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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양상훈 조선일보 주필] 尹 대통령, 참을 인(忍) 자 세 번만 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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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76회 작성일 2022-08-04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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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대변인의 尹 비판이
李 추방 속전속결 불렀나
‘내부 총질’ 문자 노출로
지지율 바닥도 무너져
현 상황 전화위복되려면
매사에 참고 또 참고
뜸 들이는 시간 필수적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새 정부가 출범 초에 지지율 폭락이라는 기현상을 겪고 있는 것은 잘만 하면 좋은 약이 될 수 있다. 이런 현상이 정권 중반기나 후반기에 오면 대처할 수도 없다. 문제는 전화위복으로 만들 수 있느냐다. 그 관건 중 하나는 윤석열 대통령이 ‘시간의 힘’을 믿고 인내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생각한다.

지지율 30% 선마저 무너진 것은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는 윤 대통령의 문자메시지가 노출된 때문인 것 같다. 국민은 고금리, 고물가로 힘든데 대통령이 뚜렷한 대책은 없이 내부 싸움이나 하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 바닥을 다지는 듯하던 지지율에 한 번 더 충격을 주는 방아쇠가 되고 말았다.

필자는 이 사태의 시작은 국민의힘 박민영 청년대변인이 내놓은 논평이라고 짐작한다. 윤 대통령은 7월 5일 출근길에 기자들이 ‘몇몇 장관 후보자에 대해 부실 인사, 인사 실패 지적이 있다’고 질문하자 “그럼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라고 답했다. 이 말에는 감정도 실려 있었다. 바로 그 날 박 대변인이 페이스북에 “민주당도 그러지 않았느냐는 대답은 민주당의 입을 막을 논리가 될 수는 있겠지만, 민주당처럼 하지 말라고 뽑아준 거 아니냐는 국민의 물음에 대한 답변은 될 수 없다”고 썼다. 윤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다.

필자는 정치를 오래 취재했지만 여당 대변인이 자기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처음 봤다.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대변인은 객관적인 시각을 가져야 하는 언론인이 아니다. 당의 방패이자 창이다. 더구나 자기 당 대통령의 문제라면 무조건적인 방어 대상이었다. 역대 대변인들도 사석에선 대통령을 비판하기도 했지만 공개적인 대통령 비판은 금기 중의 금기였다.

자기 당 대변인에게 초유의 비판을 당한 윤 대통령 심정이 어떨지 생각해봤다. 분노가 클 것이라고 짐작돼 주위에 물어봤더니 사실이라고 한다. 자기편에게 등을 찔린 기분일 테니 누구든지 격노했을 것이다. 바로 여기가 대통령이 위험해지는 지점이다.

대통령이 분노를 외부로 표출하면 정권 전체가 움직이게 된다. 박 대변인은 이준석 대표가 오디션 방식으로 뽑은 대변인 중 한 사람이다. 그러지 않아도 이 대표를 싫어하는 윤 대통령으로선 박 대변인의 비판 뒤에 이 대표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 대표에 대한 당 징계위가 이틀 뒤인 7월 7일로 예정돼 있었다.

이 대표의 ‘성 상납 및 증거인멸’ 의혹은 경찰의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당 징계는 수사기관의 공식 발표를 근거로 해야 한다. 징계를 먼저 했는데 수사 결과 증거가 없다고 나오면 징계 자체가 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이 대표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나 자체 증거도 없이 ‘품위를 잃었다’며 당대표직 박탈이라는 사형선고를 내렸다. 이날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하겠다고 예고된 상태이긴 했지만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대표직 박탈까지 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심지어 경찰 수사 결과는 국민의힘이 이 대표를 징계한 지 한 달이 다 돼 가는 지금도 나오지 않고 있다. 그래서 국민의힘의 이 대표 징계는 윤 대통령의 분노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것이다.

그 후 윤 대통령은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없어지니 당이 잘하고 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때 윤 대통령이 말한 ‘내부 총질’은 대선 때 자신을 계속 비판한 이 대표만이 아니라 박 대변인의 비판까지 포함한 뜻이었을 것이다. 많은 국민은 이 과정 전체를 잘 알지 못했겠지만 윤 대통령의 문자메시지를 보는 순간 ‘이건 아니다’라는 느낌을 가졌다. 서울·부산시장 선거, 대통령선거, 지방선거를 다 이긴 승리의 당이 불과 두 달여 만에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대통령도 일반인과 같은 희로애락이 있다. 그런데 대통령은 이 희로애락을 가슴에 담고 밖에 꺼내지 말아야 하는 직업이다. 총사령관이기 때문이다. 특히 분노의 로(怒)는 표정과 말투로라도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이 분노하면 정권이 무리를 하고 동티가 난다. 역사에 많은 사례가 있다.

이 대표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는 결국 나오게 돼 있다. 그때 징계해도 늦지 않았다. 세상엔 화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고, 시간이 답을 내도록 기다리는 것이 좋은 문제가 있다. 정치 문제는 대부분 후자 쪽이다. 최소한의 공감대 형성에도 시간이 걸린다. 밥에 뜸을 들이는 시간엔 정치적 의미가 있다. 뜸을 들였으면 박 대변인 비판에 담긴 나름의 충정도 읽혔을 것이다. ‘5세 취학’ 소동도 뜸 들이는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뜸을 들이며 분을 삭이고 말을 하기 전에 마음 속으로 참을 인(忍)자 세 번만 쓰기를 권한다. 참고 뜸 들이는 시간은 사람을 해치는 법이 없다.

원문보기 :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2/08/04/4D7MSJPD6ZBLBINJALNC7RDB44/?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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