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칼럼-김창균 조선일보 논설주간] 핍박 호소인 이재명, 전직 대통령 혐의 종합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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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39회 작성일 2023-01-16 11:03본문
성남 FC 후원은 박근혜, 변호사비 대납은 이명박, 부인 의혹은 노무현 닮아
불법 대선자금 이회창 측근 구속에 “사죄” 회견… 李는 “정치검찰 조작”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조사를 받기위해 2023년 1월 1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으로 출두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나는 베를린 시민입니다.” 존 F. 케네디 미 대통령이 1963년 6월 26일 서베를린 강연에서 했던 말이다. 서베를린은 동독 영토 속에 섬처럼 둘러싸여 있었다. 서베를린 시민들은 자신들의 자유를 공산주의 폭압 체제가 뺏어갈까 겁냈다. 케네디 대통령은 “미국이 당신들의 자유를 함께 지키겠다”고 안심시킨 것이다. 이후 이 표현은 폭력에 위협받는 소중한 가치와의 연대를 상징하는 말이 됐다.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독립을 짓밟으려 하자 지구촌 곳곳에서 “우리는 모두 우크라이나인이다”라는 플래카드가 펄럭였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수원 성남지청에 출두하는 현장에서 지지자들은 “우리가 이재명이다” 팻말을 들었다. 이 대표의 어떤 가치와 연대하겠다는 뜻일까. 이 나라 산업화, 민주화 혹은 선진화에 기여한 업적이 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탈법과 편법으로 자신의 업적을 부풀려 가며 더 높은 권력을 탐했을 뿐이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주변 사람들, 심지어 가족들까지 희생시켰다.
지지자들은 윤석열 정권 검찰이 없는 죄로 이 대표를 옭아맨다고 주장한다. 이 대표가 수사받는 혐의들은 모두 문 정권때 드러난 것이다. 윤 정권이 새로 들춰낸 혐의는 한 건도 없다. 문 정권 검찰과 경찰이 어떻게든 덮으려고 뭉개다가 뒤늦게 수사가 시작됐을 뿐이다.
이 대표가 소환 조사를 받은 성남 FC 후원금 의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의혹과 닮은 꼴이다. 공무원이 부정한 청탁에 대한 대가를 제3자에게 주도록 하는 ‘제3자 뇌물죄’가 적용된다는 점이 공통분모다. 이 대표는 사익을 취한 적이 없다며 무죄를 주장한다. 박 전 대통령도 개인적으로 받은 돈은 한 푼도 없다.
이 대표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변호사비 23억원을 대납받았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년형을 받게 된 핵심 혐의도 삼성이 변호사비 60억원을 대신 냈다는 것이었다. 이 대표 변호사비를 내준 의혹이 있는 쌍방울 회장은 그동안 해외 도피 중이었는데 10일 태국에서 체포됐다고 한다. 본인 대신 가족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이 대표 부인 김혜경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씨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던 일을 떠올리게 한다. 이재명 대표는 법의 심판대에 섰던 16, 17, 18대 대통령들의 핵심 혐의를 종합 세트처럼 망라했다.
뭐니뭐니 해도 이재명 사법 리스크의 대표 상품은 대장동 의혹이다. 이 대표 측근들이 대장동 일당에게 특혜를 주는 대가로 대선 및 경선 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 중이다. 이회창 한나라당 전 대표 측근들도 불법 대선 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두 사람 모두 대선에서 패배한 후 들어선 승자 정권에서 대선 자금 수사를 받았다.
차이점은 수사를 대하는 자세였다.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모든 혐의를 정치 검찰이 꾸며낸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회창 전 대표는 당 재정국장이 구속되자 곧장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 여러분께 무릎 꿇고 사죄 드린다”고 했다. “모두 책임은 대통령 후보였던 나에게 있다. 감옥에 가더라도 내가 가야 한다”고 했다. 당직자들이 돈을 받은 사실을 알았느냐는 질문에 “알았냐 몰랐냐는 중요하지 않다. 대선에서 뛴 사람들이 한 일은 모두 대선 후보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 신문은 소속 간부가 대장동 주모자인 김만배씨로부터 6억원+3억원을 받은 정황이 드러나자 해당 간부를 해고하고 대표이사 사장과 편집국장이 사퇴한다고 밝혔다. “부적절한 인사를 중요한 직책에 앉혔고 문제적 행동을 미리 파악하지 못해 회사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실을 입혔다”고 했다. 공적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일이 터지면 구차한 변명 없이 이런 식으로 책임을 진다. 이재명 대표는 대장동 사업에 관여했던 부하 직원들이 검찰 수사를 받자 “누군지 모르는 실무자들”이라고 선을 그었다. 자신이 핵심 측근으로 인정한 김용과 정진상 두 사람마저 구속되자 “결백을 믿는다”며 계속 혐의를 부인하는 중이다. “당에 회복하기 힘든 손실을 입혔다”고 미안해한 적은 없다.
이재명 대표는 “이제 이재명이다” 대담집에서 “지금 우리는 비정상, 불법, 탈법, 부정, 비리를 저지르는 집단과 전쟁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많은 국민이 요즘 이재명 대표와 그 지지자들을 보면서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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