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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백기철 한겨레 편집인] 윤 대통령과 ‘소용돌이 한국정치’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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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14회 작성일 2022-08-12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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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적 대통령제로 상징되는 소모적 소용돌이 정치구조를 해결할 주체는 그 정점에 있는 이가 아니라 소용돌이 속에 있는 우리 모두다. 그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올 특단의 결심, 헤어질 결심을 모두가 해야 한다. 윤 대통령도 청와대를 버리고 용산 이전을 결단했듯, 소용돌이 정치에 결정적 균열을 내겠다는 각오로 나서야 한다.
여름휴가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약식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름휴가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약식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기철 | 편집인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과 이를 둘러싼 정치권·언론의 움직임을 보면서 문뜩 ‘소용돌이 한국정치’ 이론이 떠올랐다. 미국 정치학자 그레고리 헨더슨은 “한국은 고도의 중앙집권을 지속한 결과 원자화된 개인들이 만드는 소용돌이, 즉 강력한 상승기류를 발생시켰다”고 썼다. 모두가 권력의 상층을 향해 각개약진하는 거대한 소용돌이 군상으로 우리 정치를 묘사한 것이다.오래된 분석이지만 지금도 틀린 것 같지 않다. 대선이라는 상승 소용돌이가 한바탕 지나갔지만 여전히 모두 그 안에 갇혀 있다. 소용돌이 위로 올라가기 위해 아귀다툼을 벌이는 와중에 정점만 쳐다본다. 소용돌이의 정점이 모든 걸 갖고서, 모든 일을 해낼 것처럼 바라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일본인 오구라 기조는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에서 “상승 지향의 한국 사회는 사람들이 도덕 쟁탈전을 벌이는 하나의 거대한 극장이다”라고 썼다. 유교적 명분을 내세워 위로만 향하는 권력 쟁탈전의 모습을 정확히 파악했다. 멀리는 조선의 당쟁, 가까이는 ‘죽기 살기’식 진영대결까지 모두 한 뿌리다. 흑백논리에 기반한 거대 소용돌이 속에 우리는 갇혀 있다.최근 윤 대통령이 크게 어려움을 겪으면서 고언과 읍소, 비판이 쏟아지지만 본질적 해법들인지 의문이다. 대통령이 변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그런데 대통령이 변할 수 있을까? 조금 바뀌어 나아진다 해도 근본적 해결이 될까? 대통령들은 왜 이렇게 매번 망가지나?우선 윤 대통령이 지금의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까? 부분적으로 가능할 것이다. ‘초심’으로 절치부심하면 얼마간 지지율을 회복하고 안정을 찾을 것이다. 20%대 지지율은 극히 비정상이다. 하지만 난국은 언제든 다시 올 수 있고, 후반으로 갈수록 가능성은 커진다.윤 대통령의 최대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벤치마킹하는 정도 아닌가 싶다. 이 전 대통령은 임기 초 위태로울 때 청와대에서 시위대의 ‘아침이슬’ 노래를 들으며 크게 깨우쳤다는, 속 보이는 반성 쇼를 했다. 칼만 휘두르던 윤 대통령이 노회한 이 전 대통령의 변신을 따라 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그런 이 전 대통령도 임기 말엔 거의 망가져 정권이 넘어갈 뻔했다.거대한 소용돌이 정치구조에서 모두가 윤 대통령만 바라보지만 중요한 건 이 소용돌이 구조를 객관적으로 보는 일이다. 소용돌이에 갇혀 꼭대기만 쳐다보며 아우성칠 게 아니라 소용돌이 그 자체를 봐야 한다. 그 무모함, 비생산성, 격렬함, 허무함을 봐야 한다.무한 루프의 소용돌이 구조에서는 정점의 대통령조차 혼자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지지율 폭락의 원인은 여럿이지만,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작전하듯 몰아내며 드러난 윤 대통령의 독단, 무모함, 배타성도 한몫했다. 요로에 박힌 검찰 출신, 윤핵관들로만 국정을 이끌 수는 없다.난국을 함께 풀어갈 인재와 세력을 집권세력 안팎에서 폭넓게 찾아야 한다. 야당과도 일정 부분 협력해야 한다. 경쟁 관계지만 최소한의 협력 기반은 갖춰야 한다.윤 대통령이 청와대를 버리고 용산 이전을 결단했듯, 지금의 소용돌이 정치구조에 결정적 균열을 내겠다는 각오로 나서야 한다. 대통령이 변해서 국정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 환경 자체를 바꾸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발등의 불이 아니라며 중장기 과제로 밀어놓을 일이 아니다. 그렇게 하면 대통령조차 그 구조에 갇혀 시들어간다.당장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총리 국회 추천제다. 정부조직법, 국회법 개정으로 가능하다. 윤 대통령은 대선 당시 책임장관이라는 해괴한 조어를 내세워 책임총리제를 회피했다. ‘내가 잘하면 되지 무슨 책임총리냐’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혼자 잘하기도 어렵고, 그래도 어려운 게 지금 구조다. 책임총리제를 여야가 함께 추진해 꽉 막힌 소용돌이 구조에 숨통을 틔워야 한다.개헌 문제는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로 간다고 했을 때 국민적 합의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도 개헌 시 지방선거와 대선을 맞추기 위해 대통령 임기 단축 문제가 제기됐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백년대계 차원에서 장기적 정치 일정을 숙고해야 한다.제왕적 대통령제로 상징되는 소모적 소용돌이 구조를 해결할 주체는 그 정점에 있는 이가 아니라 소용돌이 속에 있는 우리 모두다. 그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올 특단의 결심, 헤어질 결심을 모두가 해야 한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 국민이 다 함께 합심해야 한다.

그 소용돌이는 약육강식, 이전투구, 내로남불, 민생 외면, 거대양당 독식, 진영대결의 뿌리다. 소용돌이를 흩트려 모두가 함께하는 공존의 바다, 공존의 땅으로 만들어야 한다.


원문보기 :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542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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