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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 이재명의 마지막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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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06회 작성일 2023-03-06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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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경 대기자

이하경 대기자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청년기에 사선(死線)을 넘나든 인물이다.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법정에 섰다. 재판장이 사형을 선고할 때 “하도 기가 차서”  피식 웃었다. 방청석에 있던 모친은 그 순간 졸고 있었다고 한다.

스스로의 생사(生死)에서조차 초연했던 저 무욕(無慾)의 인물은 정치인이 돼서도 권력자의 눈치를 살피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무수석일 때 공개적으로 “대통령은 험한 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직언했던 참모였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가장 신뢰했다. 스무 살 무렵에 얼굴도 모르는 유인태·이철·이현배 등 ‘양심수’의 석방을 촉구하는 유인물을 여러 단체에 돌린 기억이 있다. 4년여 옥고를 치른 유신 체제의 피해자들은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얼마 뒤 풀려났다. 이후 유인태는 그 험한 정치판에 뛰어들어서도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리얼리스트로 건재하고 있다.

불체포특권 폐지 공약 뒤집고
민주당을 방탄용으로 둔갑시켜
방탄·대표직은 치명적 유혹일 뿐
특권 포기로 ‘달라졌다’ 입증해야

‘사형수’ 출신 유인태가 ‘생존’이 지상과제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일갈했다. 공당(公黨)인 더불어민주당을 한 사람을 위한 방탄용 사당(私黨)으로 둔갑시킨 그에게 “국민들에게 좀 감동을 주는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돼도 검찰이 추가로 영장을 청구하면 표결 대신 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한다고도 했다. “그 정도의 모험도 안 하고 자꾸 거저 먹으려고 세상을 그러면 되나. (구속이) 플러스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사심(私心)이 없어서 민심을 정확하게 읽어냈다.

그러나 이재명은 다른 차원의 세계에 속해 있다. “오랑캐가 침략을 계속하면 열심히 싸워서 격퇴해야 한다” “국가 권력을 가지고 장난하면 그게 깡패지 대통령이겠느냐”며 험구(險口)를 못 참고 있다. 대장동, 백현동, 성남FC, 쌍방울 대북 송금, 정자동 호텔 특혜 등 비리 스캔들에 대해서는 해명하지 않고 있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 공약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외면하고 있다.

민심은 썰물처럼 떠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 ‘이재명 구속수사’가 ‘해선 안 된다’보다 한참 높다. ‘불체포특권 폐지’는 ‘유지’의 두 배다. 체포동의안 부결 움직임에 대해서도 민심이 싸늘하다. 호남에서도 가결 찬성이 반대만큼 나올 정도다. 정당 지지율은 곤두박질쳐서 국민의 힘과 두 자릿수 차이로 벌어졌다.

실무에 밝은 한 고위 법관은 “진술은 차고 넘치는데 결정적인 직접 증거는 없어 재판이 끝도 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표가 기소돼 시도 때도 없이 법정에 들락거리면 당의 이미지는 만신창이가 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실정(失政)은 이재명 스캔들에 흔적도 없이 파묻힐 것이다.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은 시쳇말로 폭망각이다. 민주당에선 “체포동의안은 부결시키되 이재명 대표가 알아서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검찰이 기소하면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이다. 지지율이 더 떨어지면 방탄 단일대오가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 이재명은 내부 총질로 비호감이 된 국민의힘의 구세주, 민주당엔 재앙이 됐다.

열대 사냥꾼의 원숭이 사냥법이 있다. 나무 상자 안에 원숭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넣은 뒤 손만 딱 들어갈 정도로 구멍을 뚫어놓으면 음식을 움켜쥔 원숭이의 손은 절대 빠져나올 수 없다. 원숭이는 한번 쥔 음식을 절대로 놓지 않기 때문에 눈 뜨고 잡혀 간다. 불체포특권, 당 대표라는 달콤한 열매는 이재명의 정치생명을 노리는 치명적 유혹이다.

이재명은 “어떠한 부당행위도 없었다는 게 오히려 영장에서 드러났다”고 했다. 그렇다면 저 허구의 방탄 도성(都城)에서 걸어나와 판사 앞에서 두 눈 크게 뜨고 결백을 입증해야 한다. 그는 도대체 왜 성남시장 시절의 개인 스캔들로 대통령을 셋이나 배출한 공당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는가. 민심은 바로 이 점을 따져 묻고 있다.

이재명은 일체의 합리적 조언에 귀를 닫고 있다. 탐욕에 눈먼 원숭이처럼 사냥꾼의 포획 순간이 예정된 운명이다. 보스 A를 만난 참모가 “우리 보스는 참 유능하다”고 했다. 보스 B를 만난 참모는 “이분을 만나고 난 뒤 내가 유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리더십 연구의 국제적 대가인 고(故) 김인수 교수는 최고의 리더는 A가 아닌 B라고 했다. 그에게 B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었다. 당사자도 몰랐던 폭발적인 능력을 끌어내는 비결은 바로 경청(傾聽)이었다.

김영삼은 박정희 유신 정권에 의원직을 제명당했고, 전두환 정권에 맞선 23일간의 단식으로 죽을 뻔했다. 하지만 촌로(村老)들의 울분까지도 천심(天心)으로 받들었고, 마침내 민초(民草)가 주인이 되는 감동의 문민시대를 30년 전에 열었다.

지금 이재명의 언행에는 어떤 감동의 요소도 없다. 민심의 아우성에 귀를 닫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쏟아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입을 꾹 다물고 귀를 활짝 열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움켜쥔 특권을 내려놓는 돌직구 승부수를 던질 용기가 생길 것이다. “이재명이 달라졌다”는 감동이 느껴진다면 사즉생(死卽生)의 반전도 기대할 수 있다. 이재명도 살고, 민주당도 사는 길이다.

원문보기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43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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