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칼럼-백기철 한겨레 편집인] 이탄희와 이상민의 ‘정치개혁 할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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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17회 작성일 2022-09-01 10:47본문
백기철 | 편집인
지난 주말 치른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새 지도부 선출 이외에도 ‘국민통합 정치교체를 위한 결의안’도 채택됐다. 당 정치교체위 공동위원장인 김동연 경기도 지사의 제안 설명에 이어 전국 대의원 1만4011명이 투표해 1만3131명, 93.7%의 찬성률로 통과됐다.
사실 이 결의안은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이 전당대회 다음날 페이스북에 소개하기 전까지 나도 알지 못했다. 언론이 다루지 않는 건 어쨌든 이야기가 덜 되기 때문이다. 지도부 선출이 하이라이트이기도 하지만 결의안은 생색 내기용으로 비칠 수 있다.
이탄희 의원은 “정치개혁이 우리의 미래이고, 이는 정치 기득권을 부수는 험난한 길”이라며 “뜻을 같이하는 모든 시민들이 지금부터 눈에 불을 켜고 관심을 가져달라”고 썼다. 그는 “첫 과제는 내년 4월까지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의 호소가 얼마나 큰 관심을 불러일으킬지 알 수 없지만 “정치생명을 건다는 각오로 임하겠다”는 그의 말에선 비장함마저 느껴졌다.
결의안은 “정치개혁 요체는 적대적 공생의 양극화 정치를 끝내는 것”이라며, 선거법 개정과 의원 특권을 내려놓는 개혁을 내년 4월까지 마치겠다고 했다. “풀뿌리 정당정치를 약화시키는 정당법과 정치자금법도 개정하겠다”고 했다. 결의안은 또 “권력구조 개편을 중기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제왕적 대통령제를 분권적 대통령제로 바꾸겠다”고 했다.
대선 때 이재명 대표와 김동연 지사가 함께 내건 정치개혁 공약을 구체화한 것이다. 당시 두 사람은 대통령 4년 중임제,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위성정당을 방지하는 연동형·권역별 비례대표제 등을 공약했다.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실천하겠다”고도 했다.
초선 이탄희의 각오는 5선 이상민의 오래된 꿈이기도 하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르면 9월 중 일련의 정치개혁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정당 설립 요건을 대폭 완화하고(현행은 중앙당과 5개 시도당, 1개 시도당 1천명 당원 이상), 의원 선거구를 소선거구제에서 대선거구제로 바꾸어 다당제로 가는 방안이다. 또 국회 교섭단체 요건을 20석에서 5~10석으로 낮추고, 국고보조금도 소수 정당에 우선 더 배분하도록 했다.
이상민 의원은 전화 통화에서 “제1당인 민주당이 정말 의지가 있다면 희생을 감수하고 법안을 내 주도해야 한다”며 “비례대표를 늘리는 방식은 현실성이 없는 만큼 국민의힘도 관심을 갖는 대선거구제로 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회의원 5선 하면서 보니 양당의 기득권 카르텔 동맹은 더욱 고착화됐다. 이를 깨고 경쟁을 도입해 정치 소비자인 유권자의 선택 원리가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총선이 2024년 4월이니 1년 전인 내년 4월까지 선거제 개편을 마무리하고, 총선 이후 2027년 대선 전에 개헌을 하는 일정인 셈이다. 선거제 개혁 없는 권력구조 개편은 큰 의미가 없는 만큼 총선에서 선거제를 먼저 정비하는 건 시기적으로 맞다.
최근 윤 대통령이 국회의장단을 만난 자리에서 개헌에 호의적이었다고 하는데 의례적 인사치레로 보는 시각도 많다. 이 대표가 대선 때 정치개혁을 내세웠지만 후보 단일화 전략으로 볼 수도 있다. 주변에선 두 사람이 여의도 정치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정치개혁 필요성을 그다지 못 느끼고 있다고 한다.
정치가 민생을 구하기 위해선 궁극적으로 정치 자체를 바꿔야 한다. 제도와 관계없이 지도자가 잘하면 된다는 시각도 많지만, 지도자 역량에 기대는 것만으론 어렵다는 게 번번이 드러났다.
민생과 정치개혁, 둘 다 함께 가야 한다.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 민생을 살피고 당장의 국가적 현안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정치개혁도 지금부터 쉼없이 추진해야 한다. 진정한 리더라면 기득권 타파, 양당 카르텔 정치를 혁파해 더 큰 민생의 바다로 나아가야 한다. 내년 4월까지 8개월은 긴 시간이 아니다.
집권여당과 원내 제1당으로 정치권력이 균점된 현재 상황은 정치개혁의 적기다. 어느 쪽도 독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선거법은 게임의 법칙이어서 한쪽만으론 불가능하다. 지난번 선거법 개정의 파탄이 이를 잘 보여준다.
적절한 시점에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선거제 개혁, 정치개혁을 위한 대강의 일정을 합의한다면 국민에게 큰 선물이 될 것이다. 어차피 현행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은 손봐야 한다.
윤 대통령이나 이 대표, 여야 정치인들에게만 맡겨둘 일도 아니다. 민주당의 정치교체 결의안은 주목받진 못했지만 역사의 기록으로 남는다. 이탄희 의원 말대로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국민에게 한 약속을 어떻게 실천하는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원문보기 :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569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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