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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칼럼-신종수 국민일보 편집인] 최경주 장로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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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83회 작성일 2024-05-30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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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한계 깨닫고 기도할때 비로소 우리 영역이 확장된다
마스터스 우승한 셰플러의 당당한 신앙고백도 눈부셔
골프 넘어 인생 승리의 비결을 우리 모두에게 보여주고 있다


최근 SK텔레콤 오픈에서 우승한 최경주가 인터뷰에서 우는 것을 보고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별명 그대로 탱크같이 생긴 사람이 울다니. 미PGA 대회에서도 여러 차례 우승했던 그였지만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국내 대회에서 우승한 것이 처음도 아니고, 도대체 무엇이 그를 울게 했을까. 그는 인터뷰에서 그냥 간절했기 때문에 울었다고 했다. 그 간절함은 무엇일까.

골프를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나이가 들면 비거리가 확 줄어든다. 최경주 실제 나이는 만 56세다. 50세 이상만 참가하는 시니어 대회도 아니고 20∼30대 선수들과 나흘 내내 겨뤄 우승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일단 거리에서 평균 30m 정도 차이가 난다. 축구는 공격과 수비 두 가지를 잘해야 하듯 골프는 거리와 방향이 중요하다. 젊은 선수들에 비해 이렇게 거리 차이가 나면 절반을 지고 들어가는 셈이다. 게다가 나이가 들면 체력이 떨어진다. 그리고 체력은 집중력과 관련이 있다. 한국 프로골프 사상 최고령 우승인 점에서도 알수 있듯 그의 이번 우승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경기를 하던 어느 순간, 한계를 느꼈을 것이다. 자신의 의지나 힘만으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한계. “하나님, 우승하고 싶은데 어떡하죠?” 연장전에 들어갔을 때 독실한 교회 장로인 그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기도했다고 한다.

승부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최경주섬’으로 떨어진 공이다. 도랑물에 빠진 줄 알았던 볼이 기적처럼 작은 섬 모양의 잔디 위에 놓여 있는 것을 보고 최경주는 “하나님이 갖다 놓으셨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잔디 위에 살포시 올려놓은 것처럼 치기 좋았다. 하나님이 해 놓으신 일이라면 인간은 마무리만 하면 된다. 실력은 이때 발휘하는 것이다. 최경주는 하나님이 주신 기회를 놓치지 않고 평소 쌓아 놓은 실력대로 어프로치 샷을 했고, 공을 홀컵 가까이 붙여 최대 위기를 넘겼다. 연장전 상대였던 KPGA 랭킹 3위 박상현도 “제가 유리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졌다”고 말할 정도로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최경주와 관련한 칼럼에서 매번 썼던 얘기지만 그를 관통하는 것은 독실한 기독교 신앙이다. 신앙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최경주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솔직히 그의 스윙은 별게 없어 보인다. 최경주보다 훨씬 멋있고 좋은 스윙을 하는 선수가 국내에도 많다. 연장전 때도 박상현의 스윙이 더 나아 보였다. 하지만 특별하지 않은 최경주의 스윙은 기독교 신앙과 접목되면서 새롭게 태어난다. 완도 섬마을에서 배운 논두렁 스윙이 세계적인 명품 스윙으로 거듭난다. 교만하고 고집이 강한(본인 스스로 그렇게 표현했다) 성격이 하나님을 만나면서 내면의 평정과 성실함을 잃지 않는 멘털로 승화된다. 최경주는 아무리 경기가 풀리지 않더라도 짜증이나 화를 내는 모습을 팬들에게 단 한 번도 보인 적이 없다.

독실한 크리스천 골퍼로는 스코티 셰플러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다운스윙 때 오른발이 왼발쪽으로 30㎝ 정도 격하게 움직이는, 족보에도 없는 스윙을 하지만 신앙에 힘입어 미PGA 랭킹 1위에 올랐다. 그가 마스터스대회 우승 시상식에서 당당히 밝힌 신앙고백은 눈부시다. “저는 하나님께 골프라는 달란트를 선물로 받았고 이 달란트를 오롯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해 사용하고 싶습니다. 단지 그뿐입니다.” 경기에 지든 이기든 상관없이 최선을 다해 경쟁하고 하나님께 영광 돌리기 위해 골프를 친다는 그의 신앙은 겸손하면서 담대한 스윙을 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점수에 안달하고 내기에 급급하는 주말골퍼들은 경기에 지든 이기든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는 셰플러의 마음가짐을 본받으면 좋을 것이다.

최경주는 설령 공이 물에 빠져 우승을 놓쳤더라도 묵묵히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 대회를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 매일 500개 공을 치는 연습과 강도 높은 피트니스 훈련도 계속할 것이다. 젊은 시절 폭탄주 수십 잔을 마시고 담배도 많이 피웠지만 신앙을 가진 이후 이런 것들을 전혀 하지 않는다. 카페인과 탄산음료도 안 마신다. 미국 생활을 하면서 어쩌다 햄버거라도 먹을 때는 콜라 대신 물을 마신다. 절제된 청교도적 생활을 하는 그는 골프를 넘어 영적인 세계로 우리들을 안내하고 있다. 기독교 신앙이 골프뿐만 아니라 인생에서도 승리하는 비결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신종수 편집인 jsshin@kmib.co.kr 


원문보기 :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16795126&code=11171414&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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