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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김창균 조선일보 논설주간] 우물 안에서 反日 떼쓰기, 나라 위신만 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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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92회 작성일 2023-01-2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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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징용 해법 내놓자 야권은 “굴욕” 몰아가기
政爭 이득 될지 몰라도 國格 어떻게 비치겠나
덩치 커진 나라가 투정 국제사회는 납득 못 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2023.1.12/뉴스1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2023.1.12/뉴스1 


윤석열 정부가 일제 강제 징용 해법을 내놨을 때 솔직히 걱정스러웠다. 정부가 뭘 잘못했다는 뜻은 아니다. 대법원이 ‘사법 자제’라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걷어차서 생긴 문제였다. 일본 기업이 한국 대법원 결정을 거부해서 국제재판소로 가면 승소 가능성은 희박하다. 우리 쪽에서 매듭을 풀 수밖에 없다. 우리 기업이 낸 돈으로 배상금을 먼저 지급하는 방식 역시 상식적이고 현실적이었다. 다만 야당이 “굴욕 외교”라고 물어뜯을 것이 뻔했고, 그에 따라 국민 여론이 널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동안의 경험이 그랬다.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도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거센 비난 여론이 일면서 궁지에 몰렸다. 문재인 정부는 그 합의를 뒤집으며 죽창가를 불렀다. 국민은 ‘NO 재팬’을 복창하며 화답했다. 일본 불매운동 한 달 만에 유니클로 매출액은 70% 급감했고, 부동의 1위였던 일본 맥주 수입은 3위로 내려앉았다. 일본과 타협하면 매국으로 몰리고, 대립 각을 세우면 박수를 받았다. 이런 풍토 속에서 강제 징용 해법은 정치적 역풍을 맞을 위험이 컸다. 그런데도 윤 정부는 정공법으로 밀고 나갔다. 민주당은 늘 그래 왔듯이 반일(反日) 화약고에 불을 붙였고, 친야(親野) 매체들은 부채질을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국민 반응이 예상보다 담담하다는 점이다. 한 대학교수는 “586의 선동에 젊은 세대가 호응하지 않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지금의 2030은 일본에 대해서 피해 의식도 열등감도 없다고 했다. 함께 겨뤄볼 만한 경쟁자로 본다. 문 정권 때 ‘NO 재팬’에 힘이 실렸던 건 ‘아베 효과’가 작용했던 탓이라고 했다. 일본이 수출 규제라는 부당한 갑질을 한다고 느꼈기에 젊은 층들이 울컥했다는 거다.

카타르 월드컵 때 일본 경기를 시청하면서 중계진의 태도가 과거와 달라졌다고 느꼈다. 일본 상대 팀이 골을 넣으면 마치 우리 팀 응원하듯 흥분하던 편파 중계가 아니었다. 일본이 한국보다 좋은 성적을 거둘까 노심초사하는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던 촌티가 사라졌다.

요즘 젊은 층의 반감은 중국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2030세대 대상 여론조사에서 중국은 압도적으로 비호감 선두다. 무역 보복과 문화 동북공정 등 중국의 힘 자랑이 반감을 부른 탓이다. 중국몽(夢)에 함께하겠다는 좌파 진영의 반일(反日) 선동이 힘을 잃어가는 이유다.

1979년에 1권이 나온 ‘해방 전후사의 인식’은 운동권의 의식화 교과서였다. 80학번 필자도 선배 지도 아래 읽었다. 독후감을 서로 나누는 세미나는 ‘기·승·전·친일(親日) 원죄론’이었다. 이승만 정권이 친일 청산을 하지 않은 게 대한민국 만악(萬惡)의 근원이었다. 첫 단추를 잘못 꿰서 나라가 온통 비틀렸다는 진단이 명쾌했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은 찜찜했다. 세상사 이치가 그리 단순할까.

그때 그 친일 원죄론을 문재인 정권서 다시 듣게 됐다. 2019년 3.1절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친일 잔재 청산은 너무나 오래 미뤄 둔 숙제”라고 했다. 2021년 7월 이재명 경기지사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대한민국 수립은 친일 세력과 미 점령군의 합작으로 이뤄졌다”고 했다.

1980년 한국의 1인당 소득은 일본의 6분의 1 정도였다. 요즘은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로 따라붙었다. 2027년이면 순위가 뒤집힌다는 예측을 일본 경제연구센터가 내놨다. 1980년엔 일제강점기를 기억하는 세대가 성인의 절반 이상이었지만, 지금은 80대 후반 이상 극소수만 남았다. 한일 양국의 역학 관계도, 양국 국민들이 서로를 보는 눈도 크게 달라졌다. 그런데도 대통령과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의 대일(對日) 인식은 40년 전 대학생 의식화 논리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했다.

우리만큼 남의 시선에 신경 쓰는 국민도 드물다. 한국 문화, 한국 음식이 외국인 눈과 입에 맞는지 궁금해하고 상대가 엄지를 치켜세우면 흐뭇해한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대한민국의 좌표를 매기고 평가하는 진짜 기준은 따로 있다. 한국 전문가들은 한일 관계가 역사 문제로 꼬일 때마다 고개를 갸우뚱한다. 한국은 이제 엄연한 선진국이고, 해방된 지 두 세대가 훨씬 지났다. 그런데도 일본 문제만 나오면 신생 후진국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덩치는 어른인데 젖꼭지 물고 투정하는 퇴행(退行)이나 다름없다. 야당 수뇌부를 차지한 586 운동권들은 무조건 일본을 비난하는 게 국격을 높이는 일인 것처럼 선동한다. 우리끼리 자뻑하고 우물 밖에선 비웃음만 산다. 국제 규범을 벗어난 반일(反日) 떼쓰기 외교는 나라 위신만 해칠 뿐이다.

김창균 논설주간

김창균 논설주간 

원문보기 :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3/01/26/3R4Y672NIBEBZME4AAJLJ4DAQE/?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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