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칼럼-김명수 매일경제 논설실장] '시간 싸움'이라는 유니콘 성공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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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8회 작성일 2024-08-12 09:47본문
현지서 속도전 펼친 덕분이다
벤처, 美성공방정식 올라타
세계시장 지배 꿈 키워보자
건강 관리 서비스 업체인 눔의 정세주 창업자(44), 기업용 메신저 업체인 센드버드의 김동신 대표(43), 광고 자동화 플랫폼 기업인 몰로코의 안익진 대표(45). 미국에서 창업해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기업)을 키운 한국계 인물들이다.
하버드대 출신인 토드 박과 에드 박 형제가 만든 '디보티드 헬스(Devoted Health)'. 노인 건강보험 서비스 업체로, 129억달러(약 17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다.
그들의 도전은 미국에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고, 그 시장을 지배했다. 미국 시장을 지배한다는 건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센드버드는 전 세계에 60억명 이상의 이용자를 두고 있을 정도다.
국내 벤처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글로벌디지털혁신네트워크(GDIN·대표 김종갑)는 미국에서 한국계 유니콘이 지금까지 10개 출현했다고 전한다. 국내 유니콘 22개에 비하면 적지만 한국계 미국 유니콘은 기술이나 확장성 면에서 질적으로 훨씬 우수하다.
그들은 척박한 이국 땅에서 어떻게 유니콘으로 성장한 걸까. 무엇보다 국내 시장보다는 미국이란 거대 시장에서 빠르게 사업화하고 승부를 본 것이 핵심이다. 시간 싸움에서 이긴 것. 속도를 중시하는 미국 투자자들은 외국보다는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을 선호한다. 9시간 이상 시차가 나는 한국 소재 기업에 투자를 꺼리는 이유다. 한국에서 자란 스타트업도 싫어한다. 여러 투자자가 얽혀 있어 그 기업을 키우는 데 의사결정이 어려워질 수 있고 투자금 회수에도 시간이 걸릴 수 있어서다.
일단 투자금을 받으면 미국 내 성공 방정식이 적용된다. 거대한 벤처캐피털(VC)은 그간의 유니콘 투자 경험을 기초로 자문해 준다. 유니콘은 물론 세계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데카콘(100억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가진 기업)으로 성장하는 비법도 전수해 준다.
미국에선 기업 성장 단계별로 투자에 들어가는 투자사들이 무수히 존재하고, 이들은 회사 규모에 맞춰 지원을 한다. 미국 인수·합병(M&A) 시장도 유니콘들의 빠른 성공을 돕는 요소다. 필요로 하는 기술이 있다면 자체 개발하기보다 사들이는 게 더 빠르다. 그래야 경쟁자보다 앞서갈 수 있다.
이 모든 게 미국이 현재 703개에 달하는 유니콘을 배출한 생태계이자 성공 방정식이다.
오히려 국내 벤처 환경에서 20개 넘는 유니콘을 길러낸 게 기적이다. 미국식 성공 방정식이 국내에서도 작동된다면 200개는 되지 않았을까. 실제로 우리는 페이스북과 아이팟의 원조 나라다. "아이러브스쿨과 아이리버가 페이스북과 아이팟에 앞서 출시됐지만 유니콘으로 성장하지 못했다. 미국식 성공 방정식이 없었기 때문이다."(정세주 눔 창업자)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투자자들은 조력자다. "20여 개 이스라엘계 VC가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이스라엘 출신 유니콘을 키우고 있다. 한국 유니콘을 키우는 VC 양성도 중요하다."(이기하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 대표)
미국에서 한국계 유니콘을 키우면 한국도 덕을 본다. 센드버드는 한국에 250여 명의 연구개발(R&D) 조직을 운영 중이다. 마케팅이나 재무·투자 전문가는 미국에 뒀다. 눔과 몰로코는 동남아 진출을 위해 한국에 거점을 마련했다. 기술이나 일자리 유출 걱정은 기우다. 오히려 미국 유니콘 성장 경험을 한국에 확산시킬 수 있다. 몰로코 출신 개발자(장정식)가 야놀자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옮긴 게 그 사례다. 국내를 해외와 연계해 세계 표준을 만들고, 세계 시장도 지배하는 선순환 구조다. 이참에 우리 벤처 생태계 틀도 새롭게 짜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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