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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권혁순 강원일보 논설주간] ‘레고랜드 사태’ 이후 할 것과 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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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87회 작성일 2022-11-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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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사안일수록 공감대 넓히는 노력 필요
그래야 좋은 정책이 나오고 궤도 수정 용이
정치공방 접고 사실에 근거할 때 문제는 해결

“정책(의사결정)은 세상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하는 데 있는 것이다.” 정책학의 시조인 미국의 정치학자 해럴드 라스웰이 1951년 ‘정책 지향’이라는 논문에서 언급한 말이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를 보며 정책이 인류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고민해 정책학을 체계적인 학문으로 정립했다. 결국 정책학은 정부의 정책적 판단이 인간의 삶을 더 좋게, 혹은 더 나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에서 출발했다. 범죄가 증가하면 경찰을 증원해 단속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한다. 범죄자들을 대거 잡아들이면 일시적으로 범죄는 줄어들지만 다른 문제가 야기된다. 교도소는 곧 만원이 되고, 이에 대해 사법부에서는 가석방을 늘리거나 형량을 줄이는 것으로 대응하게 된다. 이는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낮춰 오히려 범죄 발생건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도로교통이 혼잡해지는 것에 대한 일반적인 대응은 도로를 넓히거나 새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도시가 도로 건설에 막대한 돈을 투자해 왔음에도 도로의 혼잡도는 그다지 개선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도로 건설을 통해 일시적으로 교통 혼잡도를 낮출 수 있으나 혼잡도의 완화는 다른 한편으로 자가용 이용의 매력도를 증가시킨다. 이러한 변화는 시민이 자가용을 더 많이 이용하도록 유도한다. 결국 더 많은 차가 도로에 나옴으로써 교통 혼잡도는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정책 결정은 아무리 뜻이 좋아도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 임대차3법은 세입자 보호라는 명분에도 현장 적용 과정에서 적지 않은 부작용이 발생했다. 전셋값이 연쇄적으로 오르는 도미노 전세난이 이어졌다. 물이 차갑거나 뜨겁다고 밸브를 급격히 돌리면 화상을 입거나 찬물 세례를 받기 십상이다. 노벨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이런 행동을 ‘샤워실의 바보’라고 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정책이 의도한 것처럼 저소득계층의 소득을 높이는 효과보다는 생산성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임금 때문에 노동 수요를 감소시켜 노동자가 노동시장에서 축출되는 역효과가 나타났다. 민감한 시장에서 급격한 정책 변동은 금물이다. 타이밍을 살펴야 한다. 김진태 지사가 올 9월28일 레고랜드 2,050억원의 빚을 보증하기로 한 중도개발공사에 대해 회생신청을 했다. 회생신청의 목적은 빚을 줄이기 위한 ‘선한 의도’였다. 회생신청은 기업을 파산시키는 것보다는 영업을 계속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섰을 때 하는 조치다. 그런데 채권시장이 발작했다. 즉, 채권시장에 패닉이 몰아쳤다. 현장의 직감과 통찰을 얕잡아 본 결과물이었다. 지방자치단체의 보증 채권도 믿을 수 없다는 우려가 퍼졌다. 김 지사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디폴트를 선언했든 안 했든, 김 지사의 말은 ‘나비의 작은 날갯짓’ 이상의 위력을 발휘했다. 지사가 바뀌었다고 지급 보증을 거부한다면 앞으로 자치단체의 지급 보증은 지사 임기에 맞춰야 하느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강원도가 급기야 다시 채무 보증을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다 정부는 채권시장의 요동을 진정하려고 50조원을 쏟아붓고 있다. 어디 이것뿐인가. 정치공방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진상조사단을 꾸렸고, 국민의힘은 최문순 전 지사를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강원경찰청에 고발했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할 일은 자치단체가 정책을 결정할 때는 그 여파가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를 심도 있게 분석하는 것이다. 민감한 사안일수록 충분한 의견 수렴으로 공감대를 넓히는 노력이 앞서야 한다. 또 레고랜드 문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해선 사태의 본질이 왜곡되며 해결이 어렵다.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좋은 정책이 나오고 궤도 수정도 용이하다. 그리고 정책이 잘못됐으면 성찰의 기록이라도 남겨야 한다. 그 성찰의 기록이 우리 정치와 행정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선(善)이 되어 이 나라를 새롭게 창조하고 또 융성하게 할지 누가 알겠나.

원문보기 : http://www.kwnews.co.kr/page/view/202211221831544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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