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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칼럼-김영희 한겨레 편집인] ‘리틀 윤석열’ 원희룡의 좌충우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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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02회 작성일 2023-07-2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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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월30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기자실을 방문해 간담회를 하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월30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기자실을 방문해 간담회를 하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희 | 편집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014년 쓴 책 <무엇이 미친 정치를 지배하는가?>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그들에게 “당신은 새로운 정부의 국정 철학에 적합하지 않습니다”라는 말 이상으로 두려운 것이 있을까? ‘나와 맞지 않으면 아웃!’이라는 정치 운영 행태가 얼마나 더 반복돼야 하는 것일까? 설사 내가 불편할지라도 민주주의라는 틀 안에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국민이 바라는 민주주의가 아닐까.” 그는 공직자들이 수동적으로 될 수밖에 없는 ‘대통령만 있는 나라’에 대해 성찰과 비판을 쏟아냈다.


해마다 학력고사 수석의 사연을 뉴스에서 보며 자란 세대에게 원 장관은 ‘전설’이다. 서울대 법대 수석에 운동권을 거쳐 사법시험 수석까지 거머쥔 그는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에 입당해서도 다른 결의 목소리를 냈고, 한동안 새로운 보수의 미래로 여겨졌다. ‘세계 최초의 블로거 국회의원’ ‘세계 최초의 유튜버 장관’일 정도로 부지런하기도 하다. 없는 것은 당내 기반뿐이었다. 불출마 선언 배수진을 쳤던 당대표 경선에서 처참하게 4위를 기록한 뒤 “나는 실패했다”고 고백했지만,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는 신념만큼은 변함없어 보였다.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나 그 시절을 기억하기에 최근 김건희 여사 일가 고속도로 특혜 의혹에서 보인 행태는 더욱 씁쓸하다.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기존 노선을 절반 가까이 바꾸는 안이 나올 때까지 정부와 양평군이 어떤 근거로 어떤 절차를 밟았는지 투명하게 밝혀달라는 요구가 이번 사안의 본질이다. 그런데 그에 대한 대답은 없이 집권세력에선 쟁점 전환 시도만 이어졌다. ‘나들목이 아니라 분기점이라 값만 떨어진다’, ‘선산이라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금세 반박당하자, 전 총리와 전 양평군수 땅이 불려나왔고 ‘좌편향 언론 탓’도 등장했다. 이 정권의 대응 방식이 늘 이렇다.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우려에는 과학의 불확실성에 대한 의구심과 국가의 자세 문제가 깔려 있다. 그런데 그런 본질은 지우고 ‘진실 공방’으로 치환한다. 앞으로 4년 내내 비판적 의견이나 의문은 모조리 ‘괴담’이라는 공격을 받을 것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를 급작스레 선언했던 6일, 국민의힘 국토교통위원회 실무 당정협의회에서 서범수 의원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당정협의회에서 원 장관의 ‘백지화’ 언급은 없었다.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를 급작스레 선언했던 6일, 국민의힘 국토교통위원회 실무 당정협의회에서 서범수 의원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당정협의회에서 원 장관의 ‘백지화’ 언급은 없었다. 연합뉴스 


국토부가 엊그제서야 노선 변경이 ‘설계회사의 의견’이었다고 처음 밝혔지만 의혹을 잠재우지 못하는 건 바로 원 장관 자신 때문이다. 그는 지난 3일 기자들에게 “늘공·어공이 이래서 차이가 있구나 했다. 그래서 정무직 장관이 필요한 것”이라며 강상면 종점안의 원점 검토를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정부·여당 주장대로 설령 ‘우연’이더라도 그게 정도고 상식적 대응이다. 그런데 사흘 뒤 느닷없이 백지화를 꺼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5일(방송은 4일)까지 15개 신문·방송을 모니터링한 결과를 보면, 이 의혹을 한차례라도 보도한 언론사는 5곳에 불과했는데 6일 이후 온 국민이 양평군 면 이름까지 알게 됐다. 민주당 내에선 “죽은 사안이 살아났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그 사흘간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중앙정치에서 한때 잊혀가던 그는 지난 대선 ‘대장동 1타 강사’로 부활했다. 12일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양평 1타강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양평군민의 숙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리틀 윤석열’이라도 된 듯 국책사업을 뒤엎는 존재감을 과시한 이번 발언이 원 장관 개인에게 승부수가 될지 자충수가 될지 미지수다. 물론 국민들이 걱정할 바는 아니다. 다만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지난번 “나도 전문가지만 대통령에게 많이 배운다” 발언에 이어 그의 “우리 김건희 여사” “날파리 선동” 운운이 공직사회에 던질 메시지는 우려할 수밖에 없다. 법무부 장관을 빼면 그나마 대통령에게 정책이나 의견을 말이라도 할 수 있는 각료로 꼽혀왔던 이들이라 더욱 그렇다.


국토부 도로국 명의로 10일 배포된 ‘종합 큐앤에이’ 절반은 ‘민주당 제기 5대 의혹’이라는 제목의 항목으로 채워졌다. 정부 부처의 질의응답식 해명에서 야당을 이렇게 콕 찍어 반박하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다. 금융위원회가 ‘야당의 경제·민생 발목잡기 법안을 취합해달라’는 국민의힘 쪽 요청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공무원들이 대야 투쟁의 선봉에 본격적으로 내몰리는 모양새다. 지난번 이 난에 ‘대통령 한마디에 시스템이 무너지는 나라’라고 썼는데 이젠 명시적인 한마디가 없어도 시스템이 무너지는 듯하다. 야당 공격이 정치의 전부가 돼버린 정부에 ‘행정의 책무성’ 같은 건 기대하기 어려운 법이다.


서슬 퍼런 집권 2년차 정권에서 장막 뒤 사정이 당장 밝혀질 가능성은 낮다. 그래도 얼마 전 보수정권 각료 출신 어느 인사와 나눈 대화는 들려주고 싶다. “위태위태하지만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극단이 더한 극단을 불렀고 이젠 ‘차관정치’ 같은 ‘극약처방’으로 관료들을 협박해 끌고 가는 수준이 됐다. 그런데 그런 극단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 국민들이 지난 10년간 확인하지 않았나.” 



원문보기 :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9979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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