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칼럼-양상훈 조선일보 주필] ‘대장동’보다 더 민주당 망친 ‘압도적 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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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41회 작성일 2022-12-22 09:57본문
나라에 절실한 모든 개혁 거부하고
국가 명운 걸린 반도체법도 80년대 운동권 논리로 반대
압도적 국회 의석 없었으면 이런 민주당은 아닐 것
지금 민주당에 가장 위협적인 것은 대장동 사건만이 아니다. 역설적이게도 압도적 국회 의석도 민주당에 큰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 민주당은 현재 169석으로 국회에서 못 할 일이 없다. 윤석열 정부를 반신불수로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세상의 모든 힘은 절제를 잃으면 그 크기만큼의 부작용을 부른다.
민주당이 이 의석을 얻은 것은 2020년 총선이다. 그 후 주요 선거에서 민주당은 전패, 완패했다. 서울시장, 부산시장 선거에서 크게 졌고, 대선에서 패해 정권을 빼앗겼다. 이어진 지방선거에서도 졌다. 다음 2024년 총선에서 또 질 것이다. 선거를 연속으로 지고서도 왜 민심을 잃었는지 조금도 성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성찰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압도적 의석’을 믿고 자만하는 것이다.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건물./이덕훈 기자
대장동은 어쨌든 한 사람의 문제다. 하지만 ‘압도적 의석’의 해악은 더 심각하고 더 근본적이다. 민주당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고, 해야 할 일을 안 하게 만들었다. 대선 패배 후 민주당은 반성 대신 압도적 의석을 이용해 방탄용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을 일방 처리했다. 그 순간 민주당이 방탄 정당이 돼버렸다. 새 대통령이 총리도 없이 취임하도록 만들고, 헌정사에 극히 드문 장관 해임안을 벌써 두 번이나 통과시켰다. 정부가 제출한 법안 70여 건을 전부 가로막았다. 정부의 권한인 예산안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민주당식 법으로 정부 국정을 강제하겠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해서는 안 되는 편법, 꼼수도 거리낌 없이 저지른다. ‘집권 야당’이라 불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원래 2024년 총선은 대통령 중간 평가의 성격이어야 한다. 미국에서 이런 중간선거에서 여당이 이기는 경우는 드물다. 어느 나라나 집권당 중간 평가는 박한 법이다. 그런데 2024년 한국 정치의 권력 집단은 대통령과 여당인지, 국회를 장악한 ‘집권 야당’인지 애매한 상태다. 이대로 가면 다음 총선은 집권 야당에 대한 심판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 가장 필요한 것은 노동 개혁, 연금 개혁, 교육 개혁, 공공 기관 개혁, 건강보험 개혁이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 개혁들은 입에 쓴 약을 먹는 것과 같다. 사람들은 누구나 설탕물을 먹고 싶어하지 쓴 약을 먹으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약을 먹지 않으면 병들어 죽는다.
민주주의 국가의 큰 문제는 정치인들이 이 불편한 진실을 국민에게 말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선거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라의 병은 나날이 악화한다. 그런데 실로 오랜만에 “인기 없고 욕먹더라도 개혁을 하겠다”는 대통령이 나왔다. 윤 대통령이 사석에서 “지지율이 1%가 되더라도 해야 할 개혁을 하겠다”고 말했다는 전언도 들었다. 윤 대통령의 이 다짐이 얼마나 강한 의지를 가진 결의인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가진 대통령이 나왔다는 자체가 흔치 않은 일이다. 대통령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이를 나라에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불행하게도 민주당은 이 모든 개혁을 거부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 이후 민주당은 당의 이념 자체가 포퓰리즘화했다. 만약 2024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다시 압도적 의석으로 국회를 장악하면 개혁은 시동조차 걸 수 없게 된다. ‘인기 없고 욕먹어도 개혁하겠다’는 드문 기회가 물거품이 된다. 나라가 골병 들면 여야 지지를 떠나 모든 국민이 어려워진다.
민주당은 압도적 의석으로 나라 명운이 걸린 반도체특별법까지 막고 있다. 다음 세계 문명 자체가 반도체다. 반도체가 없으니 러시아가 미사일도 제대로 못 만들고 있다. 인공지능과 메타버스도 반도체로 가동되는 것이다. 세계 주요국 전부가 반도체에 파격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중국은 아예 법인세 면제까지 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 민주당은 반도체특별법을 ‘재벌 특혜’라고 반대한다. 1980년대 운동권 논리로 국운이 걸린 이 치열한 글로벌 경쟁의 발목을 잡는다. 2019년 민주당 반도체특위도 지금의 반도체법과 골격이 거의 같은 내용을 공표한 바 있다. 그때 민주당 누구도 ‘재벌 특혜’라고 하지 않았다. 자신이 한 일까지 반대하는 억지는 통하지 않아야 정상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압도적 의석으로 이 억지까지 관철시킨다. 반도체가 망하면 한국이 망한다. 극단적인 얘기가 아니다. 2019년 민주당 반도체특위 출범식에서 양향자 위원장은 “한국이 주저앉느냐, 아니냐가 여기에 달려 있다”고 했다.
지금의 민주당은 필자가 알던 민주당이 아니다. 너무 변질됐다. 양질의 의원들은 숨죽이고 저질 의원들이 판친다. ‘방탄’이 당의 목적이 됐다. 괴상한 음모론자들을 호메이니처럼 떠받든다. 이 시발점이 2020년 총선의 민주당 압승이었다. 그 압도적 의석이 민주당에 어떤 도움을 줬나. 나라에 무슨 기여를 했나. 전통 민주당의 회복을 위해, 나라의 미래를 위해 지금의 이 민주당은 바뀌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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