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칼럼-권혁순 강원일보 논설주간] 지방은 언제까지 대한민국 주변부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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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04회 작성일 2022-08-05 09:25본문
지방은 우리 미래와 관련 가장 심각한 문제
대학 서열화 장벽 앞에서 지방대학 고사위기
반도체학과 개설도 수도권 대학에 편중 심각
권혁순 논설주간
수도권 중심에 외면당해
국가차원 정책 조율 시급
지방은 우리 미래와 관련해 가장 심각한 문제다. 그럼에도 그에 마땅한 주목을 받지 못한다. 지방 문제는 수도권 중심주의에 외면당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방대학이 그렇다. 지방대학의 앞날은 불투명하다. 몇 년 후의 존립을 걱정해야 할 정도다. 출산율 저하로 학령기 아동 수가 급감하면서 대학 입학 자원이 크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엔 고교 학령인구(15~17세)가 200만명 정도였다. 25년 정도가 지나면 100만명 수준이 될 것이라 한다. 그 영향은 수도권 대학보다 지방대학에 더 큰 파장을 미치고 있다. 지방의 고등학생마저 지방대학을 외면한다. 지방의 우수 인재들은 많은 비용을 들여서라도 한사코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하려 한다. 눈에 보이지 않은 학벌의 벽을 깨기 위해서다.
지방대학을 졸업한 학생이 대기업에 입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방대를 가리켜 자조적으로 ‘지잡대’(지방의 잡스러운 대학)라고 할 때도 있다. 이 말엔 대학 서열화와 학벌사회가 낳은 비아냥거림과 패배주의가 짙게 배어 있다. 여기에다 자치단체들은 인재를 수도권으로 보내는 걸 ‘지역 발전 전략’이라고 한다. 특정 대학에 진학하면 1,000만원 이상 장학금을 주는 지방장학회도 있다. 이러한 일 말고도 지방대를 살려보자고 호소해야 한다. 지방이 아무리 수도권의 주변부라고 하지만 주변부가 죽으면 중심부도 죽는다. 공생하면서 학벌주의를 타파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학벌은 프리미엄이다. 취업과 승진 등에 이르기까지 심대한 영향을 주고 있는 학벌이란 벽 앞에서 많은 청춘은 좌절한다. 한 번 얻은 대학 간판이 평생을 좌우하는 사회는 건강할 수 없다. 편견 없이 능력 중심의 사회로 이행하는 게 학벌의 폐해를 줄이는 첩경이다. ‘각자도생’이 생존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는 코로나 시대다. 일등, 일류, 최고를 향한 무한경쟁은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그동안 등교수업 중단에 학원까지 휴원하자 과외시킬 여력이 있는 일부 학부모는 오히려 ‘학습 격차를 벌릴 기회’로 여긴다. 학벌과 입시경쟁이 한두 해 된 문제는 아니지만 지방대학의 현실이 유독 더 크게 다가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반도체가 국가 안보 자산이자 우리 산업의 핵심”이라고 강조하자 수도권 대학들은 벌써 대기업과의 계약학과 개설을 앞두고 있다. 문제는 지방대학이다. 정부가 지방대학과 수도권 대학이 동일한 조건하에서 경쟁해 반도체 인력을 육성하도록 하겠다는 방안을 밝혔기 때문이다.
지방대학 배려는 안중에도 없다. 교육부가 사립대 13곳과 국립대 27곳을 대상으로 반도체 관련 학과 개설 의향 등을 조사했다. 이 중 사립대 13곳은 모두 수도권 소재 대학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대 안에는 강원대를 포함한 거점국립대 8곳과 강릉원주대를 비롯한 국가중심국공립대 18곳, 그리고 서울대가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고, 이 중 5곳이 서울 또는 경기 등 수도권 소재 대학에 해당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지방대학의 위기를 절실히 느끼고 국가차원에서 정책을 조율하는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지방대학을 살아남는 것이 강하다는 시장(市場)의 원리에 맡기겠다는 것인가.
고등교육은 하나의 생태계다. 지방에 교육 중심 대학이 없다면 교수 자원을 배출하는 수도권 연구중심 대학도 존립하기 어렵다. 지방대학이 사라지면 학문적 다양성과 역동성도 훼손된다. 교육적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대학은 스스로 문을 닫아야 한다. 그러나 전체 대학의 60%를 넘는 지방대학의 위기를 방관해선 곤란하다. 지금의 상황은 경쟁력과 관계없이 거의 모든 지방대학이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지방청년이 사라져 지방의 활력 자체가 없어지는 일이 머지않아 반드시 발생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교육 자원의 수도권 집중은 더욱 심화돼 전국의 청년들은 모두 수도권에서만 살게 된다는 것이 지나친 비약일까. 무한경쟁으로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올라야 하는 청소년들의 굴레와 학벌주의 병폐를 그대로 두고....
원문보기 : http://www.kwnews.co.kr/page/view/2022080218430924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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