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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칼럼-박미현 강원도민일보 논설실장] 금지와 통제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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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28회 작성일 2024-05-2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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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년 7월 26일 밤 9시 늦은 시각에 강릉불교포교당에서 한 단체가 창립식을 열었다. 심야에 웬 창립행사라고 하겠지만, 당시는 여성 지위가 낮아 밤이라야 시간을 낼 수 있었다. 종교계 여성단체만 있던 강릉에 여성해방과 단결을 외치는 근우회 강릉지회 설립대회를 보기위해 정각 전부터 인파가 몰렸다. 3개월 여 창립을 준비해온 위원들은 근우회가 어떤 단체인지 취지문을 대회장 참석자에게 나눠주려 했으나 경찰당국에서 인쇄를 허가하지 않아 불발됐다.

보내온 축문과 축전 34통 중 4통은 불온한 내용이라며 낭독이 금지됐다. 축사가 이어지는 동안 대회장은 점점 살기등등하게 변질됐다. 고등계 경찰들이 순서와 발언을 일일이 통제하며 ‘주의’ ‘중지’라는 고성을 질렀고 내빈은 축사 도중에 무대 아래로 끌려내려가야 했다. 급기야 축사하던 강릉청년동맹 정윤시가 경찰서까지 끌려가는 사태가 빚어지자 안건은 상정조차 못한채 막을 내려야 했다. 야만적인 ‘금지’와 ‘통제’ 방식에 작은 반감이라도 보이면 보안법,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입틀막을 당했다.

얼마전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이 ‘고령자 조건부 면허제 도입방안’ 연구용역을 제법 진행한 사실이 알려졌다. 65세 이상 조건부 운전면허를 발급해 고속도로에 진입하거나 야간 운전 금지를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대중교통이 거미줄처럼 얽혀 심야에도 이동이 편리한 서울은 필요성을 덜 느낄테지만, 해가 지면 인적이 끊기고 3분의1이 고령인 강원에 주는 영향은 교통사고에 그치지 않는다. 빈대 잡으려다 집을 태울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일상을 통제하고 금지하는 획일적 방식은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부른다. 공정하지 않음을 직감으로 알기 때문이다. 더욱이 엊그제 대통령실 청사에서 성태윤 정책실장이 해외 직접구매 제한 정책 파문이 커지자 소비자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저렴한 제품 구매에 애쓰는 국민의 불편을 초래하는 점을 충분히 살피지 못했다며 금지를 철회하고 송구하다며 브리핑했다. 손쉬운 방식일수록 역풍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박미현 논설실장

원문보기 : https://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1245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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