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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황정미 세계일보 편집인] 민주당 돈봉투 파문의 나비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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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57회 작성일 2023-05-08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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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 민주당 정권에서
돈봉투 오갔는데 책임 안 져
정치개혁 동력 삼지 않으면
민심의 지각판이 움직일 것


헌정사상 첫 대통령 탄핵으로 불운의 정치인이 됐지만 박근혜는 한때 정치 개혁의 상징이었다. 그를 ‘선거의 여왕’으로 만든 건 소위 ‘차떼기 사건’으로 알려진 2002년 대선 불법정치자금 사건이었다. 대선자금 수사 후폭풍 속에 한나라당 대표가 된 그는 여의도 공터에 천막 당사를 차려놓고 “국민께 사죄하는 마음 하나만 남기고 다 버리겠다”는 반성 모드로 2004년 17대 총선을 치렀다. 50석도 못 건질 것이라던 예측을 깨고 121석을 얻었다.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은 최근 파문을 일으킨 2021년 민주당 전대 돈봉투 사건의 닮은 꼴이다. 2012년 고승덕 의원 폭로로 불거진 돈봉투 사건은 당시 대표로 선출된 박희태 국회의장 사퇴와 유죄 판결로 끝났다. 공교롭게도 박근혜 비대위원장 시절이었다. 그해 총선을 앞두고 김종인, 이준석 등이 합류했던 박근혜 비대위 체제는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현역 의원 25%를 물갈이했다.

황정미 편집인

여든 야든 불법정치자금 논란이 빚어질 때마다 관련법과 정치 관행을 바꾸겠다고 수선을 떨었다. 민심의 분노를 피하려는 ‘정치 쇼’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치자금 문화는 꽤 투명해졌다. 정치부에서 처음 취재를 시작한 1990년대 중반, 꼬리표가 없는 뭉칫돈들 덕분에 초선 의원들도 흥청망청 돈을 써대던 시절에 비하면 1급 청정수는 아니어도 제법 바닥이 들여다보일 정도는 된다고 생각했다.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을 비롯해 송영길 캠프의 돈봉투 의혹이 터졌을 때 아직도 그런 일이, 그것도 ‘적폐청산’을 내세운 민주당 정권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에 놀랐다.

더 놀라운 건 민주당 의원들 반응이다. “금액이 실무자들 차비나 기름값, 식대 정도 수준일 것”이라는 정성호 의원 말이 ‘실언’처럼 들리지 않는다. 의혹을 뒷받침하는 녹취록에도 “검찰과 정권의 불순한 저의”를 방패로 삼은 이들 대부분이 비슷한 생각 아니었을까. 핵심 당사자인 송 전 대표는 이정근 개인 일탈로 치부하고 “감독하지 못한 데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는 유체이탈 화법으로 공분을 키웠다. 송영길과 민주당에 배신감을 느낀 이정근이 작심하고 검찰 수사를 돕고 있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극성 팬들에 둘러싸인 탓에 민주당은 민심에 둔감해진 지 오래다. 구태에 대한 반성은커녕 내부의 숙정(肅正)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오지 않는다. 보수당도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천막 당사’를 쳤는데, 이번 사건을 정치개혁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시늉조차 없다. 의혹 제기 5일 만에 내놓은 이재명 대표의 대국민 사과는 여러 비리 사건에 연루된 본인의 사법리스크에 묻혀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지난 대선 후보 경선과 인천 계양을 지역구 승계 과정에서 구설에 오른 ‘이심송심(李心宋心)’ 논란만 불러왔다.

내부 부정에 관대한 민주당은 20년 전 김근태 의원의 정치자금 고백 파문 때와 달라진 게 없다. 2002년 대선 경선 후보였던 김 의원은 불법정치자금을 쓸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백했다가 당내에서 ‘정치적 왕따’를 당했다. 재판에 넘겨진 김 의원은 결심공판에서 “(재판부가) 모두가 다 아는 비밀인 불투명한 정치자금에 관한 ‘사회적 위선’과 제가 대결하고 있다는 사실만 밝혀달라”며 “‘가치의 이중성’ ‘사회적 위선’을 극복하지 않는 한 우리 정치는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이중성, 위선의 정치는 어떤 식으로든 정치적 대가를 치렀다. 문재인정부의 ‘내로남불’ 행태가 5년 만의 정권교체로 이어진 것처럼. 민주당 내에는 “대안이 없다”며 송영길 수사와 선을 긋고 이재명 체제를 굳혀야 한다는 이들이 다수다. ‘이재명 반사 이익’을 누리는 여당으로서는 불감청 고소원이다. 민주당 돈봉투 파문이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지 아니면 정치권의 지각변동을 가져올 ‘나비 효과’를 일으킬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여도, 야도 싫다는 무당파가 급증하고 ‘제3지대’ 신당론이 들썩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변화를 바라는 민심이 뭉치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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