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칼럼-김창균 조선일보 논설주간] 환풍구 사고 때 ‘이재명 변명’, 이태원과 판박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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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81회 작성일 2022-11-18 09:51본문
주최 아니라 책임 없어
위험하다고 판단 못했다
희생자 귀책인 양 몰고
의원 질문하는데 웃음
8년 전 이재명처럼 답하면
이태원 어떻게 질책할 건가
환풍구 지지대 하중 실험… 4분 만에 무너져 - 21일 오후 경기 성남 판교 환풍구 추락 사고 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직원들과 경찰이 크레인 1대를 동원해 환풍구 철망 지지대 하중 실험을 하고 있다. 무너지지 않고 남아 있는 받침대 1개를 도르래를 이용해 아래쪽으로 잡아당겨 어느 정도의 무게를 견디는지 확인하는 방법으로 실험이 진행됐다.
2014년 10월 17일 저녁 오후 5시53분께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유스페이스 앞 야외 공연장에서 관람객 약27명이 지하 주차장 환풍구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유명 걸그룹 공연 중 지하 주차장과 연결된 외부 환풍구 덮개가 위에서 관람하던 팬들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지하 4층 아래로 꺼지면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관람객 16명이 숨지고 11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사진은 사고발생 직전 모습. /독자 제공
2014년 10월 17일 오후 5시53분, 판교 테크노벨리 콘서트 관람객 27명이 환풍구 위에서 18m 아래 주차장으로 추락해 16명이 사망했다. 1000명 가까운 관객이 몰렸는데 통제 인력이 없었다. 세월호 참사 6개월 만에 되풀이된 안전 불감증이었다. 목격자는 “걸 그룹이 등장하자 환풍구 위 사람들이 방방 뛰었다”면서 “음악 소리가 워낙 커 처음엔 사고가 난 줄도 몰랐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현장 모습과 많이 닮았다. 희생자 규모가 10분의 1 정도였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사고 닷새 후인 10월 22일 국회 안전행정위 국정감사는 환풍구 사고를 추궁하는 자리였다. 사고 현장을 관할하는 남경필 경기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표적이었다. 남 지사는 “경기도에서 일어난 사고인 만큼 책임을 지겠다”고 한 반면, 이 시장은 성남시에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했다. 행사 포스터에 성남시가 공동 주최로 적혀 있는 데다 성남시 직원이 공문을 주고받았고, 성남시가 광고비 조로 1100만원 지원을 약속했으며, 이재명 성남시장이 축사를 하려고 현장에 참석했다는 관련성이 불거졌다. 이 시장은 “성남시 이름을 도용당했다” “내용을 모르는 직원들의 실수” “광고비 지원은 행사 관련이 아니었다”고 피해 나갔다. 이태원 참사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핼러윈은 주최자가 없어서 축제가 아니라 현상이었다”고 말한 용산구청장을 떠올리게 한다.
이재명 시장은 “환풍구는 사람이 출입하도록 설계된 게 아니다”라고 했다. “개인 소유 건물 환풍구에 예측할 수 없었던 50명 가까운 사람이 올라가 붕괴된 것”이라고 했다. 올라 가면 안 될 곳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올라가는 바람에 예측 불가능한 사고가 발생했다는 뜻이다. 이태원 참사 직후 이상민 행안부 장관도 “경찰 인력을 배치해서 막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며 불가항력을 호소했다.
이태원 참사 전 위험을 우려하는 112 신고가 11차례나 있었다. 환풍구 사고 때도 경보음이 울렸다. 행사 진행자가 마이크를 잡고 “환풍구에서 내려와 달라”고 다섯 차례나 주문했다. 그 자리에는 이재명 시장도 있었다. 축사를 하려고 현장에 5시40분에 도착했는데 13분 후에 사고가 일어났다. 이재명 시장은 경찰 탓을 했다. “경찰이 한 명만 있었어도, 그래서 ‘환풍구에서 내려올 때까지 공연 못 한다’고 했으면 사고가 안 났을 것”이라고 했다. “시장에게 경찰 통제권이 있는 자치경찰제였으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겠느냐”는 질문에 “100% 그렇게 확신한다”고 했다. 자신이 경찰에 지시해서 사고를 막았을 거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변명은 매를 벌었다. “경찰 대신 성남시 직원이 통제해도 되지 않느냐. 왜 시장이 직원에게 지시하지 않았느냐”는 질타가 쏟아졌다. 이재명 시장은 “나중에 지나고 보니...그런 점도 가슴 아프다”고 했다. 112 신고 때 설마 했던 경찰과 마찬가지로 방심했던 것이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골목길을 일방통행으로 운영했어야 한다는 사후 비판이 나온다. 환풍구 국정감사에선 접근 차단 시설이나 경고문이 없었던 점이 지적됐다. 이재명 시장은 “환풍구가 위험하다고 판단했으면 그랬을 텐데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환풍구를 좀 더 높게 만들도록 행정지도를 했으면 사람이 못 올라 갔을 것이라는 질책도 나왔다. 이재명 시장은 “행정은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 사후에 사고가 났다고 비난하면 안 된다”고 했다. 지극히 상식적인 말이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이 이태원 참사를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로 규정하는 태도와는 상반된다.
참사 원인을 따지는 국정감사 도중 이재명 시장이 웃었다. 의원들은 “유가족들도 계시고 온 국민이 방송을 보는데 성남시장이 실실 웃고 있느냐”고 했다. 이재명 시장은 “기가 막혀서 웃었다”고 했다. 의원들이 답변 기회를 주지 않아서라고 이유를 댔다. 한덕수 총리는 이태원 참사를 설명하는 외신 기자 회견에서 농담을 했다가 혼쭐이 났다.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및 특검을 요구하며 장외투쟁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한덕수 총리, 이상민 행안부 장관,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퇴진도 요구 중이다. 환풍구 국정감사 속기록에 남아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답변은 윤석열 정부 관계자들의 변명과 판박이처럼 닮았다. 이태원 국정조사에서 책임자들이 8년 전 이재명 시장이 했던 변명을 그대로 늘어놓는다면 민주당 의원들은 어떻게 추궁할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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