겨야 할 시대정신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0%대로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과감한 정책 기조 전환과 함께 공공·노동·교육·금융·서비스 등 5대 부문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중앙 정부, 국회와의 네트워크를 통해 부산 현안 해결에 앞장섰고, 부산시 경제 정책에도 높은 이해를 보여 줬다”며 이성권 부산시 정무특보를 경제부시장으로 내정했다.
옛말에 ‘쌀독에서 인심 난다’ , ‘의식이 풍족한 다음에야 예절을 차리게 된다’고 했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선거 때 유행시켰던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It’s the economy, stupid!)는 시대와 국경을 넘어 여전히 유효하다.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한다는 경세제민(經世濟民)에서 경제라는 말이 나왔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먹고사니즘’의 민생부터 해결할 일이다.
원문보기 :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206091828386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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