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칼럼-최훈 중앙일보 주필] 윤석열 스타일 1년…“거침없다” 대 “거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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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18회 작성일 2023-04-04 10:04본문
곧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년(5월 9일)이다. 8개월 정치 신인 대통령의 등장이라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이었다. 정책적으론 탈원전, 소득주도성장, 주 52시간근무제, 부동산 중과세, 거대 강성 노조 등 전 정권의 오도를 바로잡으려고 애쓴 시간이었다. 북핵·미사일엔 강단으로 한미 동맹을 강화했다. 역풍을 감수하며 한일 관계 정상화의 물꼬도 트고 있다. 보수 대통령으로서 큰 방향의 오류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긍정 평가는 여전히 30%대 중후반. 문제를 찾자면 그러니 그의 스타일과 이미지일 터다. ‘윤석열 스타일’에 자주 들리는 세간의 공통 평가가 있다. “좀 거칠다.”
노조 개혁, 한일 관계 물꼬 트기 등
“뚝심·소신있다” 긍정평가와 함께
“소통 미흡, 독단” 이미지가 동시에
향후 4년 성패 관건은 설득, 소통
수치(한국갤럽, 3월 21~23일)도 일러준다. 개별 정책 찬반을 떠나 일관되게 대통령에의 긍정과 부정 가르는 잣대가 있다. 34%의 긍정 중 ‘주관·소신’ ‘결단력·추진력·뚝심’이 5%다. 반면에 58%의 부정 중 ‘독단적·일방적’ ‘소통 미흡’ 역시 똑같은 5%다. 하나의 스타일에 대한 동전의 양면이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풀어보라고 한 문제를 쾌도난마할 경우의 상반된 반응이겠다. 독단이 소신이란 긍정으로 바뀌면 40%대의 안정적 지지도다. 주관·뚝심으로 비치던 스타일이 독단과 소통 미흡으로 바뀌면 20%대 추락. 성패의 분수령인 “거침없다”와 “거칠다”의 차이. 그게 이 5%다.
전임 정부가 괴물로 키운 거대 노조에 메스를 들이댄 건 박수를 받았다. ‘건폭’ 척결, 투명한 노조 회계, 업무 개시 명령 등. 역시 검사 출신인 원희룡 장관과 함께였다. “선과 악만이 선택지인 ‘칼잡이 출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맞장구도 나왔다. 마크롱 대통령의 혹독한 시련에서 확인된 연금 개혁과, 노동·교육·정부 개혁에도 반드시 필요한 국가 지도자의 자질 중 하나는 ‘좌고우면하지 않는 결단’일 수 있다. ‘연금·노동 개혁’ ‘한일 관계’ 등에서 늘 간만 보다 아무런 결정도 않고 45%의 지지율로 슬그머니 사라진 건 전임 대통령이었다. 개혁이란 거대 기득권과 싸우려고 자기희생을 감내해야 하는 업. ‘무위(無爲)’야말로 리더의 가장 큰 죄이긴 했다.
검찰총장 출신 원로의 ‘후배 윤석열’을 들은 적이 있다. ‘검찰의 꽃’이란 대검 중수부로 윤 검사를 천거했던 얘기다. “시험은 늦었지만 뚝심있게 일도 잘하고 술도 잘 마신다. 말도 잘해 사람들과 두루두루 잘 지내는 친구다. 중수부는 특히 정·재계의 센 사람들 상대로 설득, 때론 회유 섞어가며 해야 하는데 그들과 말도 잘 터가며 특히 자백을 가장 잘 받아낼 검사다.” 윤 대통령에게 기대가 컸던 품성 역시 ‘두루두루 잘 지내고 대화하는’것이었다. 그러나 그 기대에 못 미친 1년이기도 하다. 물론 365일 몽니의 공룡 야당, 문재인 정부에 리더십을 구축했던 공영 방송 등 ‘기울어진 운동장’에의 좌절과 불만도 이해 못할 측면은 아니겠다.
거칠다는 인상을 굳힌 건 여당 전당대회였다. “그간 자기 처신을 어떻게 생각할지는 본인이 잘 알 것”이라고 나경원 전 원내대표를 직격했다. “아무 말 안하면 아무 일도 없을 것”이란 안철수 의원 압박은 두려움을 불렀다.
방일 전후 야당을 초청해 이해를 구했어야 했다. 이재명 대표야 기소된 피의자이니 그렇다 치자. 야당의 외교통일 위원들, 원내대표단 등을 불러 설득하는 모양새가 아쉬웠다. 안 온다면. 그들의 초당 외교 직무유기다. 외교 원로 초청 간담회는 제3자 변제 정책의 발표 9일 뒤, 대통령의 방일 전날이었다. 결단으로 다 끝내놓은 선택에 원로들이 무슨 조언을 해주겠는가. 망신 좀 당하더라도 징용 피해자들을 대통령이 직접 찾아가는 건 어땠을까. 한일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67%의 미래지향적 여론은 왜 57.9%의 협상 불만으로 바뀌었을까. 먹고살기 바쁜데 이 복잡한 구상권, 제3자 변제 법률 문제의 이해도 쉽지 않다. 숙성의 시간과 공이 느껴지지 않으니 ‘깜짝’ ‘덜컥’으로만 비치는 것 아닐까. 118년 꼬인 역사의 매듭을 풀기에는 방일 뒤 23분의 대통령 성명 낭독만으론 부족해 보이는 까닭이다.
정부 내의 소통도 매끄러워 보이지 않는다.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 근로시간 유연화 등의 부처 발표 뒤 대통령 지시로 재검토가 이뤄지는 일이 잦다. 국민들이 갸우뚱해하는 최근 안보실장의 전격 교체 과정도 그렇다. 그러곤 늘 “대통령이 질책했다”는 보도도 뒤따른다. 그러나 호통이 잦은 무서운 대통령이라면 영혼 부족한 관료들 중 그 누가 직언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윤 대통령은 누구의 조언과 자문을 듣는가”는 늘 시중의 궁금증이다. 참모의 보고는 듣되 결국은 자신이 선택하는 ‘고독한 대통령’ 형인 듯싶다. 박정희, 프랑스의 드골 등 상명하복의 문화에 익숙한 군 출신들이 주로 이런 스타일이었다.
꽃길 대신 자갈밭길 더 많을 향후 4년. 고된 시련의 여정이겠지만 자신의 장점은 살리고, 약점을 최대한 보완하며 뚜벅뚜벅 전진해야 할 때다. 거친 독단이냐, 거침없는 소신이냐. 그 사이엔 소통과 대화란 징검다리가 놓여 있다. 그 다리를 부지런히 건너다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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