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선에서 패한 뒤 그야말로 이를 악물고 와신상담했다. 김영삼은 민정당이란 호랑이굴로 걸어들어갔고, 김대중은 중앙정보부 창시자인 김종필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런데 이 대표는 주식을 샀다. 그것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직전이었다. 그때 이미 당 대표 출마 결심도 굳혔을 것이다. 그런 중대한 정치를 앞둔 사람이 얼마나 돈을 벌겠다고 주식 투자를 하나. 이 대표를 묻지 마 지지하는 사람들을 빼고 이 대표를 찍은 수많은 사람들도 대체 무슨 생각이었느냐고 묻고 싶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도 이 대표 특유의 ‘유연함’인가 하고 여러 생각을 해봤지만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지금 이 대표는 ‘주식을 다 팔았다’고만 할 뿐 말이 없다.
민주당이라는 최대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된 사람, 대선에서 국민의 절반에 가까운 지지를 받은 사람, 그리고 다음 대선에 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정치를 하는 동안만이라도 자신의 사적 이익과 결별해야 한다. 속마음까지 결별이 힘들다면 처신만이라도 결별한 것처럼 해야 한다. 그는 성남시장 시절에도 자신이 주식을 갖고 있는 기업에 큰 이익이 될 결정을 내렸다. 보통 사람은 못하는 일이다. 이 대표에게는 이런 일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인가. 대통령 출마는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하는 사업이나 게임이 아니다. 이 대표는 마치 한 판의 게임에 진 사람이 곧바로 다른 소소한 게임을 한 것 같다.
대통령이란 자리가 어떤 것인지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다만 대통령이 누구보다 공적 헌신을 하고 이에 대한 성찰과 고민을 해야 하는 자리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반적 기준 이상의 윤리적인 태도, 사적 이익에 초연함, 오해받을 수 있는 처신에 대한 경계 등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 대표는 대통령이 갖춰야 할 이런 덕목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누구든 대통령이 되면 역사 앞에 마주 선 듯한 중압감을 느낀다고 한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막대한 득표를 한 이 대표도 그런 역사의 무게를 느껴야 마땅하다. 한국 정치가 산업화 민주화 다음에 선진화가 아니라 저질화로 가고 있다지만 이것은 대체 무슨 경우라고 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